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기자가 쓴 '세대 전쟁'이란 책을 아주 인상 깊게 본 기억이 난다. 내가 현실에서 느끼는 무엇을 한 단어, 한 문장으로 정리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자이언트 임팩트'는 22년 한 해 급변하는 상황을 빠르게 담은 것 같다. 265페이지의 과거 이야기를 보면 수정할 곳도 보인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세상의 경기 규칙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이 현상을 적응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 오래된 과거의 사실과 현재, 미래를 함께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럼 무엇이 변화할까? 사실 그것은 알 수 없다. 다만 그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이 인플레이션, 금리, 전쟁, 에너지라는 항목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가끔 지금 MZ세대 Y세대, X세대, 베이비부머 세대와 다르다. 살아온 환경과 경험이 다르다. 아마도 내 생각에는 기술적 적용은 다르지만, 베이비부머보다 더 이전 세대와 유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베이비부머의 청년 시절은 냉정에서 세계화로 나아가던 시대다. X세대는 대학시절부터 00라운드, 다자협의, WTO, EU와 같은 세계 블록경제가 하나로 통합되고, 자유롭게 협력과 경쟁하는 시대를 살아왔다. 밀레니얼 세대는 그 세계화의 끝물에 있고, Z세대는 아마도 과거 냉전과 국수주의적인 시대를 살지 않을까? 30년 이상 지속된 세계화의 익숙함이 아니라 세상의 변하는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화를 통해서 자국 중심의 경제가 글로벌 생산 시스템의 분업, 산출물의 국제이동을 나타내는 GVC(Global value chain)로 물리적인 연결이 되고,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서 이중적으로 연결된 시대를 살아왔다. 국가 간 교역, 교역조건, 환율이 과거와 달리 매일매일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왔다. 과거 IMF 때의 급격한 환율 인상(원화 하락), 자산가치의 하락이 고통스러웠다면 그 순간에 이 파산 경제를 통해서 엄청난 이익을 알게 모르게 털어갔다. 당장 최근의 환율 인상은 수입자재의 인상, 국내 인플레이션을 만든다. 어떤 면에서 달러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이전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달러 패권으로 미국은 가장 유리하고, 달러가 요동친다는 것은 달러 경제권에 미국의 인플레와 디플레가 이전되어 전 세계가 N분의 일로 감당하는 경제체제와 다르지 않다. 책에서 세계화로 장기 저금리, 인플레이션이 없는 40년, 실질소득 증가의 미비를 설명할 때 동감이 가는 부분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교과서에서 배운 적이 없는 양적완화(QE)를 엄청나게 진행했다. 세계대전 후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과 같은 일은 없었다. 사실 미국이 2배나 통화를 늘렸는데 그런 일이 없던 것은 달러 경제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펜데믹이 되어 4배(금융위기 전의 8배)로 늘어난 통화를 보며 연준이 윤전기로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문제를 윤전기로 또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농담을 했었다. 아직 실패한 경험이 없으니까? 동시에 달러의 신용에 대한 의문이 과거보다 더 많이 제기된 시대다. 21년까지는 그랬다.
