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과 출장 이야기

 2주간의 출장이 한참 버거운 것은 마음과 몸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음은 그렇지 않으나, 눈이 감기고 기계동작이 느려지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이런 후유증이 업무복귀로의 시간을 길게 만들기도 하지만 일상으로의 복귀도 더디게 한다. 보증기간이 넘은 듯 하이, 유지보수에 더욱 힘써야 하는 나이가 됬다는 것을 느낀다. 

 일본 출장기간의 전시회와 고객 미팅은 재미도 있고, 어렵기도 하다. 전시회기간에 본 일본의 Insight는 참 재미있다. 각 나라의 문화가 이질적이고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는 것과 그것들이 움직이는 방식을 적절한 시간을 갖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예의가 발달된 것이 사무라이의 난폭한 문화에서 연관성을 찾듯이 문명은 다양하게 발달한다. 하지만 일본의 끊임없는 "조금 더!"를 통해서 완벽에 접근하려는 문화는 인간의 호기심인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성공의 방식과 그 성공을 유지 관리하는 방식에 기인했을지도 모른다. 근대 이후 문명에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세계를 주름잡은 서구와 달리, 물질문명의 극치를 보여줌으로써(일본도 다양한 물질문명의 원천기술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음)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나라다. 그런데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어느 분야던 오덕후와 같이 미친듯이 파고 드는 그들의 문화는 참으로 경탄할 만하다.

 IoT라고 하면 센서, 클라우딩, 빅데이타, 데이타 사이언스를 통해서 어마무시한 데이터를 모아서, 어마무시한 통계 분석의 과정을 거쳐 인간 행동을 예측과 제어함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전을 통해서 그 가능성을 열었다는 기술적인 성과와 인간의 삶이 기계와 어떤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기계에게 부여할 역할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함께 만들었다. 이런 기술을 생각하면서 구글의 위대함과 서구문명의 소프트웨어 적인 위력을 실감한다. 

 그런데 일본 전시회에서 본 그들의 깊이있는 유사기술 구현을 보면서 훨씬 더 인간적인 형태의 기술을 봤다고 생각한다. 문화의 차이라고도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일상속에서 당장 볼 수 있는 서비스 형태로 구현된 기술들이 많았다. 휴모노이드 로봇, '참 잘 했어요'같은 도장을 전화기 app에 사용하는 듯한 모습은 참 재미있습니다. 조용한 듯 하지만 일본은 항상 보고 배울 점등이 있다는 점에서 심장의 거리는 멀고, 정신의 거리는 가깝고 그렇다.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배우 피곤하고 짜증나기도 하지만, 역경을 거치면 경력이 되듯 배우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특성이 최근의 대세인 중국이 일본에서 더디게 진입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러시아도 가보니 매년 갈때마다 두바이처럼 우뚝우뚝 쏫는 건물들이 하나의 힘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대륙의 문화는 각각 다른 점이 있지만 그들의 구축한 제도와 환경에서는 참 합리적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러시아의 사람들은 제 편견이기도 하지만 참 인간적입니다. 미국이 합리란 이름으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면, 중국은 최근의 자본주의 흐름에 따라 너무 물질주의적인 성향을 강하게 느낍니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을 보면 아직도 술먹고 노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문학적인 소양, 사람에 대한 배려와 마음에서 우러나는 예의는 한국보다 낫다고 느낍니다. 예전엔 우리가 동방예의지국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형식적인 것은 남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는 본심을 생각하면 장담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는 2018 월드컵을 하기에 특수시장이 있는 시장입니다. 하지만 작년 우크라이나 사태가 추가적인 기폭제가 되고, 석유가격이 폭락하면서 환율이 1달러에 28~30르불이 80르불까지 올라 시장하락이 50%이상이 됩니다. 우리나라 IMF같은 시절이 1년넘게 이어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정부도 동계올림픽에 돈을 왕창 쓰기도 하였지만 그 시점이후로 힘을 못쓰는데 올때쯤 환율이 67까지 떨어져서 좀 따뜻하네요. 그래도 대외부채는 외환보유고대비 낮지만 큰 힘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재미있는 현상은 중국의 괄목할만한 시장 진입니다. 제가 경험한 기준으로보면 러시아는 중국 선호지수가 대단히 낮습니다. 어려운 시절이 중국의 성장이 그 선호지수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경기의 시장은 명품과 저가(가성비가 높은 제품)으로 확실하게 구분됩니다. 중간은 사회계층적으로도 붕괴되고 시장도 이와같은 현상과 궤를 같이 합니다. 

 우리나라의 위치가 그 위치에서 드리프팅을 하고 있다는 생각과 자존심의 상처가 큽니다. 바글바글하던 한국 시장의 자리를 중국기업에게 내주고, 4개정도 업체의 초라한 항전이 꼭 내가 걸어왔던 길에 임진왜란도 극복했는데, 병자호란에 짚밟힌 느낌이랄까요? 물리적으로 정면대결로 백만대군을 막는 것은 어렵습니다. 항상 전략과 지혜를 바탕으로 이겨왔는데 요즘은 나태하다기 보다는 좌절이 많은 듯 해요. 

 그러다 중국기업의 프리젠테이션을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역시 대륙애들이 스케일이 크다. 두번째엔 대륙스타일은 독점 또는 과점 시장을 지향하는 듯 하다..세번째든 생각은 그들이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은 우리기업보다 월등하게 우수하다. 아직 디테일의 기술은 일본이 낫고, 한국은 어중간하다. 길이 없어보이기도 하고, 그 중간 어딘가에 우리의 길이 있기도 하다. 구체적이지 못한 이유가 내가 보고 경험한 정보량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이 부족함을 협력을 통해서 이끌어 내는 능력또한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자는 일이 주업이되고, 퇴근 후에는 매형도 보고, 지인도 잠시 보았지만 회사일은 완전 멘붕입니다. 대륙과 격전을 매일 치루고 나면 파김치가 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6월에 영국 전시회 기획, 준비 작업, 분기마감등이 겹쳐서 요즘은 휴가 내지는 몇일의 가출이 필요할 때이기도 합니다. ㅎㅎ 그렇지만 완장이란 속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마음의 족쇄가 항상 문제에요. 

 양키스의 유격수가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라고 말했다죠. 그 끝날 시점은 내가 결정해야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뭐..되던가 잘된던가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해봐야죠. 안되면 닭튀겨!! 안튀겨!의 갈등이구요. ㅋㅋ

 

[YES24] 귀환과 출장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