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4일 00:00부터 현재까지 음청 바쁘다. '범죄의 재구성'이란 영화 한 편보고 잠들었다. 아침부터 아랫집에서 땅굴을 파는 줄 알았다. 힘찬 드릴과 망치질에 온 가족이 현타가 온다. 고친다는데 말릴 수가 없다. 아침 먹고 병원에 들렀다, 업체에 견적서를 정리해서 보내고, 다른 업체가 잠시 들렀다. 지하철 타고 이동하며 읽다만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란 책을 대강 철저히 읽으며 읍내에 출현해 보기로 했다. 읍내에 나가서 The Art of BANKSY 전시회를 보고 떡볶이랑 꼬망 김밥도 사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주도 시작부터 협력사를 2곳이나 들렀다 저녁 미팅을 하려면 서울시내를 삼각형으로 도는 일정인데, 주말 연휴도 이거 일정이 바쁘다.
후배 돌싱녀석이 이걸 보겠다고 하던데 누군가 했더니 그림이 아주 낯익다. 반전 또는 풍자적 그림을 통해서 시대를 해학적으로 설명하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웬디 워홀의 팝아트와 같은 작품도 있고, 그라피티처럼 느껴지는 작품도 있다.
내게 익숙한 작품은 하트 풍선이다. 하트 풍선과 달리 너무나 슬픈 표정의 어린아이, 총과 칼의 언덕 위에 세상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어린 소녀와 소년이 하트 풍선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계속 보여준다.
이 작품도 유명하다. 화염병 대신 꽃을 던지는 모습이 절묘하게 잘 표현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조명이 조금만 뒤로 향해도 사진 찍는데 달님이 안 나올 텐데 성가시다. 혼잣말로 "애는 아직 멀었네. 우리나라에선 꽃으로도 사람 떼리는 거 아니라고 했는데'라고 한 마디를 했더니 같이 간 녀석이 웃는다.
국민학교 시절에 납작 연필을 처음 봤다. 아마 해외에서 사 왔거나 선물 받은 걸 친구가 자랑했던 걸로 기억한다. 수출입이 자유로워지고 색연필은 자주 봤는데 빨간색과 검정색이란 악마의 조합보다 "WITHOUT LIMITS"라는 반어적 문구가 맘에 든다.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에 익숙한 상업주의에 반하는 문구지만 연필이 2,000원이나 한다. 상업적으로 잉크 좀 찍어 바르고 비싸다고 할 수 있지만, 연필의 켈리 그라프 문구를 이용해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보겠다는 나를 보며 후배 녀석 왈 "손가락 쥐 나겠네 쥐. 그만해요"라며 잔소리를 한다. 'ABANDONE HOPE'라고 쓰여 있어서, 포커스를 날려봤다. 그럼 abandone 'abandon hope'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시대에 대한 비판적인 문구다. 혹성탈출처럼 보이는 원숭인들이 모티브로 출현한다. 위의 작품과 같은 멋모르는 한심한 원숭이와 언젠가 대가를 치를 것이란 말을 하는 원숭이를 보면 사람이 원숭이인지 원숭인가 사람인지 그런 생각이 든다.
같이 간 후배가 '애는 우리나라였으면 벌써 아작이 났겠죠?"라고 묻는다. '세상을 굴리는 애들도 엔간히 작작해야 이런 류의 예술가가 드물지 않겠어? 이런 류의 예술가들도 엔간히 작작해야 그 대상들도 엔간히 작작하겠지. 예술의 자유가 존재하지만 엔간히, 작작이란 기준을 넘으면 서로 족치고 조롱하거나, 고소고발이나 잡아가거나 물고 뜯느라 정신이 없겠지. 하트 넣은 이유가 다 있겠지'라고 답을 했다. 세상 조용할 날이 없고, 조용한 날이 멸망의 날인지 무릉도원이 열릴지 알 수 없지만 이 모든 경우는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조금 덜 시끄럽고, 조금 더 요란할 뿐인데 내가 살아가는 시대가 어떤가는 팔자소관인지 운인지 알 수가 없다. 왜냐고? 내가 선택권을 갖고 세상에 나온 게 아니니. 다 그렇게 살아갈 뿐.
마블 히어로보다 적십자 간호원 언니가 세상의 히어로처럼 보이는 작품, 폐허 속 아이의 슬픔과 대비되는 미디어의 모습을 보며 세상의 진실은 너무 많이 편집된다는 생각을 갖는다. 뛰어난 과학기술과 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소통이란 장점 이면에 진실이 아니라 자신들이 얻고자 하는 것을 위해 진실의 필요한 면만 사용한다는 생각을 작품을 통해서 잘 보여준다.
청춘 커플이 카드를 사냥하는 그림을 보며 인상적이란 말을 여러 번 날린다. 천안문 사진에 '골프 세일'이란 문구, 피에타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간절한 모습과 '오늘 세일 끝난다'라는 문구가 웃음을 자아낸다.
티켓을 보여주니 차도 한 잔 준다. 더 비싼 메뉴를 고르면 2,000원 깎아준다. 시원하게 자리에 앉아서도 작품을 볼 수 있다. 함께 온 가족들도 오손도손 이야기하고, 곱상한 어르신이 혼자 부지런히 구경도 하고, 젊은 친구들도 여기저기 많아서 보기 좋다. 활기찬 동네 아주머니 세분이 반상회를 하며 휴게공간이 요란하기도 하다. 코로나가 슬슬 끝나가고 생동감 조금씩 피어오르는 거라 생각했다.
#Banksy #전시회 #읍내 #구경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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