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란 책을 읽고, 내 살아오면서 만들었던 습관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학교를 다닐 때에는 게으름의 습관이 많았다. 더 건설적인 습관이 삶에 주는 방향을 돌아본다.
1. 다이어리와 플래너, 그리고 하루의 여유
대학시절부터 수첩이라 불리는 제품이 다이어리라고 바뀌며, 한 끼 식사 비용의 5배가 넘기 시작했다. 가죽패드에 잘 쓰지도 않는 자, 6개의 펀칭 구멍이 생긴 새로운 수첩은 뭔가 있어 보이는 느낌을 줬다. 지금도 회사에서 다이어리를 주지만 개발 세발 갈겨쓴 글씨를 본인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들고는 다니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고, 다시 보지도 않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충분히 기억하지만 업무 우선순위와 상황의 변화가 뒤죽박죽 되면 일이 밀리는 경우가 생긴다. 일이 완전히 끝나면 퇴사할 때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이 내일로 내깔려두는 것이 불편하다. 그때 프랭클린 플래너를 귀한 분이 사주셨는데, 해가 바뀌어 속지만 사는 것도 엄청난 비용이 들었다. 그래서 프랭클린 플래너가 작성하는 방법을 곰곰이 보고, 몇 가지만 취해서 쓰기로 했다.
a. 회사 도착하면 3-40분 안에 해야 할 일을 적는다.
b. 오늘 해야 할 일, 일정을 정해야 하는 일을 구분한다.
c. 오늘 한 일을 취소 선처럼 줄 긋는다. 연기된 일은 다음날에 다시 적는다.
이 작은 습관과 독서가 병합되어 지금은
a. 우선순위를 파악해서 날짜별로 해야 할 일을 적는다.
b. 한 일을 취소 선처럼 줄 긋는다.
c. 깜박증으로 timetree app에 주요한 것을 기록해 둔다.
이것 만으로도 오전이면 충분히 업무파악, 해야 할 핵심사항 점검을 하고 오후는 협력 부서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것 같아요. 어르신들이 "넌 노냐?"는 핀잔을 줄 때가 있지만, 삶이 훨씬 여유로워진 것 같습니다. 이거 하다, 저거 하다 다시 내일 하는 사람, 여기 찔끔, 저기 찔금하다 해야 할 핵심을 놓치는 일은 줄어든 것 같아요. 하루 30-40분씩 한 달만 하면 몸에 붙일 수 있습니다. 하루의 여유가 만들어지는 이유가 됐지만, 글을 또박또박 쓰는 습관, 오래되면 기록의 추적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특정 상표보다는 적정한 가격의 daily diary, A5 사이즈, 스프링 노트처럼 뜯어지지 않는 것이 기준입니다. Paperblank처럼 이쁘면 금상첨화지만, 요즘은 국산 대표 브랜드 양지사를 쓴다.
2. 생존과 습관의 경계에 존재하는 독서
꼭 8년을 읽고 있다. 그전에도 일 년에 10권 남짓은 읽었던 것 같다. 선배가 "야! 대학이 지성의 전당인데 최소한 나이만큼은 뭘 읽어야 하지 않겠니?"라는 핀잔이 있었다. 그래도 전공책 교재와 만화책을 더하면 충분히 나이만큼은 계속 읽어 온 셈이라고 변명성 주장을 해 볼 수 있다.
경험과 지속을 통해서 변화를 체감하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작정하는 것은 아무튼 괴로운 일이다. 그래서 선택이 중요하다. 좋은 선택은 나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을 아는 것이고, 그 절실한 것을 선택할 때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
책을 선택한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삶은 단조롭고, 크게 격변이 없는데 뭔가 항상 휑하다. 뭘 해도 재미가 없었다. 다들 이런 심정을 이야기하면 "아주 한가하구나"라는 무심한 답변만 나온다. 그런데 문뜩 "분명 이런 놈들이 세상에 많을 텐데, 그런 놈들이 뭔가 세상에 남겨 놨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답해 줄 사람이 없다면 뭔가 끼적거린 증거를 통해서 찾아보자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목표는 다르지만 수단은 책으로 골랐다.
