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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연 (劇)

허구는 진실을 카피하고, 진실은 허구에서도 배운다 -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by Khori(高麗) 2021.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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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넷플릭스 '음양사 청아집'을 봤다. 첫 장면이 마음에 남았다. 한문으로 쓰인 글귀로 '자신의 이름이 자신을 위한 주문'이란 뜻이었다. 이름으로 불리는 정체성,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이들의 이름을 만드는 것은 대부분 부모와 가족의 역할이다. 그 바램을 정성스럽게 담아 이름을 만들어 준다. 그런 과정을 되돌아보면 각자 갖고 있는 이름이 곧 스스로를 위한 주문이란 말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처음 만난 영화 속 글귀는 그렇게 내게 남는다. 즐겁지 않은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도 많지만 대부분의 영화는 허구다. 진실의 세계를 약간 카피하고, 진실의 세계에 존재할 법한 스토리를 만들고, 지나가다 볼 수도 있을 법한 사람을 등장시킨다. 차이라면 영화엔 감독이 있고, 현실엔 내가 존재할 뿐이다. 물론 배우들이 훨씬 이쁘고, 잘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차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 그 속에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이 들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 공감, 애정, 환호,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허구로 점철된 영화를 보며 진실의 세계에 존재하는 내가 감동, 깨달음, 앎, 사랑, 음악 이런 것들도 알게 된다는 것이다. 허구의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실에 실존하는 내 마음과 머릿속에 전에 없던 무엇인가가 스며든다는 것이다. 

 

 표지 사진 뒷면에 모아둔 영화 포스터가 있다. 어려서 '스크린' 잡지를 사면 영화 포스터를 줬다. 영화 비디오 테이프도 당첨됐는데 떼먹기도 해서 속상한 기억이 있다. 그러다 극장에 가면 항상 포스터를 들고 온다. 왜 그럴까? 그런 생각도 들 때가 있지만 안 들고 와도 허전하다. 이 책은 200편의 영화와 1,000개의 문장으로 구성됐다. 내가 남겨둘 기록을 보면 300편 정도 된다. 사실 영화는 훨씬 더 봤다. 책 속에 나오는 영화 7~80%는 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좋은 점은 작가가 골라낸 문장의 외래어 표기를 같이 남겼다. 영화 '기생충'도 영어 대사가 남아 신기하다. 가능하면 영어 대사를 꼭 읽어보면 좋겠다. 두 번째로 좋은 점은 '죽은 시인의 사회'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한참 공부하며 땡땡이 실력이 일취월장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이 영화를 개봉일날 보겠다고 야자 땡까고 짝꿍과 시내에 놀러 갔다.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보고 집에 도착했는데 전화가 울렸다. 담임이었다. 운 좋은 거였지. "어머니 바꿔봐", "그게... 안 되는데요"를 반복하다 "너 이 새끼 내일 보자"로 끝났던 것 같다. 다음날의 기억은 인생에 없다. 세 번째로 좋은 점은 '메멘토'를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에필로그에 두 가지 영화가 있다. 사람 다 비슷한가 보다.

 

 최근 지인에게 "The Grand Budapest Hotel, 웨스 앤더슨 컬렉션'이란 책을 빌려왔다. 이런 책처럼 이 책도 명장면의 스틸컷, 대사 그리고 작가의 마음에 작은 파동을 던진 이유를 적었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재권을 이야기하면 돈이 많이 들지 모르겠지만 훨씬 좋은 책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계획과 목표가 있다. 영화를 보는 사람도 계획과 생각이 있다. 책 속의 대사 중에 '기억은 해석의 문제'라는 내용의 문구가 있다. 이 1,000개의 문장에 맥락(context)을 묶어서 전달했다면 훨씬 좋지 않을까?  

 

  'Until you start believing in yourself, you ain’t gonna have a life'

 어제 이동 중에 읽었던 문구 하나를 남겨본다.

 

#영화 #명대사 #독서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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