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처럼 마음에 다가오는 재미있는 글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일에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웃님이 한 장 한 장을 아껴 읽었다는 마음이 참 부럽다. 나는 한 장 한 장을 읽어갈 마음이 부족한 시간만큼 오래 걸렸다. 광고에 나오는 동글동글한 비계가 붙어 있는 의약품 광고나 곰이 붙어있는 광고가 부러울 정도로 처음 보는 다양하고 복잡한 신세계를 경험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마음이가 힘들 땐 쉼표가 필요하다. 문제는 마음에 쉼표를 찍을 곳이 없는 것이 문제일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화창하고 기가 막히게 좋은 날도 "제길 날씨는 왜 이렇게 좋은 거야!"라고 말하는 것도 사람이고, "날씨 차~암 좋다~"라고 말하는 것도 사람이다. 똑같이 좋은 날도 내 마음에 따라 달리 보인다. 나도 이런 감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런 마음이 들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과 비슷하다는 위안을 갖는 것도 재미있고 희한한 일이다.
책을 가까이하며 읽고, 생각하고 매달리며 무엇인가 내게 남고, 무엇인가는 떨쳐버렸다고 생각(착각)한다. 잃어버린 것도 있겠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찾고 있던 것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다. 속상하지만 삶의 무게도 변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걸어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일정한 속도에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는 생각은 든다. 그나마 너무 많은 곳을 두리번거리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덤으로 달리는 것과도 거리가 조금 멀어진 것이 사실이다.
'살아낸다는 것'은 어떤 관점과 어떤 상태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나 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긴 어렵지만 요란하고 소란스럽게 덜그럭거리며 그 방향으로 살아내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희로애락이 나이가 적던 많던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굳은 살이 생겨 조금 무던해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인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매일매일 같다고 생각한 나날이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이라는 감사함을 알게 된 것일까? 조금 더 멍청해지는 것일 수도 있고, 조금 더 현명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걸어온 발자국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神님이 쉼표란 이정표를 세워두었는데 마침표를 찍지 말라고 하시니 살아낸다는 것은 계속 달리거나 걷기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 시간의 여백이 삶을 달콤하고 깊이 있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이 책을 보면 쉼표, 쉼표를 찍던 마음이 조금은 바뀌어 다시 조금씩 운동을 하게 된 것만 해도 참 좋은 일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은 나쁘고, 돌아보면 좋은 일, 지금은 좋지만 돌아보면 후회하는 일이 삶에 교차한다. 나 내가 만든 일이다. 무엇을 만들며 살아갈지도 다 내 마음이란 생각이 드는 책이다.
뭐 안다고 다 잘되는 것도 아닌걸, 주말엔 쉬어야지~
#류시화 #에세이 #독서 #좋은지나쁜지누가아는가 #알면어떻게할거야? #khori
'소설_예술 (冊)'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을 보듯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 - 나태주 - 꽃을 보듯 너를 본다 (0) | 2021.04.27 |
---|---|
영화는 언어다 (feat 봉준호) - 봉준호의 영화 언어 (0) | 2021.03.27 |
권력을 돌아 자연으로 - 제왕업 下 (0) | 2021.02.27 |
제왕업 (上) - 난세를 돌아 중원으로 (0) | 2021.02.04 |
당신은 왜 책을 있나요? -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0) | 2020.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