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시리즈 드라마가 재미있다. 무협지를 책이나 만화로 비교해봐도 그림이 있어야 제맛이다. 관지림이 나오던 옛날 영화부터 김용의 신조협려는 여러 번 다시 제작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모든 무학의 정통은 전지교라는 주장을 듣게 된다. 9파 1방 5대 세가라는 무협의 근간을 알아보는 것이 무협을 읽는 재미일지 모르지만, 나는 이쪽 장르를 통해서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사랑, 권선징악, 배려와 보답처럼 정서적으로 가까운 말을 배워간다고 생각한다. 무협의 시작을 사마천 사기의 자객열전이라는 설명을 보고 재미있는 해석이라고 생각했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양과가 어두운 부모의 삶을 모른 체 고아처럼 살아간다. 기연을 통해서 전진교, 고묘파, 합마공, 옥녀심경, 구음진경, 타구봉법, 독고구검 등등 온갖 무공을 깨닫고, 과거의 진실을 찾지만 그보다 중요한 소용녀와의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무협이란 이름 속에 사랑이란 주제를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무협을 읽다 보면 Marvel의 시리즈가 생각난다. 탄지신공을 사용하는 일등대사를 보면 아이언 맨과 다르지 않다. 신조협려에 나오는 몽고군의 금릉대사는 타노스와 비슷한다. 동물과 감정을 상징하는 마블 캐릭터는 무협의 주인공의 성격, 무술로 남아있다. 실제 영화에서 마블 시리즈는 힐링, 마나 충전의 기회가 별로 없다. 절대 영약은 가끔 존재한다. 하지만 무협은 다양한 보충재를 사용한다. 대신 그만큼 무공을 통한 독공, 독초가 많은 것도 다르다. 괴물은 여기나 거기나 별 차이가 없다.
동양의 무협과 서양의 판타지의 차이를 보면 시간에 관한 접근법이다. 무협은 막강하지만 인간의 숙명과 죽음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저처럼 3차원과 4차원의 그림자를 밟고 사는 현실을 판타지는 적극적으로 극복하려고 한다. 서구 신화도 그렇다. 이런 사고의 차이가 과학과 분석을 통한 측정의 문화, 사고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소소하게 노환동처럼 내공이 쌓여 왠지 모르지만 나이가 들어 검은 머리가 나고 젊어지는 경우가 있긴 하다. 다만, 죽음의 상징은 서구나 동양이나 비슷하다. 이런 공통점은 상당히 재미있다. 마피탕을 먹으면 이승의 기억이 지워지듯 서구의 신화도 그렇다. 대신 환생의 욕구는 동양이 훨씬 강하다. 종교적 여파도 있지만 신조협려를 보면 애틋한 사랑은 이승을 넘어 저승까지 이어져야 하고 다시 환생해서라도 이어져야 한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
사랑에 대한 차이도 있다. 김정운 교수의 말처럼 서양은 계속 사랑에 대해서 묻고 답한다. 일종이 계약적 관계의 문화다. 미국에서 농담으로 결혼식에 재혼 이력을 쓰는 칸이 부족한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반면 무협의 남자 주인공에겐 여자들이 쉴 새 없이 꼬인다. 왜냐하면 아주 잘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쪽 문화는 일편단심이 주제다. 남녀불문 일편단심이다. 원한이 있어도 일편단심이고, 사랑이 넘쳐도 그렇다. 짝을 잃은 양과가 단장애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죽음도 사랑을 갈라놓을 수 없다는 의지 일지 모르겠다.
슈트를 입고 날아다는 것이 무협에서는 누군가 전수해주는 내공과 절대무공을 통해서 가능하다. 초상비와 같은 경공이 슈트를 입고 날아다는 모습보다 훨씬 우아하다. 동양의 나플 거리는 옷이 동작을 더 크게 보여주는 면도 있지만, 화려한 여자들 의상이 쫄쫄이 류이 서양 의상보다 훨씬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복장 쫄쫄이류보다는 품격 있고 아주 좋다. 목적은 인간이 바라는 바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한쪽은 과학문명과 기술 또는 외계의 힘이고 동양은 스스로의 노력과 극복, 주화입마라는 절대 좌절을 극복한 결과다.
토르와 같은 북유럽 신화의 신은 현세에 재림해서 인간을 도와 세상을 구하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무협에서 절대신은 출현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세상과 불가근불가원한다. 기껏해야 산신령 정도가 영약, 무림기보, 무공을 전달해 주는 정도다. 부가적으로 정글북처럼 독수리가 사람에게 무공을 가리키기도 한다. 동서양 판타지를 현대적 신화라는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 접근법의 차이는 문화, 역사의 차이가 있지만 아주 큰 사고의 차이다. 역사를 통해서 조금 수구적인 동양과 외세를 새로운 기회로 보는 서구의 차이와 배경에 환경적으로 풍족한 자원의 보유량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마블을 캐릭터의 독특한 특성과 실력으로 설명된다. 신조협려에서 양과와 소용녀의 합작 검술을 통해서 보듯, 음과 양의 합일에 따른 시너지를 갖는다. 조직이란 단체의 협력은 세상의 기본 구성이지만 남녀의 사랑에 기반한 합심은 어떤 난관도 뚫고 나간다는 것이다.
이젠 슬슬 소호강호를 봐야 하나? 날도 더워지고 '경영 전략의 역사'와 같은 책을 읽다 보면 사람이 건조해진다. 눈이 아프고 머리가 딱딱할 때엔 무협, 영화 이런 류만 한 것도 없다.
#신조협려 #김용 #영화 #시리즈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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