그런데 안 하던 것을 하니 잘 될 리가 없다. 하루에 읽는 이메일이 책 한 권이 될지라도, 책 한 권을 읽어야 하는 필요가 별로 없었다. 좀 더 단순하고 무식한 방식을 채택했다. 학생 때 재미있게 읽던 묵향이란 판타지 소설을 첫 대상으로 골랐다. 지하철 타고 출퇴근하는 시간에는 무조건 책을 손으로 들고 다녔다. 가능하면 점심시간에도 계속 들고 다녔다. 들고 있으면 조금씩 더 읽게 된다. 6개월 정도가 지나며 겨우 읽는 수준이 되고, 일 년에 60권 정도를 읽을 수 있었다. 당시는 마구잡이 독서에 가깝기도 했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다 "박경철의 자기 혁명"이란 책을 보게 됐다. 지금도 딱 한 가지가 기억나고 집에서 나와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며 나에게 내뱉은 한 마디가 큰 도움이 됐다. "안 봐도 비디오는 볼 필요가 없지"라는 나의 말을 이끈 것은 "낯선 것과의 조우를 통해서 이성이 동작한다"는 한 줄만 선명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분야를 역사, 철학, 경제의 세 분야로 나눠서 읽기 시작했다.
역사는 좋아하던 근현대사에서 세계사, 일본의 역사, 상고사에서 조선왕조까지 한 권짜리의 역사책으로 순서대로 한 번 읽었다. 왜냐하면 당시 사기를 이 책 저 책의 파편으로 보다 "김원중의 사기 완역본"을 읽고 나서 든 생각 때문이다. '아니 중국 2천5백 년 전 역사를 보면서 한국 역사를 순서대로 읽어 본 적이 교과서 외엔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철학은 사실 심리학 등이 유행하고 서양 철학 중심이다. 그런데 이런 분석적 철학은 재미가 없다. 샌들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다 보면 뇌 고문이란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하버드 영상 강의를 보고 책을 읽어도 "정의보단 역시 주먹이 빠르겠다"는 잡념이 뇌리에 똬리를 튼다. 모든 학문에는 그 학문의 역사가 학문으로 기록된다. 그래서 낱권짜리 서양 철학사를 통해서 간단한 개념만을 취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읽게 되었다. 그렇게 몇 권을 읽다 보니 나는 동양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초반에 읽어본 논어(참 좋만 안 읽고 싶은 이유가 있는 책)를 보며 사서삼경을 읽어 볼까라는 막연하고 근거 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논어, 맹자, 중용, 주역, 노자, 한비자, 손자병법, 귀곡자, 순자 이런 책들을 한 번씩 읽어보게 됐다. 정서적으로 이런 책이 훨씬 공감력이 크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도 나는 스마트 폰보다는 3G Phone(업무상)과 아이팟 터치 정도의 구성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 폰은 내가 disconnected 될 권리를 무참하게 짓밟는다. 내가 전화는 받기 위해서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전화할 때만 필요한 물건이라는 아주 당연한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를 학교 다니던 시절처럼 이론을 배우는 것이 직장인에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그때 많이 이용한 것이 경제 관련 팟캐스트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였기에 책을 읽고 비슷한 관련 사항은 팟캐스트를 많이 들었다. 외환과 국제금융과 관련해서는 이진우(MBC 아님, 연합인포맥스 주간 전망대에 나오시는 분들이 사설로 하던 것), 김광수 경제연구소(사무실 근처에서 off line모임도 해서)의 팟캐스트를 꽤 꾸준히 들었었다. 무엇보다 리뷰터 클럽이 당시에는 "한 달에 무조건 특정분야 4권씩 읽으라"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게으른 자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어떤 보상도 동기부여의 조건이 되지만, 적정한 강제성도 습관을 만드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
많이 볼 때 150권 정도까지 정독으로 봤다. 그땐 읽고 배우는 것만 한 즐거움이 없었다. 주인님이 "그러게 10대 때에 그렇게 공부를 했어야지 나이 먹고 도서관을 가냐?"라는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런 반복이 읽던 것들이 얽히고설키고 그렇게 된 것 같다. 소설책은 자주 안 보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가끔 철학의 한 주제가 이야기화되었다는 생각, 읽다가 예측이 되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예측을 벗어나는 천재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 대신 이런 소설은 영화로 많이 보는 셈이다. 무엇보다 사고, 부족한 말과 글의 행간을 읽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을 체감한 것이 가장 큰 보상이다.
