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을 여러번 읽지 않는 습관대신 논어란 책은 이로써 5번째다. 김용옥의 논어, 심경호 교수의 논어(이건 1권 본 상태), 홍익문화사 논어, 작년에 어플로 받아 팔일편까지 열심히 필서하고 생각을 다이어리에 써본기억을 되짚어 보게 된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읽은 것이 변변치 않다.
논어하면 학이편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만 생각나는 사람이 나만은 아니겠지라며 위안을 삼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일상속에 사자성어와 다양한 기록과 말, 행동양식속에 논어는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다시 읽는 것은 저마다의 이유가 다를 것이다. 최진석 교수가 지적한 논어의 시작이 왜 학(學)이고, 도덕경의 시작이 왜 도(道)인지라는 지적이 무엇보다도 크게 생각된다.
나는 논어는 지속적으로 인간의 무지를 깨우쳐 줄 뿐 아니라, 평생 변해가는 과정속에서 배워야하고, 변하지 않고 유지해야 할 것을 분별하고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천여전의 생각이 시간을 흘러 지금에도 깊은 각성을 일으키는 것은 순수함과 우리의 본성이 그것에 공감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제 페이스북 친구의 글을 보면서 배운다는 것이 좋은지 잘 모르겠다는 댓글을 썼다. 나 스스로도 조금 배워서 안보이던 것이 보이면 재미있다. 하지만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 보인다는 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보이기 시작하면 지울 수가 없다. 매트릭스의 빨간약에 대한 후회처럼 말이다.
그럼점에서 배운다는 것은 위험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것, 넘치지 않는 그 선을 찾는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빨리 깨닫고 그만그만하게 사라져가는 천재나 미쳐버린 천재들은 어쩌면 이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의 상단에 원문의 해석이 있고, 아래에 작가의 글이 함께 실려있다. 원문을 고수하시는 분들이나 조선시대처럼 한글자 한글자에 목숨을 거는 학자가 아니기에 나는 좀 덜 깨닫는 수준이지만 편하게 볼 수 있는 면이 있다. 한자에 익수한 것이 아니기에 원문을 보면 시간이 속절없이 흘르기도 한다. 한글만 보면 이야기처럼 지나가고 또 남지 않는다. 한자어는 참으로 중의적이고 multiple communication으로 인한 혼선이 있기도 하나보다. 중국인이 느린 것도 다 이런 이유인가 하게된다.
이번 논어를 읽으면서 한가지 깨닫은 것이라면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다가오는 글귀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 뜻의 중요함이 있더라도 내 마음의 시간, 장소, 상황(TPO)에 따라 받아 들이는 양이 다르다. 처음에 익숙하고, 잘 사용하는 글자들이 다가오다가, 보면 볼수록 그냥 스쳐지나가면 '어 좋은 말이네'하고 넘어가던 것들이 이번에 더 눈에 밟힌다. 그런 점이 참으로 좋았던 것 같다.
작가의 글 속에 반어적 질문과 해석이 있는 경우가 있다. 원문을 본다하더라도 우리가 그 시대의 원문 그대로를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말을 모두의 현재에서 해석한다고 생각한다. 작가 스스로 배움과 깨달음의 기록이 의미가 있는 행동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글자 그대로의 뜻한 조금 다르거나, 나의 작은 소견과 다르더라도 그 전체적인 맥락을 같이 한다면 큰 문제될 것도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논어를 통해서 사람과 세상을 얼마나 더 배웠는지, 작가의 글을 통해서 현재 또 얼만큼 개안을 해가는지, 책을 읽고 또 내가 어제와 무엇이 다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앎을 몸으로 익혀내지 않으면 그것은 휘발성 지식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읽고 '아하'하는 감탄사를 날려도 현실에서 행동하는 범위는 더 좁아지는 것도 마찬가지지만...그래도 조금씩이라도 해봐야한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책을 훔쳐보니, 공자의 쿨한 한마디 나는 모른다 이 말이 참 새삼스럽네요. 움직임은 반대로 향하니 부족함은 곧 배움으로 펼쳐졌겠죠...책의 한구절도 안남겼네요. 유교무류..공자의 정신은 모두에게 가능성을 열어둔다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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