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PD라는 직업은 내 삶에서 큰 의미가 있었던 때가 있다. 돌아보면 꼭 신문방송학과를 간다고 PD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잊혀진 꿈이 있다. 90년대 일요일 밤을 주름잡던 프로그램의 PD이야기를 읽으며, 사람이란 보여지는 모습과 자신이 걸어가는 삶 사이에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 이야기의 깊이와 공감을 통해서 배움과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인연의 주제로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 만나면 좋은 친구라는 마봉춘의 광고 노래가 생각나다. 그가 오랫 동안 몸담아온 조직과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가 비슷하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나에게도 친구들이 있다. 중학교부터 이어오는 친구들이지만 자주 보지 못한다. 그런가하면 한 업종에 오랜 기간 종사하며 친구처럼 지내는 동업자들도 있다. 함께 한 시간만큼 서로를 알아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주철환의 이야기처럼 시간은 대단히 소중한 것이다. 그 시간이 세월이 되어 좋은 추억이 되는 것은 감사한 일이고, 고난의 시간이 저주스럽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고 무엇인가에 다다른 시간은 또 기쁨의 것이다. 벗어날 수는 없지만 고생과 후회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좀 더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 과정에서 인연이 닿아 만나는 모든 사람이 인연이다. 그 인연의 깊이가 서로 다를 뿐이다. 그 인연의 깊이가 더 해가면, 그의 말처럼 "그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고, 그가 잘 되었을 때 기쁜 것이고, 그가 도움을 요청할 때 내가 도울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즐겁게 돕는 것이다". 인연의 깊이는 내가 고난에 처했을 때 알 수 있다. 굳이 확인하려는 노력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많이 베풀어야 한다.
책 속에서 그가 하는 말은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게 하는 듯 담백하다. 그 많큼 사색과 성찰의 깊이가 있다. 몇가지 좋은 문구를 다시 써 보기전에 감사한 생각과 세월은 누가 친구인지를 다시 알려준다는 의미가 내가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생각하게 한다.
"자신과의 대화는 사색이 되고, 타인과의 대화는 사랑하는 법을 깨우쳐 주는 길"
고독하게 혼자 사색만 하는 자는 철학자도 깊이도 얻을 수 없다. 세상은 언제나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다. 사랑하는 법을 잘 알아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한 듯 하다. 내 눈에 들어온 들보가 항상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미워서라기보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그것이 남들을 힘들게 한다면 좋은 과정은 아니다. 내가 가야할 길을 바꾸거나 낮춰서 타인이 만족한 이야기만 쓸 수도 없다. 특히 그것이 함께 하는 사람들을 이롭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 경계에서 갈등이 많다. 저자는 관찰, 관심을 이야기하지만 어쩌면 세상에 너무 많은 관심도 병일지 모른다. 좋은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는 더 생각해야겠다.
"시간은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
시간은 신과 자연의 기준이다. 인간은 시간에 종속되어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통제할 수 없는 시간은 항상 억울한 존재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을 거쳐 성과를 확인하고, 삶의 이야기를 채워가는 방향으로 생각하면 시간은 축복의 선물이 될 수 있다. 가끔 스스로와 인간이 만드는 저주의 시간이 있다. 그런데 시간은 항상 그것의 바른 결과를 끌어내는 힘이 있다.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시간을 들여 장점을 보는 것은 마음에 품고 노력해야 한다. 나는 반대의 것을 찾는 능력이 좋은 편이었다. 지금은 장점을 보는 눈이 조금 뜬 정도다. 그것을 잘 활요하는 인품을 더 닦아야 한다. 그런데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전자는 말하지 않아고 드러나고, 후자는 좋은 친구와 같은 애정과 사랑을 갖아야 볼 수 있다. 그것이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고 또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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