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으로 상당히 유명하신 분이다. 우리집에 있는 책중에 2002년 지승호와 대담집 중 한편을 장식했지만, 그 이름의 유명세 만큼 그의 글을 접해본 기억이 없다. 트위터속에서 그의 몇마디는 까칠까칠하게 다가올때도 있다.
최근 기사에 숭실대에서 강의하는 모습을 어디선가 본 듯한데,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그 강의가 책으로 만들어 진것 같다. 카트에 담아두다가도 낯설음으로, 결국 빙빙돌아서 시작하는 이유가 됬다. 책을 읽으며, 이분 가깝게 다가가기도 쉽지 않을 듯 하지만 살짝 매력있다. 그가 좋아하는 한국어 단어 '그윽하다'의 느낌은 아니지만 적절하게 설명할 단어가 마땅하지 않다.
책속에서 언급된 글을 쓰는 네가지 이유가 모두 나에게 부합되는가 생각해 보게된다. 일견 맞는 것도 같다.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잠시 무엇인가를 읽을때 내 머리속에 일어났던 생각을 기록하는 목적이다. 잠재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욕구, 누군가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욕망도 있고, 정치적인 의사도 있다. 책 속의 정리가 차분히 돌아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누군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넘어 기억해주기 바라고, 혹시 작은 도움이 될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다. 기억되고 싶은 욕구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부터 국어받아쓰기를 제외하고 별로 재미 본 기억이 없다. 읽는 양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시절 국어1,2점수의 합과 수학점수가 박빙일 때가 많았다. 문과를 선택해야만 하는 여건이 그리 만족스럽지도 않았지만, 점수를 보면 기가찰 일이 많았던 셈이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서도 은근히 하이브리드 자동차 처럼 이 경계를 왔다갔다하며 살게된다. 팔자라는 것이 있겠구나 하다가도, 그렇게 생겨 먹은걸 어떻게 하나하고 자문자답한다.
책에서 학교문법이라고 정의하고 설명하는 부분은 아주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책속에서 저자가 바른 언어를 사용하고, 좋은 의사소통을 위한 글쓰기,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못마땅스러운 용례 등은 대단히 실용적이다. 일상과 블로그를 하면서 조금씩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실수를 있는 그데로 남기던 자세와 글을 쓰는 태도가 스스로를 업신여기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금년들어서부터 내가 쓴글을 다시 읽어보고, 오타도 수정하고, 다시 정리하는 경우가 늘어간다. 그런면에서 좋은 글을 쓰지는 못하지만, 태도점수는 약간이나마 향상의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문장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줄이는 설명을 읽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문가의 말이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부분이지만, 한 두번의 유사한 체험을 하고 만족감이 상승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내 실력이 전문적인 글쓰는 직업과는 전혀 무관하고, 내용상으로도 금전과 제품, 기술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재미없는 삶이다. 이런 조건에서 이 책과 나의 취미생활이 되어버린 블로그, 책읽기 사이에서 새로운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 같다.
글을 정리하면서, 논리에 대한 그의 말이 고맙다. 보고서와 문서 정리가 내가 쓰는 글의 대부분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표현도 그 기반위에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오늘 읽고 나에게 스쳐간 생각을 정리하는데 보통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단위단 투입이 많은 반면 효용은 같이 상승하고 있다. 생산적이다. 책을 읽는 몇일동안 이메일,문서정리하는 자세에도 조금 변화가 있다.
문제는 일상에서 작은 나태함이 과거의 나로 빠르게 회귀시킨다. 언제 그랬냐는 듯 주저리주저리 두서없이 낙서를 한다. 내가 매일 무엇인가 쓸 때에 긴장하고, 성의를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된다. 나의 정리되지 않은 날것이기 때문이다. 길을 다니며 벗고 다니는 줄 모르는 이솝우화 임금님처럼...
책을 읽고 돌아보니, 이름보다는 그 사람의 단면을 하나 더 알게됬다. 한국어에 대한 작가의 세심한 애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인가에 이렇게 애정을 갖고 볼 수 있을까? 글쓰기 책을 보았는데,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애착을 가늠해보게 된다. 그리고 좀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이건..나랑 잘 안어울린다.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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