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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Negotiation - 예의바르고 똑부러지게...이거 머리아프다

by Khori(高麗) 2018.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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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에 유행했던 허브코헨의 협상의 원칙이라는 책이 있다.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 제목정도 기억이 난다. 읽었다는 것이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읽었다는 것이 내 사고와 몸 어딘가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나는 협상에 특별한 원칙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책과 설명도 모든 상황에 상세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다가오는 협상의 자리는 세상에서 유일한 case일 뿐이다. 그 유일한 자리에 앉아서 내가 미팅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반론적인 관점에서 준비하는 과정, 다차원적인 분석과 제한 시간에 대응하는 것은 머리로 이해하고 숙련하는 동시에 자주 그런 자리에 앉아봐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잘 진행되지 않은 협상은 복기를 통해서 패인분석을 해야한다. 협상이 실패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실패를 통해서 배우지 못하는 것이 성장을 위해서는 더 중요하다. 


 협상은 특정 목적을 agenda(안건)를 통해서 상호다른 목표와 의도를 조율하고 합의하는 것이다. 그 안에 협의를 위한 사양한 전략과 방식, 태도, 심리, 상황분석, 전환, 의사결정, 블러핑, 하소연등은 목표를 위한 다양한 수단이다. 동시에 인간이 펼쳐낼 수 있는 이성과 감성의 다양한 표현이다.


 인문학을 공부해서 어디다 쓰냐고 묻는다. 사람에 대한 공부이기에 이는 매일매일 다양하게 다가오는 일에 사용할 수 있다. 협상에 대한 책의 상당 부분 심리적인 분석을 활용한다는 점, 인간의 이성적 접근 방식을 이해함으로 그가 추구하는 목표를 이해하는 것, 인간의 감성적 반응을 통해서 그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처럼 모든 협상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람의 반응이 정보가 된다. 투수가 보내는 싸인을 훔치는 것처럼, 목표와 사전준비를 통한 협상의 과정은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인간이 느끼는 감정과 공감, 동의를 하는 과정을 보면 분명 흐름이 있다. 목표와 목표를 향해 함께 논의하는 이야기는 상대방과 함께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될 것인가? 조연으로 전락할 것인가는 전체의 스토리를 장악하는 주도권에 있다. 이 주도권이란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중요하다. 하지만 질문을 잘 하는 것이 100배는 더 중요하다. 질문을 통해서 그 질문의 테두리에서 상대방의 생각이 시작하기 때문이다. 주입식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질문이 오면 그 테두리에서 답을 해야하는 강박관념을 갖는다. 왜 질문하지 않는지 나는 그것이 더 궁금하다. 질문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이 해당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미팅중에 우리랑 사업을 하려면 50억짜리 보험을 통해서 자신들을 보호해야한다는 제안이 왔다. 사업규모가 크기 때문에 사업안정성을 위해서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방식인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인공위험발사처럼 엄청난 비용을 들이며, 확율은 낮지만 위험이 큰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첫 질문은 "이 보험의 목적이 무엇이냐?", "우리 회사가 이 보험을 왜 들어야 하는가?"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름있는 업체답게 우리기업과 하는 사업을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서 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수익자가 당신들 기업이면 당신들이 보험을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다시 응수했다. 상대방이 버벅거리고, 상대방 선임자는 무조건 들어야 한다고 짜증을 내고, 우리회사 사람들은 조금은 조심스럽게 나를 쳐다본다. 협상에서 감정을 빨리 들어낸다는 것은 흔들린다는 것이다. 이 때부터는 침착한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더 흔들어서 내 목표에 다가갈 수 있는지, 양보하고 보듬어 주어서 목표에 다가갈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가난 당사자는 두 가지보다는 한 가지를 목표로 할 때가 많다. 


