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마음에 들어서 사고 참 오랫동안 구석에 방치한 것 같다. 책이 두툼하기 때문에 조금씩 읽어내고 있다. 표지에 등장하는 인디언의 사진이 당차고 인상적이다. 깃을 꼽은 모습에서 동양이나 서양이나 새와 같이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상상도 해본다.
책의 내용이 유쾌하고 즐겁다고 볼 수는 없다. 유럽의 사람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지금의 성공적인 대국을 만든 역사를 중심으로 기록하고 기억한다. 하지만 그곳에도 어떤 연유에서인지 인디언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고, 자신들의 문명을 갖고 살아내던 곳이다. 그들이 분명 과학기술이란 관점에서 뒤처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가치 없는 삶과 문명을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의미와 정체성을 담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독교 중심의 사고관, 작금의 시대를 주도하는 미국 중심의 사고가 모두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인디언의 말처럼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4차 산업도 이런 연결을 고도화하고 있다. 다만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과 연결의 방식에서 균형을 찾는 법에 서툴렀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지금도 인간은 태어나면 reset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서투를 것이고 이를 또 극복해내는 과정을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책을 통한 옛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으로 실수를 충분히 만회할 기회를 찾을 것이라 생각한다.
낯선 이를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땅을 내어주고 점차 그들의 물리적 힘에 의해서 밀려나는 과정에 대한 인디언들의 생각이 담겨있는 책이다. 마치 대한제국 말기 왜에 의해서 새로움을 강요받는 것을 넘어 정체성의 근본을 바꾸기를 강요받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추장들의 연설문을 통해서 그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며 깨달은 통찰력을 조금씩 알아갈 수 있다. 책의 내용으로만 보면 이 한반도의 접근 방식과 비슷하고 또 다른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정체성과 문명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원칙을 돌아보는 것이 현재에 유효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물질문명이 더 발전하고, 문명의 발전은 정확성을 고도화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향이 높다. 이런 정확성의 고도화가 높아질수록 성과는 더 좋겠지만 인간의 품어내는 여유는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다. 소외, 상실감, 과거의 여유로운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이 꼭 낭만적인 추억 때문만은 아니다. 천천히 사라져 가는 것일 수 있지만 그렇게 돌아보는 과정에서 인간의 맛을 잃지 않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조금씩 천천히 읽어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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