3. 의사 양반의 한 마디에 열 받아서 운동
"혈압도 높고, 당도 경계선이네. 살은 좀 빼야 하는데 약 먹어도 되겠다"라는 의사의 코멘트.
"살 좀 빼면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에 "그럼요. 약도 한 두 달 뒤에 먹어도 문제없어요"라는 코멘트
병원 나오면서 갑자기 기분이 상당히 나쁘다. 니가 뭘 해도 두 달 뒤엔 다들 약 먹으니까 맘대로 하다가 오라는 소리처럼 들렸다. 운동이라곤 대학시절까지를 제외하면 거의 정기적인 것을 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게다가 다이어트라는 것을 해 본 적도 없다. 조금씩 살이 찌기는 했어도 단기간에 체중이 급격하게 변하는 편도 아니다. 그렇게 나이 먹고 생애 첫 다이어트를 작년에 시작했다.
6월부터 11월까지 7kg 정도를 감량했다. 해보니까 별거 아니더만! 12월은 업체 약속도 많고, 일도 많고 한 달 정도를 쉬었다. 체중이 작용과 반작용, 강도와 탄성만큼 다시 솟구친다. 다시 4-5kg 감량 상태로 조금 부풀어 올랐다. '아 이런 것이 요요라고 하는 거구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다시 돌아보면 input(먹은 것), process(움직인 것), output(결과)는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5-6kg 감량 상태로 돌아오는데 전보다 훨씬 내려가기가 힘들다. 하나는 복귀하는 식습관을 절제하는 것과 움직임을 늘려야 하는 일 때문이다. 이것은 아직 진행 중이며, 당분간 계속해야 한다. Lol
농담으로 북한이 ICBM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진짜로 목숨 걸고 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술, 담배 못 끊는 사람들이 바로 끊을 때를 보면 대부분 의사가 "죽는다" 또는 "죽을 수도 있다"라는 강력한 결론을 언급할 때다. 긍정의 힘은 강하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긍정의 퇴로를 막는 배수진도 강력한 동기유발이 된다.
4. 되던 것이 잘 안되는 것 - 흡연
예전엔 1-2개월의 자발적 금연이 아주 쉽게 되었다. 그냥 끊었다 피웠다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잘 안된다. 장시간 비행기에서 흡연욕구가 없는 것을 보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의지, 환경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좌절감에 "한숨을 가리는 흡연, 내 마음속 깊은 곳을 본 녀석은 이 녀석뿐"이라는 말에 더 호감이 간다. 이건 도전해 볼만한 분야라고 생각 중이다.
몇 가지가 더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습관을 인의적으로 디자인할 때 내가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 삶이 조금 단조로워져 보일 수 있지만 편안하다. 이런 심플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때 즐거움이 더 크게 작용한다. 대신 항상 돌아갈 기준을 갖고 있는 셈이다.
a. 지금 하려는 것이 절실하고 꼭 필요한 것인가? 하고 싶은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확신이 포기할 것의 미련을 줄이고, 후회하지 않는다)
b. 시간을 주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쓴다. (인간은 시간을 들인 만큼 애착을 갖는다)
c. 단순하게 시작한다. 처음부터 복잡하면 반복이란 인내의 시간이 괴롭다. 부분이라도 단순하게 계속할 수 있는 포인트를 잡으려고 노력한다.
d. 바라지 말자. 목적의식을 갖은 일은 죽기 살기로 한다. 모든 일을 그렇게 할 수 없다. 일상생활의 습관은 목숨 걸린 부분만 목숨을 걸고 하기로 했다. 선택할 때 기대치는 내 마음에서 결정되었다. 그 확인은 내가 하는 것도 있지만 타인을 통해서 확인되면 더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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