 다른 협상에서는 납기가 7일 늦으면 지체보상금을 발주금액의 일정 부분을 벌금으로 물리겠다는 고객도 있다. 갑질의 부분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약속이행의 수준을 높게 관리하는 기업의 목표라로 이해한다. 하지만 수 천가지의 부품이 다양한 납기일정으로 들어와서 조립되고, 개발자들의 역량을 통해서 구현되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예측과 딱 맞아떨어뜨리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모든 연구소는 시간과 혈투를 하고있다. 담당자는 화가나지만 수용을 안하면 진행이 안될 것 같아 걱정이고, 수용을 하자니 당장 현금으로 배상하는 조건이 부담스럽다. 발송전 보고서를 보면서, forecasting(사전 주문 예측)에 대한 조항을 아주 꼼꼼하게 고쳐줬다. 고객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고, 대신 거래처에 주단위 forecasting을 정확도 90%이상으로 요구하고, forecasting으로 인한 생산차질과 추가 비용에 대해서는 고객과 같은 조건으로 손실보상금을 청구할 권리를 넣어서 보냈다. 담당자가 한참을 즐거워 웃고, 약간은 미친것 아니냐는 느낌도 있고 한편으로 그럴싸해보이기도 한가보다. 아마 한국기업 발주처라면 상식을 떠나 버르장머리가 없다느니 하면, 육두문자를 남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업체와 거래는 종살이를 하는 것이지 협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굴욕을 참아 이익을 만드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해서 지속가능한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오래 함께 할려면 최소한의 균형이 중요하다. 물론 나도 서로의 조건이 상호 수용될리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서 협상의 기준을 암시해 주는 것이다. 또한 감정적으로도 그것의 실행이 아니라 나의 제안을 서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자 할 뿐이다. 


 그런가하면 해외 대기업에서 꽤 많은 년간 물량과 월간 물량을 제시하면 우리 회사 제품에 대한 견적을 요청해왔다. 우리 회사 제품정보를 알고 있어서 견적을 보내고나니, 바로 목표가격보다 높다는 회신이 온다. 가격이 높다는 고객의 목소리는 세상의 종말이 올 때까지 없어지지 않을 소리고, 회신의 속도가 놀랍니다. 회신이 속도는 내가 얼마나 시급한지를 판단하는 척도중 하나다. 목표 희망가격이 있는지 문의를 했더니 숨도 안쉬고 도착한다. 터무리없는 가격이 그 나라를 특정하는 단어가 입에서 맴돈다. 그날 회신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다음날이 휴일이기도 하고 생각해 볼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핸드폰으로 모르는 국제전화가 와서 통화를 한 후, 담당팀장에게 고객이 변경하려는 제품과 그들이 갖고 있는 제품을 활용하는 제안을 하게 먼저하게 했다. 다음날에는 터무니 없는 목표가격에 대해서 근거를 제시하고, 업체를 잘 못 선정하신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아직도 중국산 제품과 한국산 전자제품은 고가품에서는 2~30%, 저가형 제품은 25~50% 정도 가격차이가 있다. 품질의 차이도 있다. 품질을 고려하지 않거나 낮은 수준에서는 중국의 가성비가 높다. 이런 환경이 한국기업들이 왜 과거의 사업형태를 벗어나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제시한다고 본다. 재미있는 것은 고객이 다시 연락이 와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기준으로 simulation을 해본 결과라면 다시 상세한 제안과 조건, 요구사항을 정리해서 보내겠다고 한다. 그 대기업의 중앙 연구소에 오래전에 가본적이 있다. 말로만 듯고 선망하던 기업이다. 허름한 외관과 달리 20년전인데도 내부의 모습을 생각하면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연구소처럼 느껴졌었다. 그것말고도 그 기업의 경영자는 경영학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는 기업이다. 그런 기업에 업체를 잘 못찾아오셨다는 메일을 보낼 때와 보내고 나서 스스로 잘 하는 것인지를 복기해보면 나도 가끔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 걱정일 때가 있다.


