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처음 비행기가 모스크바에 내렸을 땐 공포감이 있었다. 급유를 위해서지만 어둠 속에 관제탐의 작은 불빛이 희망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99년 처음 모스크바 세례메티예보 F 터미널,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담배를 피우는 모습, 모두가 평등하게 닥치고 기다려야 하는 입국절차, 상상할 수 없는 택시까지 거리감이 많은 곳이다.
지금은 글쎄? 볼수록 매력적인 나라다. 핵무기를 만들고, 마피아들로 그려진 모습이 러시아의 모든 모습은 아니다. 문학, 음악, 낭만 가득한 사람들도 살고 있는 나라다. 그런 면에서 정치, 갈등을 벗어나서 바라본 러시아는 아주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태어나지도 않았던 1960년? 글쎄 느낌이 팍 오지는 않는다. 영화에서 그리는 소비에트 연방을 보는데, 밀레니엄을 앞둔 시기의 기억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신, 강박, 이성, 힘의 논리가 도드라져서 만든 세상 거리감이 있다. 지금도 그런 모습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여러 번 다녀와서 그 흔하다는(?) 볼쇼이 발레를 한 번 구경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래도 영화 속에 스쳐지나 가지만 알고 있는 배경을 보면 좋다. 현지에 있는 친구들도 잘 살고 있는지?
영화는 1960년대 냉전의 시대, 초강력 수소 폭탄 차르 붐바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얼마 전 이 동영상이 공개 되고 내레이션이 이 위력으로 감축 논쟁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이 사실에 기반한 영화를 통해서 그레빌 윈, 올레그 팬콥스키는 그런 이야기 속으로 깊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나라가 정보를 찾기 위해서 적국을 접촉하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받기 위한 활동은 수 천년 전부터 지속된 일이다. 여러 가지 이유와 목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올레그의 대사는 인상적이다. 둘이 만나서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믿음 속에 미래에 대한 그림이 들어있다. 비록 그 세상을 걷지는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건고 있는 그 세상의 모든 길 아래 그의 작은 꿈이 들어있지 않을까? 윈은 사실 얼떨결에 시작한 것이지만 누구보다 스파이 역할을 잘 수행했고 또 인간적인 신뢰를 주고받았다.
공산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와 같은 많은 주의란 것은 사람을 통제하는 수단에 관한 개념이다.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합의하고 선택한 00 주의에 대한 이행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가끔 다른 00 주의를 주장한다. 조금 생각을 바꿔보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에 00 주의가 중요한가? 오래전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절의 이야기를 이 영화가 담고 있다. 그런 시절의 고통을 통해서 현재에 왔다. 그러나 현재의 방식도 영원무궁하리라는 생각은 없다. 그 속에 진보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진보의 한가운데에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 스파이', 'The courier' 원제가 뛰어나다. 창의적 번역은 직관적이다. 영화를 보면 두 제목 모두 행위에 집중하고 있다. 행위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더스파이 #The_Courier #영화 #khori #spy #냉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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