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내가 어떤 영화를 봤었지?' 하고 생각해 본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 이렇게 본 것 같다. 스텝으로 참여한 작품을 포함하면 1 편이 추가된다. 왜 이 영화를 보게 되었을까? 작가의 말처럼 봉준호는 어떻게 나를 버스에 태웠을까?
버스라는 표현 아주 맘에 든다. 이 버스 '인천 갑니다'하고 손님을 태워 '의정부'에 데려다주는 버스라면 한 번 타볼 만도 하다. 대학 친구들이 한 겨울에 술 마시고 지하철 막차로 행선지를 엇갈아 타고 종점까지 갔다. 잊지 못할 추억이 구경꾼인 나에게도 남았다.
유일하게 사람만이 난 저기로 갈 거야 말하고 반대로 간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화도 나지만 세상이 심심하지 않다. 내 삶을 돌아봐도 저기로 가야지 하고 가보면 내가 생각하던 것이 아니고, 가던 길에서 미끄러지거나 굴러서 다른 길에 들어섰는데 꽤 맘에 드는 길을 찾기도 했다. 그런 인생을 표현한다고 보면 꽤 인간적이다.
나는 영화를 작가이자 평론가처럼 분석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분석적, 심미적 감각이 떨어지는 것을 극복할 생각이 없다. 괴물은 재미있을 것 같아서 보고 재미있었다. 생각지도 않게 VOD로 본 마더는 잘 이해되지만 따뜻하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를 지은 부모나 자식을 대하는 인간의 이성적 감성적 태도에 대한 갈등이 없다. 단호가 결정만이 존재한다. 설국열차는 궁금했다. 스토리는 다르지만 매트릭스가 그리는 세상과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세상의 구조, 세상은 아름다움과 추함이 함께하기 때문에 아름다움의 가치를 더 느낀다. 세상은 원래 그러했고, 그러할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생충도 호평보다는 호기심 때문이고 나는 설국열차의 끈이 이어져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넓게 볼 것인가 깊게 볼 것인가의 차이가 아닐까?
이 책과 같은 분석적인 측면이 영화의 맛을 더 하는 것은 사실이다. 양념 안에 어떤 재료가 어떻게 만들어 어떤 비율로 조합해야 하는지 그 각각의 맛이 주는 감각을 음미하는 것은 아마추어에게도 좋은 이야기 꺼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내겐 그 양념을 왜 만들고, 어디에 쓸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아님 맛있던가? 재미있던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영화, 눈으로 보고 머리로 분석하는 영화 그런 시각적, 감각적 커뮤니케이션을 감독과 한다. 감독의 눈에 보인 세상과 머릿속에 떠오른 상상을 영화란 도구를 통해서 소통한다. 배우는 다시 매개체가 되어 극적인 효과를 돕는다. 그런 점 아주 화려하고 다차원적인 언어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이게 잘 되면 인기가 좋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봉준호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 #살인의추억 #봉준호의영화언어 #리뷰어클럽 #khori
'소설_예술 (冊)' 카테고리의 다른 글
Dream the dream - 달러구트 꿈 백화점 (0) | 2021.05.29 |
---|---|
꽃을 보듯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 - 나태주 - 꽃을 보듯 너를 본다 (0) | 2021.04.27 |
좋은지 나쁜지 안다고 삶이 꼭 바뀌는 것도 아닌걸 - 류시화 (0) | 2021.03.26 |
권력을 돌아 자연으로 - 제왕업 下 (0) | 2021.02.27 |
제왕업 (上) - 난세를 돌아 중원으로 (0) | 2021.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