 그런가 하면 고객사에 미팅을 위해서 방문을 하면, 공급사 입장에서 말이 좋아 VOC(Voice of Customer)지, 고객은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온갖 잔소리로 포문을 연다. 내가 주인공이라고 외치는 방식은 참 다양하다. 하지만 이처럼 불만족에 대한 포문은 언제나 유효하다. 마침 수리하는 곳을 지나가는데, 고객이 "이게 다 불량품이야!"하면서 제품을 들었다가 산업용 폐기물 자루에 던져버린다. 원래 성격이 GR맞은 녀석이지만 기분이 나쁜 것도 사실이고, 담당자는 벌써부터 고난의 하루가 걱정이다. 자세히보니 우리회사 제품이 아니라 중국산이다. "어휴~ 불량품을 엄청 많이 샀네. 이거 다 중국산이네~"하면서 세 개나 페기물 자루에 더 쎄게 던졌다. 담당은 웃음도 나고, 고난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도 걱정한다. 고객은 눈에서 레이저를 뿜으면 우리회사 불량제품을 찾으러 회사를 돌아다녔다. 마침 없었던 것은 나의 행운이기도 하다. 협상을 시작하자 제품의사결정 담당자는 자신들이 요청하는 사항이 더 많이 반영되기를 원하고, 구매담당자는 가격인하를 위해서 불량률이 높다고만 한다. 결론은 구매담당자랑 제품의사결정자가 대판 협상중 싸움이 났다. 구매담당자의 의도와 달리, 제품의사결정자는 계속되는 불량률 지적과 가격인하요청이 마치 내가 불량품을 사서 회사 일을 똑바로 안했다고 타박하는 것처럼 들렸나보다. 담당자가 "재들 서로 싸우나봐요!" 귓속말을 하고, 여차저차 한 시간 가량이 시간이 지나갔다. 자중지란이 나면 협상은 단합된 조직이 이길 수 밖에 없다. 결국엔 서로 잘 해보자고 의기투합을 하고, 신제품 진입도 좀더 잘 협의가 되었다. 싸우고 나니 서로 최대한 배려가 우리에게 이익이 된 셈이다.


 최근 국내 재벌기업 계열사들과 협력사가 미팅을 했다. 내부적인 계열사간에는 서로간에 인식하는 서열이 있다. 그렇다고 인사하는 계열사 동일직급 명함을 술자리에서 받아 면전에서 휴지통에 버렸다는 이야기를 듣자면 입에 쫙 붙는 욕이 먼저 나온다. 그 기업이 그 사람으로 전부 설명할 수 없지만, 이런 인격파탄자들도 세상을 살다보면 만나게 된고, 협상도 하게 된다. 해외에는 없느냐? 있다. 인종은 달라도 사람의 행동양식과 수준의 다양함은 공통적이다.


  협상 자리에 발주서를 뽑아와서 협의를 하면서 모델과 수량을 잘 쓰지도 못하는 손글씨로 기재한다. 가격을 적으라는 것이다. 진상이다. 가격을 적어주니 발주서의 수량에서 0을 하나씩 지운다. 무려 1불을 더 깍아주면 0을 다시 채워넣겠다는 야비한 표정을 보이고 손가락을 깔짝깔짝 놀려대는 것을 보면 신발로 싸대기를 후려치고 싶은 충동도 느낀다. 충동이 오른다고 업체사장 얼굴에 신발로 실행을 할 만큼 무모하지는 않다. 그 기업이 지금은 비실비실 업계에서 헤메는 것을 보면 자꾸 그 때 생각이 난다. 꼬신것은 사실이니까? ^^;; 반면 한 겨울 바닷가에서 두 시간을 세워두고 질문 하나로 나를 닥달하던 마피아 같던 아저씨는 다시 보고 싶기도 하다. 그 당시에는 선창가에서 바다로 밀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나중에 따뜻한 말과 의도, 사람에 대한 배려가 더 깊이있게 사람을 알아가는 이유가 됬기 때문이다.


 협상의 목표는 합의다. 이 합의가 기준이 되고, 약속이 된다. 내 목표만 달성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강요다. 서로의 목표를 달성함으로 혼자할 때보다 성과가 배가되는 방향을 기초로 해야한다. 손자가 백전백승이 중요한것 아니라 지지않는 것이 전투의 목적이라고 말했듯, 협상은 나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며 나의 이익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다시 얼굴을 맞대고 균형과 성장을 위해서 협상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대 기업의 협상도 중요하지만, 협상을 통해서 사람을 잃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회사는 떠 날수 있어도, 인생에서 사람을 못질게 떠나보내면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손을 내밀곳이 없기 때문이다. 베풀어 받는 것을 실현하는 실전의 장이 협상이기도 하니까


#협상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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