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처럼 멋지게 꾸며진 호텔 라운지다. 3주째 여길 계속 다니다 보니 넌덜머리가 나는 중이다. 반가운 것도 하루 이틀이다. 10만 원쯤 하는 장어덮밥이 여러 가지 이유로 넘어가질 않는다. 일주일에 며칠씩 잡혀있다 보니 단일종목 카레만 주구장창 먹고 있다. 걸뱅이도 아닌데 밥값도 못 내게 하니 이건 정말 최악수의 상황이다.
최근 원자재 파동이 심각하다. 반도체 회사 실적인 좋은 것은 가격 폭등이 가장 큰 이유고, 이익이 좋아진 것도 가격 폭등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하는 심각한 생각이 든다. 정말 요즘은 전자제품을 생선도 아닌데 시가에 팔아야 수지타산이 맞는다. ㅎㅎ 브랜드 업체들은 이미지 때문에 유지는 하고 있지만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엄청난 손실이 원자재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생산차질과 틀어진 가격을 고객과 시장이 수용하는 것에도 한계와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요즘 구매업무를 하는 모든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대역죄인을 면하기 어렵다. 주변에 구매업무를 하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주변이 그런 분들 있으면 많은 위로를 해줬으면 한다.
관계사 고객 어르신이 아침마다 메시지를 보낸다. "Good Morning"이란 메시지를 받으면 오라는 소린데... 굿모닝이 되겠어! 나는 전혀 될 리가 없다. '서울에 없다' 하루 이틀이다. 그리고 비겁하게 그런 말 하고 싶지도 않다. 이 때문인지 고객 어르신이 리얼타임으로 대답은 잘한다고 웬걸 칭찬을 하신다. 3주째 밥을 먹어도 맛을 알 수가 없고, 소리를 들어도 머리만 아프다. ㅎㅎ
살다 살다 수주가 없어서 고생은 해봤어도, 수주가 넘쳐서 수주에 쳐 죽는 경우는 처음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왜... 반도체 때문에..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라는 답 안 나오는 자조 섞인 멘트를 읊조리고 있다. 이 어르신도 6조짜리 회사에서 국제전화와 메일로 매일 탈수기에 넣고 돌리니 비슷한 상황이다. 어제는 전화를 안 받았나 보이스 메시지를 받으셨다고 들려준다. 자기도 출장 보고서를 그 회사에서 써내라고 해서 출장을 6월 말까지 연장을 할 계획이라는데 내가 기절초풍을 할 상황이다. 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더니 이 분도 대단할 뿐이다. 하도 답답해서 농담으로 "한국에 김앤장이라고 유명한 법률 회사가 있는데, 그런 애들 댁 회사에 오는 거 아니에요?"라고 한마디 했더니 짜증이 나셔갖고 "너 이 자식, 그런 놈들 오면 바로 바이패스로 너네 회사에 보낼 거야"라며 30분 넘게 잔소리를 했다. 주둥이가 만화의 근원이다.ㅋㅋ 그런데 이런 시장 상황은 면책조항(force majeur)이라고요.. 에혀. 만약 한국인이고 "배 째, 등따"하면 바로 시전 할 기세다. 그리고 공동의 문제임엔 틀림없다.
어제는 또 담당자랑 팀장한테 연락해서 다시 나한테 연락인지 보고인지가 왔다. "오라는데요"라는 짧은 멘트 ㅎㅎ 이젠 놀랍지도 않다. 공급사에서는 어떤 건 지금 발주하면 52주란다. (일 년이 52주다, 장난해!!!) 어떤 부품은 주식은 쨉도 안된다. 10배, 20배 오른 부품도 많다. 주식으로 말하면 20루타다. 작년 말 업체 사장님이 자재로 팔면 돈이 많이 남는데, 완제품으로 만들면 가격도 못 올리는데 원자재 가격만 올라서 손해가 심각하다는 말이 남의 일이 아니다. 중국에 있는 지인 사장님과 오늘도 한참 통화를 했다. 듕국도 난리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더 심각해지고 있다. 사장님은 이 번달에 엉뚱하게 자재 사다 팔아서 이익이 더 났다고 좋아하신다. 할 말이 없다.
어젠 아비규환 상황에서 팀장, 담당, 나 그리고 고객 어르신이 모였다. "자 지금부터 회의는 사업 미팅이 아니다. Life Meeting이다"라고 이야기하는데 현타가 온다. 뭔가 많이 생각하고 온 듯하다. 그런데 자꾸 물어본걸 또 물어보고를 한다. 당연히 답변하는 사람들은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4시간 정도 이러고 있으면 다들 대환장이다. 그런데 고객 어르신도 대표이사인지라 실무를 다 꿰차진 못한다. 6조짜리 회사에 이야기할 것들을 외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리허설을 왜 미팅할 때 하는 거예요? ㅠㅠ 어찌어찌 미팅은 잘 정리를 하고,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다 찾고 정리하기로 했다. 진이 빠지는 회의다. 나는 월요일에 오전반 오후반 대책 회의를 하기로 했다. 띠로리~~ 담당 혼자 혼비 백산중에 제일 좋아한다.
그런데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실행하고 도전하는 것은 큰 배움이 틀림없다. (당연히 욕이 나오고, 짜증이 나고 체력이 너덜너덜해지는 것은 인지상정) 미팅을 하며 팀장과 담당에게 저 노인 양반이 하고 있는 집중력, 의지, 태도는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 멱살을 잡을 기세도 함께 나온다는 이해도 빠르게 된다. 눈치가 없는 건가??? 그래도 애들이 노인 양반 3주째 잘 대응한다고 더 고생하시라는 말에 나도 멱살 잡을 뻔했다. 나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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