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들렀다 빨간색과 검정색으로 장식된 자극적인 표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제목을 보면서 젊은 시절 주역책을 샀더니, 별로 본적이 없는 한자로 무극과 태극, 음양이 나오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는 알길이 없고, 뒤에 동전으로 점치는 법은 몇번 해 본기억이 있다. 그런데도 묘한 매력인지 인연에 끌려서 책을 흘쩍 훑어보니 예전에 봤던 책과 다르길래 무턱대고 구매를 했다.
대학, 논어, 맹자, 중용으로 순서를 보면 학문과 기본적인 사회에 나가는 소양, 다르리는 사람들이 갖아야할 자세, 그리고 삶의 이치를 체계적으로 설명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시경은 인간 내면의 감수성과 다양한 감성, 서경은 실질적인 사회를 운영하는 방법이라고 하면 주역은 중용과 같은 삶의 원칙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
사기열전에 공자가 노자를 보고 용을 보는듯 했다는 말이, 극기복례와 같은 제도와 학습을 통한 인간의 계발을 통한 궁극적인 것과 자연이란 큰 틀에서 세상의 원리를 접근하는 궁극적인 것은 또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한자를 보면 나같은 일반인이 그 뜻을 잘 끊어서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아니 거의 이해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려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책을 다 읽고 보면 왜 옛사람들이 이를 읽게 했는지에 대해서 조금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유학의 인위적인 제도와 개발, 학습으로 배울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생활하는 모든 것을 제도화하기 불가능하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들 수 있는 원리를 찾아보라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대체 이런글을 옛날의 현자들은 어린 나이에 어떻게 깨닿는지 대단하다는 생각과 소년등고란 말을 통해서 내가 더 자연스러운것이란 위안도 삼는다.
친구녀석은 이 책 대신, 교회나가고 성경을 읽어 보라고 하지만, 이 책은 참 읽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 첫번째 이유가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책의 저자는 역술인이고, 대부분의 역술인이 주역을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 점, 사주를 볼때 사용한다고 하는데 역술인이 주역을 그런 용도가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는 점이다. 유학자, 한문학자들의 이론적 설명도 중요하겠지만 일반인과 거리가 멀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글자의 의미로 목숨을 거는 시대도 아니고, 그 미묘한 차이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다. 그런 과정에서 큰 의미를 버리게 된다고도 생각한다. 물론 읽다보면 이런건 조금 하는 생각도 들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이유는 주역에 나오는 괘, 효사등을 이용해서 설명하려면 방위, 시간, 오행, 색상, 맛등 다양한 해석들을 기초적으로 이해해야한다. 물론 알기 어려운 천문지리에 대한 의미도 있는듯한데 나의 지식은 빈 곳간과 같아 알수가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것을 버리고, 각 64괘에 대한 해석과 더불어 그 괘가 갖을 만한 한두글자의 상징적 한자와 일상속에 만나는 예를 들어 설명한다. 물론 전문적인 지식인의 의견이 있겠지만, 조선시대처럼 한자가 아닌 한글로 그 뜻을 잘 전했음에도 한글이 언문이라는 낮춤식의 표현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자의 다양한 뜻과 의미가 더 미묘한 뜻을 교묘정치하게 알 수 있겠지만 일반인에게 이것 만으로도 충분히 삶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보면서 중용, 주역, 도덕경이 교묘하게 이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짧게 읽어본 장자가 조금 치우친다면 이 세가지 책은 이성적인 시대를 살아가는데 무의미하기 보다는 이성적인 시대를 받쳐주는 건전한 펀더멘털같은 생각을 하게된다. 몸으로 체험하고, 머리로 본것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깊이 남이 볼수 없는 마음을 솔직하게 비유하고, 그런 마음가짐을 다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런 좋은 마음을 바탕으로 나머지 책이됬던, 외국어가 됬던 머리를 다지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특히 책의 중간중간 저자의 이야기가 더욱 진솔하니 재미있다.
한가지 이 책을 보고 나니 머리속에 요상한 생각이 난다. 친구목사보고 농담으로 "내가 사이비교주같은걸 어떻게 하는지 알겠다"고 했더니, "너는 할 수 있을것 같다. 대신 깊이가 없으니 길게는 못하고 ㅋㅋㅋ"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일명 야매로 점보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걸어온 길과 걸어가고 싶은 길, 현재 서있는 길을 안다면 지나친 것을 돌아보고, 과한것을 절제하고 해야할 바를 이끌어 주는게 그것이란 생각이다. 마친 귀신과 무속, 기복이란 욕심이 없다면 요즘말로 멘토랑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사람들이 원래 지적질은 되새김질보다 뛰어나게 발현되어 있지 않은가?
하긴 오래전 심리학과 박사과정 요조숙녀(수녀님이 한분 계셨음)들이 점을 보고 와서 한다는 말씀이.."내가 점을 보고오니 왜 보는지 알겠더라고..속이 후련하더라니까!"하던 말도 기억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신념과 믿음을 누군가에게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인듯 하다. 내가 믿고 나가면 될일인데..그래서 이 책에서 믿음과 마음과 관련된 단어들이 많아 보인다. 저기 일년되가는 맹자는 한참뒤에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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