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일단 가르쳐줘! - 배우겠다는 의지는 강력한 힘이다

해외영업 (종료)

by Khori_聰 明 强 Khori(高麗) 2020. 9. 5. 10:33

본문

 회사란 조직에는 전문 지식을 갖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박사(博士)만 전문가가 아니다. 한자로 두루 넓게 아는 선비가 박사인데, 현실 사회에서는 한 분야만 잘 아는 사람이 박사다. 나는 모든 자격증은 정기적으로 자격검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년 전 전문가가 지금도 전문가일지 장담할 수 있는가? 세상 모든 자격증이 CCR검증을 한다면 세상은 훨씬 겸손해질 것이다.

 

 반면 현실에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은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꼭 가설, 검증, 통계분석을 통한 논문을 쓰지 않더라도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서 성공적인 과정과 망삘을 '척 보면 압니다' 수준으로 분별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조금 거친 표현이 있지만 대단히 유용한 지식이다.

 

 분업구조를 포괄하는 모든 조직은 다른 분야를 공부한 사람들이 모였다는 장점이 있다. 배경지식과 경험이 다르다는 말이다. 내가 모르는 분야에 관하여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 그런 생각을 잘 안 할 뿐이다.

 

 "갈쳐줘!(공손하게 때론 아양 떨며)"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과 '창피하게 뭘 자꾸 모른다고 말할 수 없지'라는 사람의 결과는 다르다. 그 결과가 삶에 큰 영향을 준다. 나는 모르는 내용을 배울 때마다 온갖 회사 사람들을 쫒았다니며 '이거 무슨 소리예요? 어려운 말로 하지 말고 초딩도 알아듣는 수준으로 설명해줘요'라는 말을 많이 했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업종 잡학을 쌓게 됐다. 가끔 아는 것도 병이란 생각이 든다.

 

 기획실 후배가 찾아왔다. 기획실 막내 동기부여도 필요하고 마침 "GDPR", "NDAA" 이런 것을 알고 싶다는데 한두 시간 설명을 좀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이런 건 본인들이 조사해서 사업부 교육을 해야지 ㅎㅎ) 그렇지 않아도 NDAA관련 사항들이 사업적 규제, 새로운 진입장벽이 되며 골치가 아픈 시절이다. 그렇지만 개인정보보호법, 국가수권법이란 법률 규정을 대략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설명하는 수준에는 차이가 있다. 게다가 그것을 어떻게 본인들이 하고 있는 일, 회사가 만드는 제품, 서비스와 연관시켜서 설명할 것인가? 이런 제도 변화와 요구사항이 현재 세상의 트렌드와 어떻게 연결되어 이루어지는 일인가를 설명하는 것은 더 복잡하다. 이걸 묶어서 동기부여를 하라고 하니 말은 참 쉽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서 제일 거부하기 곤란한 일이 막무가내로 "가르쳐줘"다. 대단한 권력이다. 누구나 이렇게 나오면 뿌리치기 힘들다. 왜냐하면 인간이 측은지심도 생기고 기특해 보이기도 한다. 냉정하게 뿌리치면 "아니 사람이 왜 그래", "애한테 너무하네"라는 체면과 평판에도 큰 영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일이 잘 되면 기분이 좋다. 잘 안 가르쳐주는 것은 더 집요하게 배워야 한다. 대개 그런 것이 더 효과적이다. 마침 가입해 둔 포럼 링크를 전날 보내줬다. 전문가 집단의 자료와 글이 있어서 나중에 찾아볼 때 도움이 될 듯하다.

 

 텔레비전을 안 보고 사는 편이라 잠시 태블릿으로 유튜브를 봤다. 무술 고수 vs 격투기'라는 영상이 보여서 보기 시작했다. 격투기 선수의 완판승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실전의 힘이 가장 잘 나타나는 분야가 군사력이다. 한국이 베트남전에서 기세 등등한 것은 한국전쟁이란 실전 경험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종종 전쟁을 하는 것도 실전 경험을 갖는 사람들을 확보하기 때문이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내가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조직 생활은 실전이다. 실전을 민간인, 민방위, 예비군, 군인, 직업군인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직업 아닌가? 이 직업이란 부분과 내 삶이란 집합과 집합의 만남에서 생기는 것들의 가치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침 교육 대상자가 수학전공이라 전공자 앞에서 "집합은 참 철학적이다"라는 말을 나중에 해줬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 좀 잡아보는 거지.(잘 먹혔다고 자평함. ㅎㅎ)

 

