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총화'의 소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신화, 전설, 귀신에 관한 이야기들을 전공하는 사람이 존재하겠지만, 이런 단편적인 모티브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을 볼 때마다 사람들 참 기발하다고 느낀다. 사실 열정은 대상과 목표가 함께 해야 한다. 열정만 있다고 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야 관심이 생기고, 찾아보고, 찾다 보면 이런 호기심과 지식이 합쳐서 이런 것을 만드는 것일까?
시체에 관한 영화는 많다. 영혼 없이 움직이는 특징을 갖는다. 그래서 좀비류의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좀비 영화가 한여름에 소름을 돋듯 기시감을 주지 않는다. 차라리 옛날 '전설의 고향'이 훨씬 무섭지. 그 외 시체에 관한 영화라면 차라리 '강시 선생'류의 영화는 코미디에 가깝기 때문에 차라리 재미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공포영화라고 분류하는 것이 맞을까? 그런 의문이 든다.
요즘 읽고 있는 자치통감을 보면 타인을 저주하는 행위들이 나오고, 그 저주가 발각되면 죽임을 당한다. 지금은 무고라고 하면 허위로 타인을 음해하는 것이지만, 자치통감을 보면 타인을 저주하는 것을 무고라고 했다. 행위의 본질은 동일하다. 영화를 보면서 왜 이 단어가 생각났을까? 나도 알 수가 없다.
죽은 시체가 돌아다닌다는 설정은 흔하다. 그러나 시체가 의식과 목표를 갖고 움직인다는 것은 색다른 설정이다. 그 설정에 용재총화의 이야기에 나오는 설정을 차용해서 아주 그럴싸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의 두꾼이란 무속인을 등장시켜 재차의 이야기와 융합한 점도 꽤 괜찮았다. 결계에 인도네시아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순수함은 허술해 보이지만, 영화의 설정에서 이 부분이 없으면 맥락을 이어 붙이기 어렵다.
이야기는 사람을 위해서 사람을 살리는 약품을 만드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의 임상실험이란 꾐에 빠져 지원한 노숙자, 불법 체류자란 설정은 세상의 단면을 비틀어 보여준다. 모두들 세상의 안전을 위한 희생에 고마워하지만, 내가 그 희생이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한다. 그게 사람들의 보편적 특징이다. 문제는 세상 사람들은 서로 알게 모르게 인연이란 끈으로 소리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희생된 사람들의 분노... 글쎄 죽은 사람은 현실에 물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아픔을 느끼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분노와 슬픔이 각인된다고 생각한다. 그 분노의 슬픔은 저주로 태어날 수 있을 뿐이다. 노자의 구절을 보면 '백성의 입은 하늘도 찢는다'라는 내용이 있다. 죽은 원혼들의 슬픔을 살아있는 자가 느끼고, 그들의 입이 또 하늘을 찢는다. 결과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일이 발생되는 원인과 순서가 그렇다는 말이다.
그들은 왜 분노와 슬픔을 녹여 저주를 품게 될까? 그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기 때문이 아닐까? 방법사와 재차의가 격돌하는 그 장면, 그 눈빛이 아름답고, 슬프고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액션 장면도 나쁘지 않다. 템포와 리듬감이 있다. 만약 예산이 마블 정도 된다면 공포 스릴러가 아니라 판타지 스릴러가 될법한 영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영화가 시리즈로 나오면 어떨까?
#방법_재차의 #한국영화 #용재총화 #시체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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