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를 보며 무슨 영화일까? 생각했었다. 긴 러닝타임 동안 철학적 주제를 재미있는 액션을 통해 화려하게 포장하고 그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노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스텔라, 인셉션, 됭케르크와 같이 고저가 절제된 영화다. 액션 장르를 드라마 스릴러처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에 묶어 끈끈하게 끌어가는 전개가 인상적이다.
집에 돌아와 포털에서 스틸컷을 찾아보는데 평점의 호불호가 심하다. 심지어 안티와 찬티가 나뉘고 서로 비난도 존재한다. 그럴 이유가 있을까? 해석이 잘 되었다면 이런 일에 시간을 쓸 일이 있을까? 이 또한 인상적인 일이다. 여간해서 두 번 보는 영화가 없는데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다.
분위기는 감독의 전작과 비슷하다. 주제의 의미에서 매트릭스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자아의 자각이란 측면에서... 어떤 면에서 감독은 주제와 영화란 장르를 통해서 정말 신화를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시간을 주제로 한 이야기는 인간의 호기심을 끌어내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통제하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란 구조는 완벽하게 신화의 틀을 갖고 있다.
우리는 현재에서 과거를 회고한다. 회고를 통해서 아쉬움과 추억을 되짚으며 살아간다. 미래는 걱정과 희망을 품고 바라본다. 문제라면 시간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다는 절망적 사실이다. 시간과 시간의 흐름이란 인간의 머릿속에 개념적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인간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인간이 미래로 갈 수 있다면"이란 두 주제에 관심을 갖는다. 왜냐하면 그 가정이 현재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과 유사하지만 동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어날 일이란 인간의 자유의지가 훨씬 중요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과거와 미래의 경계는 현재이며, 나의 실존적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장소다. 많은 철학자들과 현명한 사람들은 현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과거의 현재가 켜켜이 쌓여 추억과 기억이 되고, 오늘의 현재가 더 발전하고 누적되어 미래 아니 내일의 현재가 된다.
'미래의 내가 과거를 회고한다면'이라고 상상할 때 우리는 미래에 그리는 나의 모습을 전제로 상상할 수밖에 없다. 그 상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희망과 사랑이다. 미래의 궁극이 죽음이라는 비관론은 현재를 무기력하게 한다. 영화 속에서도 그렇게 표현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를 열심히 살아야 하는 역동성과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완벽한 다이빙을 바라보는 느낌, 그 다이빙을 바라보면 느꼈던 희망 또한 그런 의미였을 것 같다. 그렇게 현재에 집중하고 현재를 살아내는 것이다.
'현재에서 과거를 회고한다면' 우리는 사실에 기반하는 기억 또는 추억, 몇몇의 후회를 떠올린다. 엄마의 사랑처럼 소중하고 따뜻한 기억과 '그때 만약'이란 돌이킬 수 없는 상상을 하며 현재를 돌아본다. 간직하고 싶은 것과 과거를 교정함으로 현재의 변화를 생각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 과거, 현재, 미래가 나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고 나의 행동에 따라 변화의 또 변하게 된다. 과거, 현재, 미래 모두 나에 종속된 것이다.
내가 화려한 액션보다 이런 해석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이유는 시각적인 영화가 이런 해석을 돕는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주제를 시각적으로 풀어가는 화면을 보면 감독이 머리 꽤나 아파하면 만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더 많은 상상이 감독에게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가 만든 현재의 노력은 영화라는 화면에 남아 있다.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영화 속에서 내가 다시 만나는 나는 과정이 연속된다. 시간을 벗어날 수 있다를 갖고 논쟁하는 이성적 자아와 감성적 자아의 만남인지 실존적 자아와 내 마음 깊은 곳에 나와 다른 그 녀석과의 만남인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만나는 과정이 반복되고, 그 과정 속에 새로운 변화의 단초가 생긴다는 사실이다. 성찰이라고 할까? 매트릭스의 네오가 눈을 뜨고 새로움으로 바라보는 느낌, 일종의 자각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개념이 마지막 장면에 아주 쉽게 펼쳐진다. 파란 완장과 빨간 완장은 매트릭스의 빨간 약과 파란 약과는 다르다. 하나는 미래를 향해서 전진하는 방향의 움직임이고 하나는 과거를 회고하는 방향의 움직임이다. 10분이란 시간 속에서 두 가지 방향의 힘이 동시에 전개된다. 그 시간이 궁극에 현재가 있다. 나는 그것이 현재의 존재 의미라는 생각을 한다. 닐은 하나의 상징이다. 현재를 통해서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가능성을 알려주는 전조라고 할까? 그 또한 나로 기인한 것이다.
3차 세계대전? 다 인간 하기 나름이다.
#Tenet #테넷 #영화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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