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비자를 원전형태로 본적은 없으나 사기를 보면서 한비자의 몇 마디 말이 참으로 괜찮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다. 물론 친구 이사도 참으로 혁명적인 사고로 자리에 오르나 그 끝이 좋지 않고, 뛰어난 글로 사람의 주목을 받은 한비자도 어눌한 말투로 인해 뜻을 펼치지 못하고 친구에 의해서 목숨을 잃었다.
책을 다 읽을 즈음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비자의 금과옥조와 같은 옳은 말들은 그래도 2류가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실패자라는 의미보다는 좋은 글을 남기는데는 성공하였으나 본인의 정신과 사상으로 남았는가하는 생각이다. 반면 똑같이 현세에서는 실패자라고 할 수도 있는 공자와 맹자는 좋은 글을 남기는데도 성공하였지만 그들의 사상이 더 폭넓게 남았다는 생각이다. 그러고 보면 노자가 가장 성공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번째는 한비자는 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글로 남겼을까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일명 제왕학이라고도 불리고, 법가사상 이런 의미에서 그를 높게 말하지만 그가 제왕이 되려고 한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제왕의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책이 군주의 입장에서 기술된 것으로 보아 신하가 앞선다고 생각되지도 않고, 봉건시대에 군주를 앞에 두고 신하들이 경계하라고 쓴 것일까라는 상상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잘 군주와 신하의 관계를 분석함에도 그 관계속에서 죽어간 것이 나는 참 미련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세난의 구절들은 더 그렇다는 생각이다.
진시황이 그의 글을 보고 경탄할때 그를 죽이려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에게 나의 머리가 발가벗겨진 느낌을 받을때 사람은 경계하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그리고 남의 생각을 내것 처럼 쓰려고 했던 것은 이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지식과 지혜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人王之患在於信人, 信人, 則制於人이란 말을 보면, 왕의 근심이 사람을 믿는 것에 있다라고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군신의 위계관계를 이익이란 관계로 규정함으로 어떠한 조직을 운용함에 효율과 능률을 강조한다. 이 말을 통해서 마치 믿겠금 착각하게 하는 것이 쉬운 지배법이라 설명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믿음을 주고받는 과정이 번거롭고 어렵고 완벽하게 그렇게 할 수 없음에 대한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가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자를 따름으로써 그는 2류의 길을 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익이 넘치면 만족을 모르고 탐욕으로 치닫는게 사람이다. 그리고 법치란 기준이 잘못되기 보단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법에만 메달림으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책을 보는 내내 든다. 영화 관상에 보면 김내경이 한명회를 만나며 파도를 보고, 바람을 보지 못했다는 말이 다시금 생각이 나게한다.
나를 낮추어 남을 드러나게 하는 방법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어려움은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지 법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속에 道가 존재하고 誠도 존재하지만 그 속에 타락과 不誠, 非道가 같이 존재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는 바를 처리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본인도 말하는 것이 아닐까한다.
이 책을 보면서 조직을 운용하며 비정하고 냉정하게 효율만을 위한 방법들은 잘 전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본인의 성품을 다듬지 않고 본다면 그것이 한비자와 같은 종말을 맞는 쉬운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인간이 만든 글이란 상대적이다. 단지 시대의 현재와 깨달음을 바탕으로 적절히 사용한다면 모를까, 한비자의 말데로 이익만을 갖고 관계를 규정하는 결과는 묻지 않아도 자명하다는 생각이다. 이기심으로 규정된 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현재 우리가 탐욕과 타락을 비판하는 현실이 그렇지 않은가라고 반문하고 싶기 때문이고, 이 자본주의에 우리가 지금 윤리를 말하는 것이 바보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점에서 역사는 리바이벌을 잘 하는 것 같다.
한비자의 관계술에 대한 내용이 참 효과적이란 생각에 동의하지만, 마음에 멀게 느껴지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책자체로는 그의 생각을 잘 전달했다는 생각을 하지만, 한비자의 생각과는 미묘한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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