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휴가 땡이다. 휴가를 마치며 몇 가지를 선택했다. 선물 받은 올재에서 발간한 '자치통감(신동준)'이란 책을 펼쳐서 조금 읽기 시작했다. 읽다가 잠에서 깨어나, 영화 "오살 誤殺"을 선택한 것이다. 다가오는 한 주에도 많은 선택을 할 것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문득문득 영화가 주는 이야기와 내 삶도 이렇게 저렇게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생각이 많기 때문인가?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2019년에 출품된 작품이다. 첫 시작은 쇼생크 탈출과 같은 상상의 이야기를 펼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영화를 기억한다면 그 배경과 영화가 시작하는 태국의 풍광이 왠지 우스꽝스럽고 경박해 보인다. 영화는 온갖 자락을 깔아 두고 음악의 크레셴도처럼 점점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상당히 탄탄한 구성이다.
쇼생크 탈출과 상상을 이야기하는 주인공과 이웃집 가게 주인의 대화가 재미있다. "영화를 1,000편 이상 봤으면 불가능이란 없는 걸 아시죠?"라는 말 재미있다. 인간은 자신의 상상을 현실로 갖고 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착한 놈, 나쁜 놈, 똑똑한 놈, 멍청한 놈 가릴 것이 없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 하는 일이 어쩌면 그런 일의 연장선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한다. 2012년부터 남겨 놓은 기록을 보면 나도 영화를 400편 정도 된다. 중고등 학교 때부터 땡땡이를 불사하며 본 영화까지 더하면 1,000편 언저리에는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이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로 시작한다. 사춘기 소녀는 행사에 보내주지 않으려는 아빠에게 수전노라는 말을 하고, 작고 똘망똘망한 눈을 갖은 어린 소녀는 피아노가 갖고 싶다. 이런 아이들을 보살피는 아내를 위해 네트워크 설치업을 하는 주인공의 가족이다.
그들에게 불어닥친 권력의 힘은 불쾌하다. 평범한 사람을 등치며 살아가는 상쿤이란 경찰, 루이통이란 도시의 경찰서장, 그 경찰서장의 남편은 의원이 되려고 한다. 이들은 어떻게 연결될까? 사건은 항상 엉뚱하게 터지고 그 사건은 타인의 삶에 파란을 던지곤 한다. 다름 아닌 경찰서장의 외아들이 개망나이기 때문이다.
개망나니는 말릴 수가 없고, 망나니 짓을 서슴지 않는다.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망나니 짓으로 본 재미로 뽕을 뽑으려고 한다. 그러다 명을 재촉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런 개망나니들의 문제는 명을 재촉해도 타인의 삶에 엄청난 낙서를 하며 재앙을 뿌린다는 것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오살(잘못된 죽음 또는 살인)은 중의적이고 사람들의 생각에 반대의 생각을 심기에 충분한 좋은 제목이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범죄 스릴러와 가족 영화란 분야에 양다리를 걸치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불가능이란 없기 때문이다. 무학의 천재처럼 주인공 아니 아빠는 영화적 소재에서 방법을 찾는다. 그중에 "몽타주"란 영화가 소재로 나온다. 태국 배경의 중국 영화에 한국영화가 섞여 재미있다. 스카이 캐슬의 'We all lie' OST까지 감독이 한국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몽타주는 나도 한 번 찾아서 봐야겠다.
범죄를 재구성하고, 완전범죄를 모색한다. 목적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타인과 연결된 정보를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빠는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만들어 제공하고 기억하게 함으로 완전범죄를 만들어간다. 내 생각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의 배열을 정렬하는 것이다. 여기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인간은 아주 정밀하고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스스로 착각하는 것이다. 해외에서 소매치기 때문에 경찰서에 신고하고 몽타주는 아니지만 많은 잠재적 범죄자들의 사진을 확인하는 작업을 해봤다. 경찰도 외국인 지갑을 찾기보다 자신들이 잡기 위한 범인을 위해 협조를 요청했었다. 그리고 내가 명확하게 깨닫은 사실은 내 머리는 믿을 게 못되고, 내 머릿속에 저장된 기억 또한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는 사실이다. 중단한 이유는 내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말한 진실이 누군가의 삶에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인간에겐 틈이 존재한다. 그것을 간파한 것이 수많은 영화를 통해서라니 재미있는 설정이다. 그리고 볼수록 송강호가 자꾸 떠오른다. 희한한 일이다.
검증의 관문을 뚫고 가족은 생존한다. 수촷인가하는 개망나니의 죽음은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그도 경찰서장이란 권력 아래에서 망나니 짓을 하는 문제아지만 그래도 한 어미의 아들이다. 피해자인 딸 동시에 가해자인 딸, 가족을 돌봐야 하는 부모, 사라진 가족을 찾는 부모까지 법이 아닌 도덕적 기준에서 무엇이 옳은가? 이런 질문을 던지기 참 좋은 영화다. 가족이 죄를 짓고 집으로 숨어들었다면 신고해야 하나? 도망가게 해야 하나? 무엇이 정의고, 무엇이 도덕이며, 무엇이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게 하는 것일까? 공자님은 거의 명확하게 이야기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법과 제도는 동시에 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대체 뭣이 중요한 건가?
모든 문제는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되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상처 받은 자식과 잃어버린 자식을 갖는 부모들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개망나니 하나 때문에 상처 받은 부모들이 만나서 하는 대화는 절절하다. 그 진실한 마음이 또다시 인간의 양심이란 종을 울린다.
영화에 그려진 모두가 개망나니를 제외하면 피해자들이다. 그들은 서로와 가족을 위해서 노력할 뿐이다.
반갑게 뛰어오는 사람에게 시주를 받고 건강하고 힘내라는 덕담을 남겨 준 스님과 무엇을 바라고 하는 시주는 받을 수 없다는 스님의 말은 많은 여운을 준다. 이 모든 피해자들은 무엇을 바래서가 아니라 그 사람들을 위해서 헌신하고 있다. 가족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들이 저지른 일이 옳다고 할 수 없다. 피할 수 없었던 일이다.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놓은 감독의 배려가 그런 의미가 아닐까?
휴가 마무리에 아주 괜찮은 영화를 봤다. 날은 더워지고 타인의 삶에 낙서하지 않고, 내 삶을 잘 자꾸고, 여유가 되면 타인에게도 도움을 주고,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 휴가 땡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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