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 일찍 비도오는데 미팅을 하러가게 됐다. 미국에 끌려갔다가 아는 업체 부사장이 간곡히 부탁해서 하는 일을 조금 도와주게 된 셈이다. 사실 업체가 찾는 제품을 지인을 통해서 거의 만들어 둔 상태다. 그 일때문에 미국에 끌려갔다왔는데.
여러모로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해당 업체 대표님과는 이런 저런 오랜 인연이 된 사이다. 본인 회사에서 인기가 좋다며 에둘러 말씀하신 적도 있고, 이런 말씀에 대표님 회사는 엄청 빡세다고 퉁을 줬다. 고마운 마음과 괜히 민폐같은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이런 인연으로 내가 취급해서 팔아도 되는 것이지만, 만들어 둔 지인회사와 해당 업체를 연결시켜주는 자원봉사랄까? 요즘 수출이 쉽지 않다. 내 생각에 한국에서 수출할 기업이라고 말하는 기업과 대기업이 하는 정도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아침부터 해외 지사와 상품기획팀장까지 나와서 미팅을 하는데 아쉬움이 많다. 본인들 기업에서는 없는 라인업과 form factor를 채워주는 일인데 시장조사, 사업환경분석, 경쟁분석, 제품분석들이 생각보다 아쉽다. 미팅이 아니라 "궁금한 걸 물어보세요"와 같은 시간이 되버렸다. 남의 회사 직원들에게 잔소리를 할 수도 없고, 대표님에게 감사한 일들이 많아서 보답한다고 생각하고 하는 일이니 잘 해서 수출을 많이 해보시라고 했다. 잘 되면 일년에 해당 기업이 한 제품으로 3-4백 만불은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인데 잘 할런지 모르겠다. 이렇게 마무리하고 손 털겠다는는 계획에 막판 또 뭘 부탁한다. 아이고.... 못살아.. 알아봐준다고 약속을 했으니 내 팔자야..
미팅 끝날때쯤 해외지사에 나가있는 팀장이 "요즘은 책을 왜 안 읽으세요?"라고 묻는다. "나이먹고 천 권넘게 읽어봤더니 잘 안보여. 영화나 볼까 하하" 그래도 업종 사람들이 내 블로그들 스토커처럼 조용히 관찰한다는 생각과 하라는 것 열심히 하지 책 안 읽는다고 잔소리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담덕 3권이 아직도 안 끝났다. 마나님이 사준 4권은 손도 안댔다. 채GPT도 한 권 샀는데. ㅎㅎ
미팅을 마치고 내가 생각하는 유일한 다른 대기업에 있는 후배 팀장을 보러갔다. 서로 친하지는 않지만, 마침 회사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상품기획팀장을 하다가 영업을 한다고 해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 혹시 자리에서 밀려났나 했는데 자발적으로 도전해보겠다고 해서 제정신이 가출했나 걱정했다. 미국에서 돌아올 때 기업 대표이사를 라운지에서 봤는데 오늘은 후배 녀석 대표이사랑 밥먹는다고 하니 그래도 안심이다.
주변에서 하도 말려서 하던 팀장 계속 하기로 했다고 한다. 팀장을 오래했다고 걱정하는 녀석을 보니, 승진도 걱정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야 10년 젊었으면 영업한대도 안 말렸을텐데, 어깨넘어로 배운 칼싸움하고 실전 칼싸움하고 달라. 현장 경험이 많지 않으면 라인언 일병 구하기가 아니라 바로 골로가는거야? 너 상품기획하며 현장 많이 나가봤어?"라고 잔소리를 했더니 싱긋 웃는다. "하여튼 잘했다. 지금 나이면 하던 것을 열심히하며, 후배들을 잘 양성해봐. 내가 마음이 다 편하다, 환갑되서 정년퇴임할 때까지 상품기획해봐. 내가 보면 적성 딱이구만"이라고 말해줬다. 다음에 찾아오겠다고 해서 한가할 때 맥주나 한 잔사라고 했다. 비도오고 택시를 잡아 타고 사무실에 가며 누가 잔소리꾼이냐라는 생각이 든다.
사무실에 돌아와서 미팅 랩업해서 메일보내고, 지인보고는 언제 그런 회사랑 일하냐면 3개월은 나죽었다 생각하고 하시라고 했다. 어르신을 닥달하고 하니 웃음이 난다. 업체에는 어르신 코텃뽑아서 괜히 사달내지 말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말했다고 하니 어르신이 더 신이 나서 웃으신다. 저녁엔 따로 고맙다고 메시지가 왔다. 이러다 중국에도 다녀오겠다. 그만 오지랖을 펴야지. 하여튼 하루종일 봉사활동하고 출장다녀와서 밀린 일을 오후에 정리하느라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버렸다. 그래도 마음은 부자가 된 기분이다.
아참.. 남자인지 여자인이 구분없는 브라더들이 시킨일이 또 있네..이건 내일 하는 걸로. 내일은 진짜 내 업무 미팅도 있고.. 눈이 퀭한게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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