이런저런 포털의 뉴스를 보다 백범일지에서 보았던 한시가 생각났다. 그때는 어려서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부분을 넘어 문화강국을 말하는 탁견을 보며 인상적이었다. 지금 왜 이 구절과 김명국의 '은사도'가 생각나는지 알 수가 없다. 책을 읽는 내내 그 생각이 내 주변을 감싸는 것 같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러이 함부로 가지 말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는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터이니
'발타자르 그라시안'이란 사람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올재에서 발간된 '삼국지'를 살까 말까 고민하는 중에 올라온 광고를 보고 제목이 마음에 끌렸다. 마침 현대지성에서 나온 '이솝 이야기'를 재미있게 있고, '안데르센 동화'도 사볼까 하는 참이었기 때문일까? 결국 지름신의 끌림에 이끌려 클릭질을 완료했다. 아직 손길이 닿지 않은 책더미에 쌓아두고 있었는데 친구 녀석이 SNS에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글을 올려주었다. 이런 게 우연과 인연인지 마케팅의 결과인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다가온 책이다.
책의 서문을 읽으며 재미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독자에게 마치 "이런 거 나정도 되니까 알려주 거야. 고마운 줄 알아"라고 서문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고도 사람들 입에 회자되니 사기꾼은 아닌 것 같고 무엇인가 얻을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절반의 기대감이 들었다.
미덕, 현실, 안목, 관계, 내면, 평정심, 온전함, 성숙 8가지 카테고리로 나뉜 글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말은 별로 없다. 400년 전 예수회의 신부지만 성경과 같은 하대하는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유교의 경전처럼 인간이 항상 지킬 수 없지만 회귀해야 하는 올바름을 말한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인상적인 부분은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모두가 성인군자가 될 수 없고, 또 모두가 바보도 아니다. 어떤 상황과 분야에서 우리는 우월하기도 하고 바보 천치와 같은 상황도 마주 할 수 있다. 인간이 모든 분야에 탁월하기 힘들고, 탁월하다고 해도 모든 것이 희망처럼 완벽한 것도 아니다. '나쁜 것을 타인에게 던져버려라'와 같은 말을 보면 올바르다고 하긴 힘들다. 공자가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사귀어라'라는 말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옳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다. 현실에서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한 실용적인 제안일 수도 있다. 읽는 내내 이 사람은 어떤 고난의 행군 속에서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가 좀 더 도덕적이고 올바른 부분으로 올라갔다면 성현이 될 수 있었을까? 그런 상상을 해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책을 읽고 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리고 현재에서 어떤 미래로 향할 것인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명제 아닐까? 지식과 올바름을 내 그릇에 최대한 담고, 경험을 통해서 깨달음을 더하며, 준비하고 인내하며 때를 찾아가는 것이란 생각을 많이 했다. 사람을 얻기 위해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나와의 싸움이 아닐까? 문제라면 이런 걸 어려서 깨닫기가 쉽지 않고 시간과 함께 진리가 절뚝거리며 올 때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한시가 생각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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