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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예술 (冊)

제왕업 (上) - 난세를 돌아 중원으로

by Khori(高麗) 2021.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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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금수미앙이란 중극 드라마가 재미있었다. 패망한 나라의 공주가 저 밑바닥부터 다시 황후의 자리까지 오르는 이야기의 재미도 있지만 여성이 확실하게 우성이란 생각을 했다. 스토리는 다르지만 제왕업의 유사한 구조가 내 취향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가족이란 이름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시집을 간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생의 미래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슬픔과 가능성은 또 내게 달린 일이다. 이런 개떡같은 난이도를 설계한 신이 있다면 좀 따져봐야 할 일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인생에서 인내와 즐거움, 고난과 행복이 같이 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시집 장가가는 일이 황당해 보이는 현재이지만 어차피 연애로 만난 사람도 처음보기는 마찬가지다. 단지 서로를 알아가는 전제조건에 latchet(후진 방지, 빽도 불가)이 있느냐의 차이지만..

 

 아무란 주인공은 고귀한 집에서 태어나 정략결혼을 통해 새롭게 거듭난다. 고난이라고 할 수 있지만 책의 말처럼 어른이 된다는 것이다. 세상의 떼가 묻는 것이 어른이 된다는 말 우습지만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말이다. 내 표현대로라면 온실의 화초가 야생에서도 생존력을 갖는 말이기도 하다. 마음에 품었던 정인 자담을 배려하며 다시금 돌아온 난을 보는 느낌..주인공의 삶과 유사하다. 

 

 권력의 세계를 알아간다는 것, 모략과 음모로 비춰질 수 있다. 동시에 삶의 방향성과 흐름속에서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순진하거나 철이 없거나 그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의 삶에서 그것이 가능한가?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고 모든 관계속에도 작던 크던 권력의 구조가 존재한다. 그래서 세상에 그렇게 많은 협상에 관한 책(나는 뒤집기 기술에 관한 고찰이라고 생각한다)이 많은가보다. 그 많은 책보다 가끔 이런 소설은 훨씬 실감난다.

 

 다시 왕비가 되고 권력쟁탈전에 본격적으로 가담하고, 내 위치와 역할을 찾아가는 모습이 2부에서 나올까? 금수미앙처럼 황후마마가 될런지 뭐가 될런지 호기심이 생긴다. 이런 모습이 역겹다고 볼 수도 있다. 아무도 스스로를 자꾸 돌아보는 이유다. 한편 공자가 어린아이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마음속에 스스로 묻은 세상의 떼가 묻은 것을 인정하는 것은 아닐까? 굴원처럼 탓하기보다 그대로 인정하며 자신의 이상에 따라 흘러가는 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지루하지만 읽어가며 흥미가 돋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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