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안 끝났다. 2019 트렌드 책자가 나오기 시작한다. 각종 2019 예측 발표회, conference가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2019 경제예측서들이 여기저기서 나올 것이다. 나도 ICT 산업동향 컨퍼런스를 신청했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지만 내가 아는 것이 다 맞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생각을 위해서 다른 생각과 관점을 또 되던 말던 말아봐야 한다.
4/4분기가 마무리되어야 2018 회계연도가 마무리된다. 그래서 바쁘다. 11월에는 고객님들의 행차가 있어서 더 바쁘다. 해외 거래처들은 9월 말을 기점으로 glod-partner들과 내년도 신제품을 협의, 협상하기 시작한다. 여름의 더위가 끝나기가 무섭게 겨울이 아니라 내년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한다. 가전만 겨울에 에어컨 협상을 하고, 여름에 히터 협상을 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해외영업은 3개월을 예측하고, 6개월을 기획하고 논의하며, 1년을 준비하는 선행작업이 필요하다. 제품 공정이 길다면 그 기간은 더 길어진다. 금년 큰 탈이 없다면 한국의 경제성장률보다 많이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함께 한 사람들이 서로 격려하고 응원할 일이다. 동시에 마무리까지 해야 결정되는 것이다.
힘든 일도 있지만 외부 여건은 예상한 것보다 좋다. 미국의 헬리콥터 돈 뿌리기에 대한 종말은 예측되었다. 예측하던 많은 학자들의 결과는 한 편으로 맞고, 한 편으로 다 틀렸다. 본질적인 방향성은 맞지만 그 시점을 제대로 예측한 사람이 거의 없다. 예측이 아니라 상황 중계방송으로 맞았다고 우기는 것이 맞다. 그 방향성에 기대서 준비한 부분에서는 일정 성과가 있다. 잘 해오던 곳에서 확장되는 성과도 있다. 4차 산업과 같은 기술 트렌드에 따라서 결국 단품 중심에서 시스템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산업 단계를 나름 준비하던 생각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준비를 아무리 해도 상황 오차가 있고, 그 오차를 때우는 작업은 쉽던 어렵던 마주해야 하는 일이다. 마치 느닷없이(사실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타난 트선생의 좌충우돌이 혼란해 보이지만 그는 정확한 방향성이 존재한다. 트선생이 중국의 명치를 집중 공격할 때 다시 숨을 돌리고 뛰어야 할 때다. 그 싸움이 결코 간단하게 악수하고 화해하거나 하얀 수건을 던지고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기간이 과거 10여 년 잃어버린 산업의 뿌리와 방향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시점이다.
올해를 돌아보면 잘 된 일과 부족한 일, 부족한 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지원을 받아야 하는 일, 통제할 수 없는 일로 구분해 본다. 그렇게 정리를 하다 보면 또 현재 완료된 일, 해야 할 일과 동시에 버려야 하는 일도 존재한다. 그런 후에 내일 위해서 추가해야 하는 일을 선택하는 과정이 바로 사업계획을 하는 일이다. 그 일의 발동이 걸린 지 좀 되었다. 때 되면 돌아오는 일이라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 있다.
결과는 수치로 나오지만 해외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숫자는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다. 숫자가 목표인 부서는 장부를 쓰는 자들의 몫이다. 장부를 쓰는 자들은 실질 부가가치를 창출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처리를 통해서 가상의 부가가치(활용의 묘)를 만들 뿐이다.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내용은 올해를 돌아보면서 내년에 만들어가야 할 내용, 목표, 전략으로 녹아든다. 그런 이유로 해외영업을 하다 보면 장부 쓰는 부서와 잘 친해지지 않는다. 마치 자기는 탱자탱자 놀다가 월급날이면 마가지를 긁는 뺑덕어멈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 중 숫자가 목표인 사람들은 시야가 좁다. 산수 문제를 풀듯 답이 나와야 하는데, 사람이 참여한 일 중에 오차가 발생되지 않는 일이 없다. 또 사업은 회계연도가 아니라 더 단기적으로도, 더 장기적으로도 변할 수 있는 시간의 틀을 갖고 보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효율이란 측면에서 장부 쓰는 사람들의 기법은 유효해 보인다. 그런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성장을 보장하지 않는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이름으로 자꾸 사업을 쪼그라트리는 경향이 높은 이유다. 나는 리스트럭쳐링, 리엔지니어링을 해서 잘 되는 회사를 본적이 거의 없다. 쓸만한 사람은 알아서 가고, 결국에 오도 가도 못하는 쭉정이만 남는 결과가 초래된다. 비용적 효율이 망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회사는 분업을 하고, 그 분업의 과정에는 순서가 있다. 한 부서의 결과물이 다음 부서의 투입물이 된다.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 서로에 대한 의견(feedback)과 협조를 얻어야 한다. 해외사업부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이 잘 해오고 있는 일을 격려하고, 그들이 잘 못하는 부분은 교육과 훈련 또는 마음의 여유를 갖도 스스로 방법을 찾을 기회와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 기간만큼은 상사라는 직책이 요구하듯 동료를 갈구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인 땜빵을 통해서 실행 샘플이 되어줄 필요도 있다. 조직이 잘 돌아가라고 그 자리에 앉혀 놓은 것이지, 그 자리에 앉아서 자신보다 직책이 낮은 사람들을 부려먹으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어려움과 하고자 하는 바를 들어봄으로써 또 부서의 계획이 기업이 계획과 목표에 부합하도록 조율하는 것은 조직장이자 리더의 역할이다.
나의 문제는 주말에 장표질을 쪼물딱거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연차 내고 병원에 갔다가 "오십견이오"라는 거시기한 의사 선생의 판정과 "한 달 물리치료요"라는 어마어마한 형을 받고 나니 기분도 거시기하다. 내년 준비 전에 몸부터 준비해야겠다.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winter is coming"은 여러모로 명대사다.
얼마 전에 사본 Mi-Pad4는 꽤 쓸만해서 기분 좋게 bluetooth keyboard를 하나 장만해서 들고 왔더니 한 녀석이 선물이라면 내 책상 위에 다른 키보드를 하나 사다 놨다고 사진을 보낸다. 마음을 받는 일이 감사한 일이다. 뭐 변변하게 해 주지도 못했는데 월요일에 가서는 혼꾸녕을 내야겠다. 그 와중에 우리 본부 애들은 오더가 왔네 하며 시끄럽고, 내 고유한 공간에서 놀면서 연차 중인 나에게 사진을 찍어 보낸다. "살 수가 없다"라는 말이 나오다가도 애나 어른이나 똑같은 개구쟁이 모습들이 즐겁다. 그래서 살아가는데도 항상 준비가 필요하다. 하긴 나도 "만만치 않아"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 편이다. 누굴 탓해. 내 탓이지. 나를 위해서 준비하지만 또 우리를 위해서 쓸 수도 있는 일이니 준비는 필요하다. 그나저나 2주 안에 많이들 노력한 일이 잘 됐으면 한다. 오십견도 떨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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