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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天上雜夫] 생각을 디자인해 시간과 숫자로 말하기

by Khori(高麗) 2021.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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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조정실을 맡고부터 생각에 변화를 이끄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주 업계 리딩기업을 만나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마케팅은 세상 사람의 생각을 디자인하는 일이고, 사업전략은 고객의 생각을 디자인하는 일이며, 제품과 솔루션 전략은 사용자의 생각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그 생각의 대상이 생각할 때에도 적합하면 좋은 결과를, 애매해서 결정을 하지 못할 때엔 설득을, 그 미치지 못하면 원가와 비용을 제외한 아주 낮은 수익에 무엇을 팔게 된다. 사람들의 행동과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모든 행동과 결과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그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결정된다. 또 생각의 수준에 따라서 성과의 폭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Copy Cat으로 일어난 우리나라의 산업이 레벨업을 많이 했다. 천정을 뚫기 위해서는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듯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더 좋은 미래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미래가 특정한 방향이 삶이 아주 좋아질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 무엇도 내가 느끼고 결정하고 실행해야 가능한 일이다.

 

 기업의 각 조직은 전문성이란 이름하에 고유영역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그 조직은 시간이 흐르는 순서에 따라 배치된다. 이걸 프로세스라고 사람들이 부르는 것 같다.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생각하면 대단히 거추장스럽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많이 해보니 그 방식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현재의 결론이다. 혁신은 더 쉬운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시간이란 개념은 생산성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원인 시간에 대한 철학자의 이해를 개인, 조직, 기업에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모든 조직은 회계연도, 월, 주, 일의 단위를 쓴다. 모든 조직의 결과는 화폐단위로 치환되어 숫자로 나타난다. 즉 시간과 숫자로 모든 기업활동은 상징된다. 상징이라고 했지 그것이 전부라고 하지 않았다.

 

 문제는 숫자로만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기분이 나빠진다. 숫자로 나타나기까지 나의 노력과 인내를 누군가 이해해주기 바라는 마음이 어떤 것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연애를 잘해야 사업을 잘한다는 생각이 든 이유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도 몰라주고 매일 뭘 부탁하고 따지기만 하면 사랑하는 마음이 싹트겠나? 사업부와 숫자로 논하면 자신들이 환경과 상황을 이해하지 않는다고 하고, 재무회계와 숫자로 하자고 해서 숫자로 논하면 이 숫자들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각 조직들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억울해한다. 제조와 숫자로 논하면 연구개발의 생산성 고려, 설비, 판매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특성의 어려움을 많이 이야기한다. 품질은 각 조직들이 만들고 팔도록 검사까지 해주는데 이런 불편한 숫자로 갖고 와서 닦달한다고 억울해한다. 회사 어느 조직도 억울하지 않은 부서가 없다. 구매조직도 마찬가지다. 인사 총무도 뒷바라지하는 고충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해하는 마음과 함께 웃음이 난다. 다들 전문지식과 경력, 경험을 갖고 초등학생이 "난 이거만 한다"라고 우기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달리 남성 심리학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다는 확신을 회의하다 보면 잘 느낀다. 나도 자유롭지 않다. 남성 중심 조직은 사실 불완전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빗자루 들고 족치지는 않아도 엄마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생각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 숫자를 사용하는 것이지, 숫자만 이야기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제조부서와 현재의 생산성 측정을 해보기로 했다. 엄살과 현실을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은 불편하다. 그들과 이야기하며 생산성을 늘리려는 방법에 대해서 물어보면 다들 "더 많이 더 빨리"라는 올림픽 정신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하루에 100개를 만드는데, 200개를 만들어 해결한다면,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가고,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하려면 사람은 맛이 가는데 계속할 수 있을까? 이젠 다들 그럴 나이가 아닐 텐데?"라고 물어봤다. 본인들도 그렇단다. "기계는 전기 꼽으면 계속 항상성을 유지하며 돌아가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은데 다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라고 시작해서 꽤 긴 시간을 이야기했다. 답은 없지만 다들 눈빛을 통해서 안 하던 생각이 움직인다는 느낌이 든다. 제조팀장이 애들이 두통거리를 앉았다고 쫓아다니며 타박을 한다. "제조현장의 전문가는 여러분들입니다. 문제의 진단도 해결책도 여러분이 나보다 전문가예요"라고도 한말 진심이다. 그것을 찾아야 내가 아주 작은 힘을 더해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내 생각은 말은 쉽지만 각 전문 조직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내 생각은 "하던 것 중에 안 해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제거하기, 안 하던 것 중에 실행함으로 훨씬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을 찾는 일"이다.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우선한다. 말은 쉬운데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모든 조직이 요즘 나를 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본인들이 조선 제일검이라고 숭악한 별병을 붙였지 내가 그런 게 아니다. 그렇게 말이 나온 김에 숫자와 시간을 통해서 검을 벼르는 중일뿐이다. 다른 걸 고르지 그랬어?! 하여튼 한 달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다. 언제부터 우리 회사에서 자료가 1분도 늦지 않게 착착 도착했었나? 늦으면 늦는다고 제깍제깍 사전에 연락이 왔었나? 게다가 언제까지 하겠다는 정확한 시간까지 묻지 않아도 회신이 온다는 것은 큰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제조공정분석을 맡기며 본인들끼리 하지 말고, 품질, 사업팀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했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와 고객들이 불편하지 않거나 필요를 인지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기 때문이다. 각 부분의 생산성을 측정하고, 재무부서의 기준에 관한 조언을 바탕으로 비생산적 요인 분석도 시작했다. 그래야 사업부와 연구개발에 요구할 것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사업부에는 사업 진행과 운영의 기준에 관해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사업부를 운영했지만 조금 힘들면 사업부 사람들은 자신들의 장기를 싸게 파는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경향이 높다. 동시에 잘 팔지도 못하면서 남의 회사에서 파는 온갖 제품이 필요하다는 투망식 영업을 통해서 회피하려는 경향이 많다. 전년도 실적 데이터와 금년도 계획을 통해서 확실하게 잡는 분야에 집중하게 하면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정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볼멘소리 중에서 잡아야 한다. 사실 가장 큰 사업팀의 문제는 고객이 뭘 필요로 하는지 잘 모르고 확인하지 않으며, 그 고객의 생각이 내가 제안하는 것을 필요하도록 어떻게 그의 생각을 설계할지 그 생각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 이야기를 잡아서 다시 연구 개발과 이야기해야 한다.