 무술은 오랜 전통을 갖은 온실 속 훈련이라고 한다면, 격투기는 실전에 가까운 환경과 다양한 기술의 사용이 가능하다. 즉 내가 하지 않는 분야의 기술을 접목하여 공격과 방어를 훈련하게 된다. 무술 고수의 노익장은 가상하지만 떡락이 되는데 몇 초 걸리지 않는다. 무모하다. 이런 자존심은 상황과 때를 잘 분별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나때'가 상황, 때, 장소, 지위에 맞으면 명불허전이 되고, '나때"만 남으면 꼰대가 된다. 무엇을 알려줘야 할지에 대해서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결국 막둥이가 알아듣는 수준에서 4차 산업 ICBM, AI의 ABCD, 이런 변화 속에서 필요한 산업 규제와 기술의 추진방향, 그 영향이 우리가 하는 산업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직접적인 미국 시장과 유럽시장에서 규제와 조치에 대해서 장황하고 대강 철저하게 설명해줬다. 그래야 왜 개인정보보호와 국가수권법이 왜 발생하고 이것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대략적인 맥락을 갖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재미를 주려는 노력과 모르는 말이 나오면 전화기를 통해서 반드시 사전을 찾아보게 했다. 열심히 뭘 적는 모습이 재미있다. 지식과 삶의 깊이는 자신의 노력으로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립서비스인지 진심인지 재미있었다니 다행이다. 공부는 자신이 해서 채우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답(答)을 손쉽게 얻고 싶어 한다. 내 경험에서 여성들의 경우 잔소리 빼고 답만 말해라는 요구가 더 많다. 포털이 왜 인기가 있겠는가? 이 말이 남성들이 더 진득하고 깊이 있게 파고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절실함 또는 호기심이 없다면 구하는 것은 제한된다. 답을 구하면 당장 어디에 광을 팔며 대답을 하고 사용할 수 있지만 좀 지나면 기억이 안 난다. 포털에서 찾아보는 온갖 것들이 1년만 지나면 머릿속에서 남아있는 것이 없다. 휘발성 지식은 상황에 따라 필요하지만 사람을 경박하게 만든다. 나라는 존재가 담고 있는 성향, 성품, 태도, 지식이 총체적으로 모여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 그 정체성이란 확고부동한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 자신이 무엇을 담고, 덜며 만들어 가는 것이다. 

 

 다음에 뭘 또 물어보겠단다. 주제는 본인이 정해야겠지.. 그걸 다 내가 알리가 없다. 이러면 횡설수설 아무 말 대잔치거나 A~Z까지 어떤 주제를 골라도 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나때' 되갈지 모르겠다. 부탁받고 한 일이지만 우리 본부 막둥이한테 "왜 재만 가르쳐주는 거예요"라고 혼내길래 같이 밥 사 주고 무마까지..

 

 오후에는 밑바닥부터 일해서 자수성가로 일어나 해외기업(우린 조폭 사장이라고 한다.ㅎㅎ)에서 뜬금없이 COVID-19, 미국 무역전쟁, 4차 산업 기술동향에 따른 PEST분석 자료를 달라는 내용이 접수됐다. 담당자, 해당 팀장에게 "애들이 외부환경 분석, 내부 환경 분석, 역량 분석, 5 Force경쟁 분석, 경쟁전략 수립"과 같은 일을 하는 애들이 아닐 텐데 갑자기 왜 이러냐?"라고 물어봤다. 담당자 왈 "창업자가 깡패인데 그럴리는 없고... 코로나로 애들이 노나 갈구는 건가????". 분석 자료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보고서는 대외비라 줄 수가 없다. 국가가 다르기 때문에 외부환경 요인의 차이도 존재한다. 그리고 전략은 본인들이 판단하는 것이다. 

 

 "고객님, 문의하신 내용을 우리가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으나.... 분석을 해달라는 것이면 시장조사 기관과 전문 컨설팅 기업에 의뢰를 하셔야 하고, 분석을 하기 위해서 정보가 필요하면 질문지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엔간이 좀 해야지!!라는 마음을 담아)"

 

 이랬더니 한국 지사에 있는 사람이 담당자에게 계속 연락이 오나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니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벌써 눈앞이 정상이다. PEST 각 부분별로 모아 두었던 자료를 조금 주고, 그 나라에도 우리나라 한국은행처럼 중앙은행에 가면 각종 지표 나오고, OECD/UN/블룸버그/주식시장 산업별 애널리스트 리포트와 각 산업협회에 가면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정치문제는 본인이 뉴스를 본던 곳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찾아봐야 할 일이다. 해석은 제각각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이 있어서 다시 연락을 했다. "본사 경쟁전략 나오면 우리랑 관련 부분 미리 알려주기 있기 없기? 알았지!!"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아~ 쾌청한 하늘과 솜사탕 같은 구름이 청명한 가을이 오는 걸 알려주고, 주말이 느릿느릿 다가오는 금요일에 하루 종일 빚쟁이들만 다가오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게 제일 좋은데. 그런데 사장님은 또 나를 찾으시나... ㅡㅡ;; (뭘 또 시키실려고 이런 느낌적 느낌)

 

#직장생활 #해외영업 #직무교육 #아무거나교육 #막둥이 #PEST #엔간히 #khori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