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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연 (劇)

사람은 바뀌면 된다? - 사조영웅전 2017

by Khori(高麗) 2020.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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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에 신조협려를 재미있게 봤다. 저녁마다 조금씩 보고 있는데 주변에서 잔소리가 많다. 첫째는 '왜 중국 드라마를 열심히 보는가?', 둘째는 '예쁜 여자가 나와서 보는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무협드라마는 건너뛰고, 과장하는 것이 만화처럼 심하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리얼리티나 심도 있는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중요한 사실은 재미있게 보더라도  핵심에는 信, 忠, 義, 愛와 같이 인간의 보편적 진리를 따르고 권장한다. 그리고 그것이 반드시 승리하리라는 긍정적 메시지가 있다. 그 꿈이 언제 될지 드라마처럼 기연을 연타 콤보로 만나던가 목숨 걸고 사지를 돌며 고생하면 된다는 그런 메시지로 들리는 불편함도 있다. 왜냐하면 우린 모두들 운을 기대하지만 운이란 나와 아주 안 친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전과 달리 기예와 같은 동작의 화려함과 서양의 쫄쫄이 복장보다는 기품 있는 하늘하늘한 의상도 품격을 높여준다.

 

 사실 나는 드라마를 거꾸로 보고 있다. 의천도룡기, 신조협려, 사조영웅전의 순서로 본다는 것은 책을 거꾸로 읽는 것과 같다. 아는 내용이기 때문일 수 있고, 시간을 거꾸로 흘러가며 사실과 기억을 더듬는 재미도 있다. 일반 시리즈나 영화를 이렇게 본다면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단편으로도  괜찮은 구성을 띤다. 세대에 따른 편에 가깝기도 하고,  세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모습으로도 이해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변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위해서 고군분투를 하거나 아니면 하던 대로 하며 안전빵을 그리며 무너진다.  

 

 사조영웅전은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다. 신조협려에서 곽정이 다시 양과에게 이어지는 과정을 그렸다면, 사조영웅전은 양강과 곽정이 몽고, 금, 송나라의 어지러운 정세에서 어떤 운명을 타고나서 어떻게 운명에 순응하고 개척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곽정의 결정장애와 어리벙벙하고 고지식함은 일부러 그런 듯하다.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꿋꿋하게 걷다 보면 뭔가 결과를 얻을  있다. 그러나 그전에 골로 가기도 쉽다. 상황이 바뀌면 사람은 변한다. 인간의 간사함은 생존이란 이름하에 합법적 변명이라고 주장하고, 타인은 비난과 쌍욕을 한다. 그런 반면 곽정과 황낭자의 스토리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환상을 준다. 평강공주처럼 갖은 고생을 하며 황 꾸냥이 어리벙벙한 곽정을 사람 만드는 과정인데  어리벙벙한 만큼 속을 박박 긁는 셈이다. 부모가 맺어준 의형제 양강은 부귀영화를 쫒다 결국 객사한다. 

 

 그런데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되짚어  점이 있다. 통신과 데이터를 통해서 끊임없이 연결되는 시대에도  선택하여 꿋꿋하게  길을 가는 것도 좋다. 아무 길이나 꿋꿋하게 걸으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기연과 우연의 연속 콤보는 거리가 멀다. 그런 인연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요즘 어느 처자가 할 일이 없어서 어벙벙하고 덜떨어진 녀석을 사람 만들겠다고 인생을 걸겠나?(확률이 낮다는 말이다) 드라마의 긍정적 의미를 해석하고 이해하되 현실과 드라마 세계의 경계가 무너지면 내가 바로 현실에서 덜떨어지고 어벙벙한 녀석이 된다. 

 

 황 약사는  시대적 배경에서는 괴짜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사고가 깊고 냉철하다. 지덕체로 보면 제일 뛰어나다. 홍칠공은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철장수상표는 교활하다. 쌍둥이가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서 교활하고 나약한 사람의 상징처럼 부각된다. 남제 일등 대사 같은 사람은 성인이다. 생전에 보기 힘든 사람이다. 그래서 인간이 타인에게 지향하는 바람직한 모습이며 동시에 어떤 의미에서는 비인간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변한 남제와 변화하려는 철장수상표 구천인은 그래서 밉지 않다. 홍칠공이 '인간은 고치면 된다'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사람은  변한다고 하지만 극 중의 모든 사람은 변한다. 그중에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랑, 충의, 인의와 같은 고리타분해 보이는 명제와 단어들이다. 어떤 관점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고리타분해 보이지만 인간의 기본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기본이 품격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 가지의 고민이라면 '사람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라는 말이다. 사람은 변한다. 내가 변하고자 하는 것이  안돼서 그렇지. 갑자기 변한다는 바는 내가 변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서 노력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보면  말은 인간은 항상 때늦은 시간에 현타의 시간이 온다는 말이라 생각된다. 나는 천진난만한 노완동이 쬐금 부럽다. 폼잡고 실력이 떨어지는 전진칠자는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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