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나빠진 것 같다는 별봉이 따라 안경점을 들렀었다. 정말 안경을 바꿔야 할 때가 된 듯하다. 뵈는 게 없는 시대가 크게 열리고 있지만 그러려니 하고 산다. 제주도에 갔다가 산 이중섭의 '흰 소'와 '황소'처럼 살아야 할 텐데.
90년 대 중반 세계화, 다국적 기업, 초국적 기업, 글로벌리제이션과 같은 말을 통해 협력과 자유무역, 공정무역을 확장하던 시대가 있었다. 국제경영 과목에서 최신의 사례로 기존의 조직론과 다른 아메바 경영이란 사례가 잠시 언급된 적이 있었다. 아직도 교과서 맨 끝자락이 생각나다니. 그리고 얼마 전에 그 이야기가 이나모리 가즈오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또한 신기한 일이다. 두 번이나 읽었다고 자랑하는 엉아를 보며, 신통방통한 방법을 알려주지 않으니 야속한 것도 사실이긴 하지. 사람 그렇지 뭐!
현재 1/3 가량을 읽었다. 호황은 좋다. 불황은 더 좋다던 마쓰시타를 호황의 경영으로, 저성장 시대를 이나모리 가즈오라고 말하는 서평이 시작부터 인상적이다. 아직 읽어야 할 것이 많지만 내가 갖고 있던 생각에 한 가지를 더 하게 된다.
오래전 전략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함으로 시작한다는 것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망하지 않는 법을 알게 되는 작은 길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 책을 읽으며 워런 버핏의 말을 빚대 사업 제1원칙은 망하지 않는 것이고, 제2원칙은 그것을 잊지 않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亡(망할 망)의 길을 걷는 사람은 望(바랄 망)을 쫒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분간하지 못하는 행동의 결과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장의 기업가 정신은 그가 걸어온 인사이트를 알 수 있다. 어쩌면 그가 말하는 정신은 공자의 나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라는 수동적인 태도에서 스스로 남보다 나은 사람이 아닌 누군가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라는 말처럼 다가온다. 그런 마음가짐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정도를 따르게 되는 운영체제와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자본을 갖고도 망하거나 욕을 먹는 것이 쉬운 것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기업의 부서에 道를 붙일 수 있는 분야는 경영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엔 영업이라고 하는 업을 번창하게 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업을 번창하게 하는 것을 운영하는 것이 경영이다. 商道를 제외하면 도라고 붙여야 할 부서가 있나? 그래도 무엇을 만들고 개발하는 연구소에 장인(匠人), 명장(名匠)의 칭호가 붙는다. 돌아보면 기업을 한 문장으로 요야하면 "만들어 판다"로 요약된다. 이 두 바퀴가 개발과 영업이고, 경영조직론에서도 핵심 기능조직이다. 나머지들은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소하처럼 지원하여 번영케 하는 지원조직인 셈이다.
스스로를 개발자라고 말하지만 깊이 있는 사고의 연속은 철학의 수준에 다다르는 깊이를 내뿜는다. 4장에서 말하는 리더의 조건을 읽다 보면, 이 사람 한 세대는 앞선 사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세상에 먹구름이 끼기 전까지 그렇게 이야기하던 ESG의 개념이 다르지 않다. 사실 더 오래된 동양고전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다. 단지 물질문명의 변화 속에 인간이 게으르고 멍청하게 잘 까먹는 것일 수 있다.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리셋되어 태어나 매번 새로 하고 있으니 그런 점은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솔루션이란 개념을 대기업에서 배우고 그들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솔루션, 해결책이란 말을 보며 거꾸로 그 의미를 나름 여러모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다들 내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만, 상대방,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내 문제는 잘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와 같은 말을 연구개발과 기업가 정신이란 글 속에서 보게 된다. 분야가 다르다고 지향하는 바도 다르다고 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장부 쓰는 것들이 사업이 어쩌고 하면 분노하지만 그렇다고 사업을 잘하는 재무전문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확률이 좀 다를 뿐이고 잘하는 분야가 다를 뿐이다. 이건 내가 갖고 있는 편견 중의 하나다.
기업경영을 생각하면 이익의 합리성을 추론하지 않는다는 말은 정말 道를 닦는 말이라고 볼 수도 있고, 최소한 생존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과 준비는 해 놓고 시작한다는 말이라고 해석된다. 전북의 닥공전략처럼 결정했다면 어느 정도 매진해야 하고 그런 생각을 했다면 사전준비는 미리 해야 하는 일이다.
그와 조금 다른 생각이라면 소박하게 '장사의 비법은 고객으로부터 존경받는 것'이란 말이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줌으로 그 과정을 통해 나의 문제도 해결하는 세상의 이치를 안다면 평등한 인식(실제로 갑질, 을질과 같은 인식이 존재하지만)이 필요하다. 나는 '장산의 비법은 고객으로부터 끊임없이 감사함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히 토를 단김에 인생, 사업, 인간이 하는 어떤 일도 그래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서울대 교수가 쓴 '축적의 시간'이란 책을 보면 현재의 AI 학습, 인간의 문명발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거대함이 아닌 인간의 인생, 경영자로서의 평가가 의사결정의 적분이란 표현은 그것이 곧 책임이란 의미와 상통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축적은 현재가 되고, 현재의 축적이 만들어갈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오늘만 사는 잡놈이 되는 길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 축적의 과정이 인생, 경영의 스토리로 남는다고 믿는다. 정도의 축적이 그래서 중요하다. 타인이 보기에 아주 당연하고 심심한 과정 같지만 그것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인간 세상에서 너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고 그래서 위대한 것이 아닐까? 사건사고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파격을 주고 그 결과가 온갖 민폐로 벌어지며 일어나는 일일 뿐이다. 조금 답답해 보이지만 무너지지 않는 기반이다.
하루하루는 매일 새로운 나날이다. 그 변화의 폭이 커짐에 따라 우리는 성공의 희열과 패망의 고통을 느낄 수 있다. 책에서 인용된 '강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고, 마음이 따뜻하지 않으면 살아갈 자격이 없다'는 말은 자신의 업을 대하는 태도는 일품 조언이 아닐까?
여러 번 예를 들고 있는 철학자와 같은 심원한 정신세계, 고상하고 정직하며, 인의가 두텁고, 도리, 신의 성실함을 기반하며, 재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올바르게 사용할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참 난이도가 높다. 인생 쉬운 게 없고, 공짜는 더욱 없다. 뿌린 대로 거두는 진리는 인간사를 떠나지 않는다. 요행보다 무엇을 해야 할지 소크라테스처럼 끊임없이 묻고 접근하는 생각을 본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Why가 붙는 5장은 좀 쉬었다가 읽기 시작해야겠다. 대한 민국에도 경영철학을 실현하는 사람들이 크던 작던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그 수준이 산업의 수준을 이끌어갈테니.
#경영철학 #이나모리가즈오 #경영 #독서 #천상잡부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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