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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인사만 잘해도 인연이 생긴다

by Khori(高麗) 2019.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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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대학원 선배가 유학 가서 처음 지도교수를 만나고 "How do you do?"라고 했더니, 교수가 한참 뜸을 들이고 인사를 했다고 한다. '이런 말은 요즘  안 쓰지' 하시더란다.  말은  달 전 미국 출장 중에 듣게 되니 신기했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말이었는데.

 나는 인사는 살아가는데 나를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이왕이면 즐겁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마운 일이 있다면 정중하게 진심을 담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도 공부는  못할  있지만, 사람이 오고 나가고, 옆집 어른들을 만나면 인사를 제대로 하라고 한다. 어려서 머리를 눌러서라도 시키다 보니 아직도 맘에는  들지만 여전히 내가 자주 하는 잔소리다.

 

 최근 내가 다니는 회사의 OB 출신 사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부품을 공급하는 중국 업체 문제로 우리도 골치 아픈 일이 있었는데,  업체를 인수하신다고 한다. 생각나서 전화하셨다고 해서 '앞으로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를 드렸다. 돌아보면 사장님과 어떤 사업적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전시회 때 뵈면 인사드리고, 예나 다름없이 "사장님  계시고, 어르신들   썪이고?" 하신다. 그게 어르신 인사법이다. 그렇게 보면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보낸 시간이 7-8년 정도가 흘렀다. 그리고 지금은 우연하게도 함께 일하고 도움을 받는 관계가 됐다. 

 

 그런가 하면 오늘은 함께 일했던 형님이 전화가 왔다. '내가 다른  제품을 보고 있었는데,  생각이 나서 전화했다' 하시더니 수출 건으로 우리 제품을 선정해서 협의하시겠다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일보다는 종종 들러서 안부를 묻고 소주도  잔 하던 것이 무엇을 바래서가 아니다. 

 내가 사무실에서 우리 직원들만 봐도 아침마다 즐겁게 인사하는 사람들과 본체만체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다 하루 기분이 나빠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인사는 가끔 '나를 기억해 주세요'라는 말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인사 잘하는 사람들이 사람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받는 경향이 높아 보이고  결과물도  만드는 경향이 있다. 아마 스스로도 누군가 기대를 갖고 나를 바라본다는 잠재적 의식이 생기는 것도 같고,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협조적인 경향이 많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어려서 인사를 하고 다니면 "너 누구냐? 뭐하는 녀석인데 여기서 매일 얼쩡거리냐?"라고 묻는 사람도 있고, 허리를 숙여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면 동양 사람뿐만 아니라 서양사람도  진실한 마음을 안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지만 처음 방문했을  동유럽 고객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글쎄 얘가 매일 연락하고 그래서 작년에 얼마나 우리가 거래했나 봤더니 고작 6천 달러더라고.  미친 녀석인가 했지. 온다고 해서 나도 호기심이 생겼어"라며 같이 동행한 팀장에게  년 동안 내가  짓이 미친 짓이라며 한껏 흉을 보던 사장이 있었다. 그리고 사업이  만불을 훌쩍 넘을 정도로 점차 커졌다. 서로 역할을  수행하고, 운도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고객이 그렇게 우리 제품에 집중해서 시장 판로를 개척하지 않았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가 있을 때의 인사치레와 평상시 일관된 사람에 대한 태도  인사만큼 짧은 시간에 나를 알리는 수단도 없다. 

 

 이런  말고도 많다. 외국인 회사에 다니던 시절 알던 지인들을 출장에서 시간이 되면 만나서 식사를 하려고 한다. 시간 나서 출장 중에 딱히 할 일도 없다. 서로의 안부도 묻고, 인사도 하고 다음에  보자는 상투적인 일이지만 그런 시간이 쌓여서 인연이 되는 것이다. 그러려고 만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과 업체를 소개받아서 진행하는 사업도 있다. '그래   해봐라'하고 먼저 사업기회를 주시는 분들도 있다.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쌓아  과정이 인연을 만들어 간다. 해외영업을 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일이 업무다. 잔머리 굴리고, 약싹 빠르게  푼을  챙기는 것이 마치 나의 능력처럼 느껴질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당장  푼의 즐거움이 있지만 삶이 천박해진다.  商道라고 하겠나? 경영, 경제, 회계, 통상 이런 학문에 道라는 글자는 붙지 않는다. 상거래는 물건을 팔고 사는 것으로 보이지만 마음과 마음의 교감이 총체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해외 상거래는 무역(貿易, 변화에 대응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에 상도라는 말을 거창하게 붙이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관계의 확장이기 때문이다. 거래에 예의가 없으면 법을 부르고, 법이란 기준으로 상대를 촘촘히 옭아멘다. 그렇게 해서 오래갈 수 있겠나? 

 

 신뢰란 법이나 계약서 때문에 지키는 것이 아니라 거래 상대방에 대한 존중, 배려,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다.  시작에 서로를 알아가는 인사만 한 것이 없다. 모레는 다시  꾸려서 인사하러 다녀야 겠네.

 

#인사 #예의 #해외영업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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