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손에 닿는 책이 두텁다. 재미를 끊고 다른 책을 보고, 다시 재미를 이어가다 다른 책을 보게 되었다. 책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다니니 "없어 보이게 이게 뭐야"라는 사람이 있고, 책상 위에 놓인 책을 보며 신기한가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내가 보통 이런 책을 안 본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 입장에서는 남녀의 관점이 다른 것 같다.
사랑을 가슴에 지우고, 새로운 삶에 정착하고 자신의 방향성에 사랑을 더한 것인지 사랑에 방향성이 더해진 것인지 알 수 없다. 사실 삶과 세상의 경계에서 무엇이 앞선 것인지 내 스스로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이럴 때 기억력이 정확한 것이 좋은지 잊는 기능을 갖은 사람이 축복인지 알 수 없다.
아무는 소기란 남자를 만나 권력의 눈을 뜬 것인가? 그녀는 권력의 핵심에서 권력의 민낯을 보며 자라왔다. 예장왕 소기를 만나 권력의 변방에서 권력의 핵심으로 움직이는 삶을 낭군과 함께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과 처리과정은 인간 세상의 다양한 일과 방식을 이해하는 작은 예다. 인간이란 동물이 조직이란 발명품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가? 그 조직의 정점에 우뚝 서기 위해 하는 온갖 행동이 이해도 되고 혼란스럽다. 개인의 목적을 중심으로 보면 필요한 일이고, 우리가 사람과 동물을 구분하는 척도로 보면 하지 말아야 할 일도 많다. 사실 나도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도 그 경계를 넘나들며 삶이 스토리를 쓰고 있다.
나를 따르던 시녀가 상황이 바뀌어 독설을 남기고, 나를 따르던 형제 같은 부하가 권력을 위해서 칼을 겨누고, 나를 사랑했던 사람을 권력을 위해서 제거하고, 권력을 위해서 인의를 버리는 모습이 많다. 이 책도 그렇지만 역사 속에서 이런 예는 너무 많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서, 목적을 위해서라고 에둘러 말하며 동물적 행위에 대한 이해와 정당성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들이 처한 상황, 역할의 불가피성도 따른다.
그런데 결말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재확인하고, 조금이나마 자신의 마음속 진실을 남기며 마무리하려고 한다. 상투적이지만 이해가 되는 이런 마무리... 인간미의 재발견일까? 그렇게 기억되고 싶은 마음일까? 후회라는 말을 빙빙 돌려서 하고 있는 것일까? 하여튼 재미있다.
만약 이 책이 각색되어 드라마 시리즈가 된다면 전에 본 금수미앙보단 더 재미있을 것 같다. 권력을 이해한 여인 황후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은 듯한데 그것을 누리지 못하니 어쩌면 인의를 살린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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