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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연 (劇)

이런 세상에 살게 해서 미안하다 - 반도 (Peninsula, ★★★★)

by Khori(高麗) 2020.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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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현은 데뷔작 '꽃잎'부터 가수까지 인상적인 엔터테이너다. 강동원도 흥행에 나쁘지 않은 조합입니다. 평점이  좋은 편은 아니라 망설이다 보게 되었다.

 

 이야기의 설정은 좀비로 고립된 반도, 대한민국이다. 모두 출구를 찾아 흩어지고, 좀비 속에 숨죽인 생존자들이 존재한다. 내게 중의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이 많다. 이런 해석은 뒤에 남겨두려고 한다.

 

 혼란한 반도를 가족을 데리고 탈출하는 한정석 대위, 그는 아이만을 구해달라는 민정의 애원을 뿌리치고 떠난다. 그러나 그는 가족을 구하지 못하고 홍콩에 도착한다. 난민의 지위를 기다리며 타국 만 리에서 기다리는 삶은 고립된 외로움이다. Identity를 상실한 존재라고 할까?

 

 그들이 다시 좀비 천국에 돌아가는 이유는 2천만 달러라는 돈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상처와 후회를 품고 떠나온 사람들이 반도로 돌아간다. 돈에 목숨을 걸고 돌아온 한반도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옥 같은 곳에서 민정은 준이와 유진, 사단장이라고 불리는 살짝 맛이 간 듯한 권해효와 함께 생존해 있다.  설정을 보면 볼수록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  강해진다. 대한민국은 엄마와 여성이 키운다는 생각이다. 신사임당 이전에도 신사임당 이후에도  나라 수컷들이 이룬 업적과 폐단을 보면 이런 말이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여자가 우성임을 입증하는 나라가 한국 아닐까?

 

 그 좀비 천지 좀비 천국에서도 생존자는  부류로 나뉜다. 생존자를 구조하는 631부대(731 부대가 생각나는 이유가 뇌피셜이라고 해야 할까?)라는 뒤틀려 버린 폭력자와 조용히 희망을 품고 생존해 가는 소수의 부류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하며 각자의 목적을 갖고 돈과 탈출을 그려가고 있다. 극적인 모습과 생존의 중요성, 모성애가  애틋하게 표현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스토리 전개가 전형적인 감동을 강요하는 모습이 조금 아쉽다. 강동원이 만약 아저씨의 원빈과 같은 액션과 분위기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게다가 서 대위의 연기는 황 중사의 연기와 비교되며 나올 때마다 분위기 다운이 된다. 그나마 최후의 모습이 염라대왕 면접을 회피할 조짐이 있다.

 

 최근 '#살아있다'를 보며 날뛰는 좀비 떼가 하나의 상징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 멀쩡해 보이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물론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읽고 있는 당신도 타인에게 그렇게 보일  있다. 좀비란 상징은 하나이 혼돈이다.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은  미쳤다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맞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은 현실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고도성장이 끝나고 금융위기와 등락이 반복되고, 고령화와 기술적 고도화(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이익집단과 세대 간 갈등이 갈수록 커지는 나라를 좀비가 넘치는 나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단장 권해효는 켜지지도 않은 무전기를 붙잡고 Jane을 찾는다. 혼돈의 시기에 쇄국정책을 펴던 흥선 대원군이 있었고, 권력을 찾기 위해서 러시아를 끌어들이려 아관파천을 했던 흥선 대원군이 존재했다. 현재는 미국과 중국이란 근래의 최강자와 떠오르는 장래가 밝아 보이는 신흥강자를 의식한다. 그렇게 애타게 찾는 Jane은 연락도 없다. 마지막 엔딩이 아쉬운 점이 있고 마지막 엔딩이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는가? 

 

 이름이 '한 정석'이란 아이러니도 마찬가지다. 정석이란 원칙과 해답처럼 무엇을 해결하는 당연한  방식이다. 그런데 정석이라고 보긴 어렵고, 그렇다고 사이비도 아니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방황하는 모습이 무엇을 반영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래도 강인한 엄마 민정은 헤매는 사람들이 정상적인 위치로 돌아오는 원칙(principles)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인상적이고 마음이 아픈 것은 사단장이다.

 

 제정신이 아닌듯한 노인네가 유진을 구하고 한 말이다. "이런 세상에 살게 해서 미안하다" 며칠 전 이웃집 어르신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지금이 어떤 면에서 총 쏘고 포탄이 떨어지던 한국 전쟁보다  힘든 시절일지 모른다고 했다. 매일 생존해 있고, 고난의 시절을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 곱게 커서 사회에 나와 생각지도 않은 정글의 법칙 아래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을 생각하면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어르신도 공감을 해주셨다. 권해효의  대사를 듣고 싶은 세상의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 상상을 해봤다. 절묘하게 그런 세상도 괜찮았다는 준이의 말이 미래에 희망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도 좀비 영화 떼고, 멋진 스릴러 드라마, SF 판타지에 대한 영화도 늘어났으면 한다. 그러려면 원작이 좋아야 한다. 대세는 소설이 아니라 새로운 웹툰이 아닐까? 백문이 불여일견! 이현세의 '남벌'을 영화로  안 만드나....

 

#반도 #Peninsula #좀비 #한국사회 #한국영화 #뇌피셜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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