 

 이렇게 functional organization을 정비하면 staff organization인 재무, 품질의 짐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Staff Organization은 기존적으로 "마이너스 개념"에 통달해야 할 부서다. 재무, 회계, 구매, 자재, 조달, 인사, 총무 부서들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여기는 버는 것이 없고 쓰기만 한다. 따라서 어떻게 줄여가는가가 그들의 실적이다. 그 실적은 양으로 표현이 가능하지만 음의 콘텐츠가 많다. 연구개발은 음과 양을 다 갖고 산다. 제조기업의 뿌리가 연구개발에 있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기업도 어려서 쓰던 금전출납부랑 별만 차이가 없다. 복잡하지만 결국 한 달에 얼마 쓰고, 얼마 벌었는데, 주머니에 얼마 있어? 와 다르지 않다. 자기 돈은 1원 차이 없이 정확하다. 사람이 모여서 함께 쓰고 계산하면 항상 잘 안 맞는다. 그 차이를 잘 이해하고 없앨 수 있다면 세상 어느 누구보다 뛰어난 경영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숫자로 이야기를 하고 그 숫자가 상징하는 방향, 그 숫자를 만드는 어려운 요인, 그 숫자가 점점 더 좋아지도록 하기 위해서 버려야  할 것과 더 해야 할 것을 각 해당 조직과 이야기하고 합의해서 추진하고 측정하는 것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옛날 꼰대들처럼 "숫자가 왜 이래?"라고 말하기 전에 "현재의 숫자를 앞으로 이렇게 만들어보자"라고 말하고 싶은데 말과 글이란 것이 마음을 표현하기 참 불편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즉 선행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디자인이 중요하다. 그래서 좋은 숫자가 될 가능성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보이스카웃 구호가 준비인 이유도 이런 것 아닐까?

 

 지난번 회의에서 조직은 밧줄을 서로 목에 걸로 함께 뛰는 경기와 같다고 했더니 이해는  되는데 예가 좀 삭막하다는 불평이 있다. 빨리 가도 목이 졸리고, 늦게 가도 목이 졸리고, 잡아당기면 다른 조직을 목 조른다는 표현이 내가 봐도 삭막하긴 하다. 숫자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네가 쉽게 쓰는 비용이 다른 동료의 인센티브고, 다른 조직이 더 나은 성과를 위해서 써야 할 자원이다"라는 말을 하면 이해는 잘 되는데 역시 불편해한다. 같이 노를 젓는데 한 놈이 놀면 배의 방향이 돌아간다는 표현도 적절한데 배를 몰아본 사람만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인간의 공통 언어 중 가장 함축적인 숫자를 사용하게 된다. 모두가 시인이지만  시를 이해한 사람과 별 관심 없는 사람들로 나뉘듯 숫자도 그러하다는 생각이다.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나 맡게 돼서 열심히 하려니 머리가 아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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