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시간에 관한 이해와 해석의 영화를 만든다. '테넷'이 그랬고, '메멘토'가 그렇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인간에게 도전이다. 구성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시간을 거스르는 인간의 욕망을 달성하는 개인적인 부분을 영화로 구현한다. 사람들에겐 살아가고 있는 많은 것을 돌아보는 기회를 열어준다.
'사람은 기억을 통해서 현재를 이해한다', '기억은 해석의 문제'라는 대사를 보면, 작가와 감독이 시간이란 주제에 대해 철학적 깊이를 품고 있다. 동시에 흐르는 시간 속에 인간은 내가 완벽에 가깝고,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생각하거나 착각하지만 사실과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명확한 진실이다. 거짓보단 사실이 더 중요하고, 사실보다 진실이 더 중요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인간은 이 또한 잘 잊는다.
레니는 부인이 끔찍한 사고로 살해당한다. 레니의 기억이 그렇다. 그 사건을 계기로 레니는 10분마다 그 시점 이후의 기억이 사라진다. 우리는 종종 머릿속의 나쁜 기억이 사라지길 바라기도 한다. 그런 선택적 기억장애는 이상하게 멀쩡해 보이지만 부도덕한 사람들의 거짓 속에 존재할 때가 많다. 설정이 꽤 그럴싸하고 호기심이 생긴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내 생각은 레니의 기억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테디의 말처럼 우리는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하고 싶은 방향에 따라 기억하고 해석하는 오류를 품고 있다. 기억, 사실, 진실의 차이만큼 내 마음과 주변은 혼란하고 분주하며 시끄럽다.
영화에 나오는 나탈리는 인상적이다. 전형적으로 타인의 삶에 낙서를 한다고 해야 할까? 왜 그 역할은 여자가 할까? 신체적 차이가 지적 차이를 통해서 보완되는가? 이런 생각도 해본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흑백(이 부분이 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의 장면과 컬러의 장면이 교차한다. 현재는 기억에 의해서 완성되듯, 시간이 흐르며 기억을 구성하는 사실과 진실로 방향이 흐른다. 외형적으로 모두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하면 일상의 흐름과 다르겠지만, 사실과 진실의 방향으로 흐른다고 생각하면 영화가 보기 편하다. 이 흐름 속에서 나탈리는 동정 어린 눈빛으로 레니를 돕거나, 속이거나, 이용하거나 그렇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레니가 10분이면 잊는다는 사실이다.
테드, 존 G라는 사람은 조금 혼란스럽다. 경찰인가? 마약상인가? 레니를 돕고 있는가? 레니를 이용하는가? 복합적으로 들어있다. 기억이 망가진 사실은 현재의 혼돈을 야기한다. 혼란스러운 존재에게 인간은 어떻게 다가가는가? 세상 모두가 그렇다고 할 수 없고,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없다. 결국 내가 온전해야 한다. 그리고 레니가 끊임없이 기록하는 습관을 몸으로 익히는 것은 중요하다. 기억의 해석에 편향과 왜곡이 존재하지만, 그 순간 내가 느끼는 진실을 사실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삶도 그런 느낌을 기억으로 간직하며 삶을 만들어간다. 단지 '왜곡의 편차가 얼마나 큰가?'의 문제다. 그 편차만큼 통계처럼 정확도가 변하고, 일상에서는 언행일치와 같은 말로 신뢰도에 대한 결과를 논한다.
누구나 내가 보았고, 알았고, 기억한다고 생각한다. 실재의 사실에서 내가 바라본 방향, 내가 체험한 사실, 내가 살아온 과정을 통해서 해석한다. 그것이 진실인가? 다시 진실이라고 말하는 것이 사실인가? 정확한가? 그 정확성은 나의 것인가? 타인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이런 질문을 하며, 요즘 내가 살아가는 현재의 연속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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