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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연 (劇)

영화는 영화다

by Khori(高麗) 2017.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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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여러번 보던 습관이 없었는데 이제는 가끔 다시 돌려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 전체를 다 돌려보며 추억을 되새김질 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면 가끔 영화속의 한 장면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밀린 휴가도 쓰지 못하고 한 해가 가고 있다. 그렇다고 시간을 쪼개서 읽는 것에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 주말 내내 가족과의 외식을 잠시 빼면 벌써 영화를 4편이나 보게 된다. 지난주에는 최진석의 인문학 강의를 주말에 재미있게 보았는데 말이다. 아저씨의 주말은 그럭저럭 흘러가는 듯 하다.


 우연히 이 영화를 한 번 본적이 있다. 출장중이었는지 출장을 다녀와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잠시 비열한 거리의 부분과도 혼동된다. 하지만 이 부분의 대사는 명확하다. "영화하고 현실하고 구분 못해?"라는 말이다. 그런데 보여지는데로 보는 사람이 보고 싶은데로 보는 사람을 항상 앞선다는 최진석이 노자강의와 항상 겹쳐진다.



 조폭 이강패는 자신의 어두운 현실에서 밝은 영화를 지향한다. 이유야 알 수 없지만 사람에게 동경이란 내 마음의 빈곳을 스스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채우는 방향으로 생각과 행동이 움직이다. 배우 김수타는 영화속에서 현실을 즐기는 듯 보인다. 그는 경계가 모호하다고 할 수 있고, 틀안에서 전체의 세상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조우를 통해서 잠시 영화라는 동경의 세계에 참여한 이강패는 현실이란 공간속에서 자신의 문제에 직면한다. 반면 김수타는 영화속에서 현실로 조금씩 나아간다고 할 수 있다. 배우의 호감도와 연기력이 아니라 주인공이 설정은 현실에서 발을 떼지 않고 살아가는 자의 것이다. 사랑도 현실로 나온 자의 것이다. 



 길거리에 주저 앉은 모습을 통해서 그가 생존해 오던 현실의 어두운 그림자를 함께 인식하게 된다. 이를 통해서 현실을 좀더 자각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박사장을 불상으로 테러하는 이강패의 잔인한 모습과 얼굴이 떨어져나간 불상을 김수타에게 전달하는 것은 어쩌면 현실과 영화라는 동경의 대상을 연결하듯 끊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면 각자 본인의 삶으로 돌아가는 계기일 수 있다.


 영화를 보다보면 이처럼 나의 현실에 딱 맞는 말들이 보인다. 백회장의 아랫사람을 믿지 말라는 말이 재미있기도 하고, 그렇게 산다면 타인이 나를 믿지 않는 고립무원의 세계라는 생각도 든다. 믿지 말라는 부정적 표현보다는 의심 또는 확인하라는 말이 더 적절한 대사였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현실에서 주고 받는 대사와 영화의 대사가 교차하는 부분도 재미있다. 그렇게 서로의 다른 삶이 영화라는 것을 통해서 또 얽히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어메리카어세신, 역모반란의 시대, 조금은 산만한 리얼보다 이번주에는 "영화는 영화다"가 제일 낫다. 택시 운전사 감독의 데뷰작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조금 시간이 나면 흑백영화를 좀 봐야겠다. 세계문학전집을 보면 좀 따분하지만, 흑백영화로 된 세계문학전집류의 영화는 아주 좋다. 대사가 책하고 별반 차이가 나지 않다. 한번 봐야지 하던 7인의 사무라이, 읽다가 중간에 멈춘 소피마르소 버전의 안나 카레니나도 괜찮을 것 같다. 


 생각이 많아지고, 한 해를 돌아보고 또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한번 영화와 현실을 구분 못해라는 냉정한 이강패의 말을 다시 한번 돌아볼 때가 된듯 하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것을 해내며 하고 싶은 방향으로 가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지섭 #강지환 #영화는영화다 #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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