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신(信)

by Khori(高麗) 2018. 1. 17.
728x90
반응형

 1월부터 장기 출장은 그리 재미있는 일은 아니다. 가족들을 뒤로하고 홈리스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일이 멀리서 보면 부러워보일 수도 있지만 2일간의 미팅을 위해서 1만3천 마일을 비행하는 일은 몸이 축나는 일이다. 내가 주어진 자리에서 약속한 일이고, 이 일이 약속의 범주안에 있기 때문이다. 조직에서는 이렇게 정의할 수 있지만 그건 매우 수동적이다. 시장이 있고, 그 시장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가끔 몰랐던 서로를 만나서 사업을 이야기 하며 삶의 한 부분을 채워간다. 그렇게 나만의 이야기와 무늬가 만들어진다. 이런 difference가 자신만의 독창성이 된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매우 지겹도 힘든 일이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기다린다는 것은 개인의 삶에서도 사업에서도 대단히 감사한 일이다. 이번 출장에서도 사전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면 서로의 새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과거의 다사다난한 일에 얽메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 준비와 사실을 통해서 의사결정을 하고, 부족한 것에 대한 서로의 대책을 준비한다. 그 모든 과정은 말과 글로 뜻을 전달할 수 밖에 없다. 공감의 시그널을 받을 때 행복한 이유란 이런 노력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말을 통해서 신뢰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불신은 사람의 말에 따른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발생하게 된다. 信이란 글자를 봐도 그렇게 생겼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호텔 앞에서 넓은 미국이란 땅떵어리의 한 조각을 보고 있다. 거기 곧곧에 씌여진 'stop' 표지판이 차를 잠시 3초가 멈추고 움직이라는 것인지, 신뢰를 만들기 위해서 잠시 서서 생각해 보라는 것인지, 나쁜고 힘든 일은 이제 그만인지 모를 일이다. 여명와 함께 달리는 차를 바라보면 그런 생각은 왜 드는지 모르겠다.


 엄청난 바람과 눈인지 얼음이 떨어지는 달라스의 날씨는 변덕스럽다. 그렇지만 자연의 법칙은 참 그러하다. 사람에겐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듯 변덕스럽지만, 자연은 항상 자신의 규칙을 지키고, 사람은 땅을 파먹고 살아간다. 그 속에서 서로 생각과 행동을 통해서 신뢰를 구축하고, 말과 글을 통해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함께 온 사람들도 미팅의 결과가 예상보다 좋아서 얼굴들이 펴졌다. 고객이 무엇을 함께하겠다는 말만큼 해외영업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일도 없다. 하지만 나는 이젠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말과 글에 기뻐하고 방향에 대한 확인을 했다는 소득은 그 서로의 생각과 공감을 현실로 갖고 와야하는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신뢰를 쌓아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일을 마치고 한인 가게들이 모여있는 포장마차에 갔다. 가게 이름이 민망하지만 26불이나 하는 소주를 한 잔씩 기울이며 하루를 달랜다. 함께 하는 행동과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공감, 상호 격려를 통해서 서로를 위로하고 협력을 다지는 것이다. 함께 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함께 살아가기 때문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 지위의 높고 낮음보다 서로이 삶을 조금씩 채워준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각자의 삶이란 그림은 내가 그리지만 너무 많은 배경와 망쳐진 부분도 문제지만 너무 휑한 여백도 문제 아닌가? 즐거운 자리였고, 오늘 또 보스턴으로 날라가는 사람들을 한 번 안아주고 또 다음주에 보자고 하는 말속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서로를 의지하고 믿는 구석이 조금씩 더 늘었나보다. 그래서 먼저 말하는 것보다는 먼저 남을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많이 받고 또 갚고, 또 먼저 주고를 계속해야한다. 이것은 이상하게 닳거나 하지 않고 더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포장마차에 큰 액자로 써 있는 사진이 또 다른 신뢰에 대해서 알람을 준다. 마나님 말을 잘 듣는 것이 또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