경제의 숫자는 경제 활동과 인간 활동의 결과다. 행동이 변하면 결과는 변하게 된다. 저자가 지목한 세계화는 그래서 아주 중요한 요인이다. 왜냐하면 그 세계화가 블록단위의 패권 멤버십 경제로 변하고 있다. 두 번째 요인인 전쟁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차이점이라면 과거 냉전은 이념에 의한 피아 구분이라면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란 패권 중심의 피아 구분이다. 경기규칙이 바뀌었다는 것을 잘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경제적으로는 시장의 크기가 작아졌다고 볼 수 있다. 풀어놓은 화폐의 인플레이션 압박은 줄어든 크기만큼 강해졌다. 당연히 달러 통화에 대한 환경 변화는 금리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주력산업의 기술변화는 확실하게 선수 교체의 위협도 존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큰 기회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불황엔 더 큰 기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R&R이 변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6000불도 안 되는 1인당 소득국가를 기반으로 힘들고, 험하고, 더럽고, 가치가 낮은 일을 시키는 도구로 바라보던 중국이, 아직은 미국의 금융, 원천기술에서는 뒤지지만 그 외 다양한 부분에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농담이지만 머슴이 돈 벌어서 과거에 급제할 수준에 다다른 것이다. 미국은 America first 정책으로 회귀하며 1900년 초의 국수주의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 미국 중심의 경제체제 구축이 과거 청나라 조선의 사대정책과 차이가 있나? 말이 좋아 IRA(Inflation reduction Act)지, 남의 나라 제조 대들보를 뽑아다 미국에 갖다 놓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정책이다. 미국 내 스타트업에서 메이커스 운동이 있었다면, 미국 정부는 경제는 생산성이고, 생산성 기틀을 자국 내에서 유지하며 자국 중심의 경제블럭화를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멤버십 경제는 owner는 가입비를 받지만, 마지못해 가입해야 하는 국가들은 회비 내고 서비스도 부실하고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다. 동시에 그 멤버십 경제체제에서 연준의 금리와 달러라는 구조속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구조다. 이를 깰 수 있는 것은 결국 실력이지만 지금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반면 과거와 달리 달러의 위상, 미국의 위상도 변했다. 이 부분은 경험해보지 못한 변수다.
전쟁, 에너지도 중요하지만 인플레이션과 세계화로 보는 관점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중심 멤버십 경제로 변하기에 우리는 세계화를 너무 열심히 잘 이룩해 왔다. 이것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다. 철 지난 다국적 기업, 해외 직접투자가 중국에 20년 넘게 많이 진행되어 왔다. 반도체 수출, 교역량을 보면 어마어마하다. 미국 멤버십을 가입하면 중국과 세계화된 부분이 문제가 되고, 중국 멤버십을 가입한다는 것은 경제만 보고 더 중요한 국제협력 기조와 정체 성상 불가능하다. 일대일로의 선상에 있는 국가들의 결과도 좋지 않다. 어떻게 불가근불가원 정책을 만들 수 있을까? 미국 중심 멤버십에 대한 선택이 한국에겐 상당한 장기투자 손실을 감내하는 의사결정을 동반하고 있는 셈이다. 별개로 미국의 금융이 중국시장을 교란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10년 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상당한 피해가 서로에게 발생할 수 있고, 중국 정부가 미국의 사고처럼 의사결정을 할 것이란 예상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노동당의 결정이 미국처럼 생존만을 위한다면 이쪽의 의사결정도 보편성을 기대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결국 실리와 외교정책의 실력이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된 셈이다. 그 점에서 대한민국은 큰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내각도 과거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중추였고, 외교력은 말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고, 협상력은 결과를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보다 이 어려운 시대를 넘어설 리더십과 비전, 실행력, 실력이 가장 큰 걱정이란 생각이 앞선다. 잘하는 게 뭔지 알 수가 없다.
과거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시대에 유럽, 미국, 동북아시아 경제권의 승자를 유럽으로 본 책이 있었는데, 현재는 보기 좋게 어긋났다. 상대적으로 동북아시아는 아직도 윤전기로 승부하는 일본(2010년대에 벌써 2025년을 이 방식으로 넘기기 힘들다는 예측이 차고 넘쳤음)을 빼면 나은 편이고, 미국은 건재하다. 현실의 상황이다. 그러나 미래는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지만 잘 관찰하며 한 발씩 조심스럽게 나아가며 준비해야 할 뿐이다.
하여튼 책의 말처럼 나도 내년은 가파르게 오르는 금리와 인플레이션 동시에 살짝 디플레이션이 혼용된 스태그플레이션 혼용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압박을 버티기 위해서 다들 분주하게 버티겠지만, 24년은 정말 어려운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에겐 부채 청산, 현금화, 그리고 변화에 준비하는 관찰력이 필요한 시대다. 멤버십 경제가 몇 년 전 스포츠센터 파산처럼 다양한 문제를 양산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남년 성비가 110이 넘으면 인간이 전쟁을 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는 말처럼.. 지금 그 초입이다. 이런 막가파식 사고가 나오면 점입가경이 발생하고, 각자가 자신의 경제 규모에 맞는 건전한 생활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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