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김영수 선생의 간신열전을 재미있게 읽었다. 동양의 고사에서 더해 놓은 간신들의 이야기는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흥미로운 소제다. 이 책은 논어, 주역, 자치통감, 고려, 조선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서 간신들의 활약(?)과 폐해를 기록한다.
1) 찬신 - 나라를 무너뜨린 간신들
2) 역신 - 황음에 빠진 임금을 시해한 간신들
3) 권간 - 임금을 무시하고 권력을 휘두른 간신들
4) 영신 - 임금의 귀와 눈을 멀게 한 간신들
5) 참신 - 임금의 총애를 믿고 동료를 해치는 간신들
6) 유신 - 아첨으로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간신들
간사한 신하라는 말은 주종관계를 의미한다. 아래가 위를 능멸하거나 그와 유사한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봉건제도형 관리 체계는 정치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모든 조직에 남아 있다.
현대 시대를 살아가며 간신이란 말은 '간사한 신하'에서 '간사한 사람'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상하를 논해서 마치 낮은 지위에서만 간사한 신하가 발생한다는 오해는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맹자도 잔적, 인의를 일은 필부를 말했지 그의 지위가 높고 낮은지, 나이가 많고 적은 지를 조건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다. 얼마 전 떠들썩한 그루밍 사건은 영신과 같은 일을 봐도 그렇다. 대통령이 나라를 망치는 일을 벌인다면 정치적으로 그가 가장 큰 간신이다. 회사를 부도낸 경영자는 그 회사에겐 최악의 간신이다.
조직론 입장에서 어떤 조직도 리더에게 자유로운 조직은 없다. 그래서 왕, 경영자, 조직장은 관상, 주술, 운세와 같은 것으로 타인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신의 있는 좋은 성품과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후에 함께하는 타인의 말, 행동 그리고 일관성을 지켜보며, 타인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욕망에 타오르는 간신은 집요하다. 하나의 도둑을 열이 못 막듯, 간신은 떼려 잡을 존재 이전에 멀리해야 한다. 그걸 볼 안목도 실력이다. 가까이 왔다면 간신만의 탓은 아니다. 함께 해도 성공하는 것은 장담하지 못하듯 대신 실패하는 것을 방지하는 소극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간신은 생기고, 동시에 간신은 내가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안목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욕망보다 실패를 방지하며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하며 성취를 이루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내가 이 간신열전을 읽으려 한 이유가 있다. 좋은 기회에 책을 받기 때문인 이유도 있지만 내 마음을 보기 위해서다. 여러 조직을 거치고,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생각은 존재한다. 지위가 낮고 높음, 벌어진 일의 크고 작음, 벌어진 일에 대한 생각의 수준을 보면 다양하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보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태도와 말로 드러나는 의도와 그들이 몸소 실행하는 행위의 차이를 통해서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그 차이가 커질수록 불신이 커진다. 좁아질수록 신의가 커지지만, 신의와 실력은 또 다른 문제다. 세상 모든 사람이 일을 도모하고, 사람과 함께하며 간사한 일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내 생각이 올바른 방향인지, 그렇게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간신의 폐해보다 간신의 마음과 태도, 말, 행동을 보면 상상하고 혹시라도 내게 그런 마음이 있는지 경계하기 위함이다.
"상황을 믿어야지 사람은 믿을 수가 없다"는 말과 "상황이 바뀌면 판단이 바뀐다. 경은 어떠한가?"라는 두 문장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상황이 바뀌어도 판단을 바꾸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떤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무엇이 그렇게 하는가?' 이런 두 가지에 대한 내 호기심 때문이다. 간사한 일은 대부분 욕망 때문이다. 권력, 이익 이 두 가지에 대한 욕망의 눈이 마음에서 열리면 타인이 말릴 수 없다. 그런 모습을 많이 보아 오고 있고, 그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을 통해서 권선징악은 존재한다고 믿는다. 지위가 올랐다고 거만함이 늘어나고, 이익이 생겼다고 안면을 몰수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지위고하는 막론하고 규정과 규칙을 지키지 않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런 상황은 화도 나고 황당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통해서 그 사람의 적나라한 마음을 읽었다면 이것은 꽤 괜찮은 정보가 아닌가? 나와 내 마음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욕망이 갖고 싶은 것을 넘어, 타인의 것을 탐하기 시작하면 마(魔)의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막 통과한 것이다. 매일 오더를 받고, 물건을 싣고, 송금을 받다 보면 돈이 종이로 보이고, 종이도 돈으로 보이기도 할 때가 있었다. 다양한 상황에서 이런 상상이 생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내 마음속에 심어둔 가치관, 신념 아니 내 심어둔 마음의 근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감정과 상황의 유혹은 참 다양하다. 아마 3 대가 먹고 살 돈을 눈 앞에 본다면 그런 기회가 있다면 초연한 사람이 있을까? 간신은 이런 예를 들면 타인에게 호소할지 모른다. 그런 마귀의 소리에 마음이 동하지 않도록 나를 단련하는 방향으로 책을 읽고 있다.
간신열전을 읽는 다고 간신을 박멸할 수 없다. 간신열전을 읽는 사람들도 변해가고, 새로운 상황이 생각을 바꾸기 때문에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노력하고 일정한 성취는 가능하다. 어떤 면에서 타인을 나처럼 믿을 수 없는 것은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특히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주장한 전 00님이 강조한 것과 현실의 대비처럼 주장과 슬로건 속에 상황을 인식하는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신념을 갖고 하는 것인지, 자신이 저지르는 것을 타인이 못하게 하도록 강조하는 것인지는 어떻게 아는가? 그 사람의 말로 듣고, 태도로 점검하고, 행동으로 확인한다. 나는 그런 과정이 이런 책을 통해서 내 생각과 마음, 내 행동을 항상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오늘보다 내일이 좋아지는데 작은 입김이라도 허공에 날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하여튼 기원전부터 현재까지 "법이 있어서 다행인 짐승", "법이 없어서 운 좋은 짐승"은 세상에 끊이질 않는다. 달리 도덕과 법이 인간세상에서 중요하겠어.. 그게 minimum이란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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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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