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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예술 (冊)

그림으로 사람을 이끌다 - 방구석 미술관

by Khori(高麗) 2022.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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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이중섭 컬렉션을 보려고 하는데, 예약이 쉽지 않다. 한 번은 시간을 내서 현장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4시간을 기다려야 해서 돌아왔다. 아직도 기다리는 중이다. 꼭 보고 싶은 이유는 그렇게 많은 이중섭 작품을 보기 어렵다는 사실이 하나, 또 다른 이유는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보며 아련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힘찬 황소의 그림이 가족을 위해 힘을 내야만 하는 모습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게 된 방구석 미술관은 재미있다. 약 200년에 걸친 현대 미술의 거장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묶어 초보자들을 큐레이팅 한다. 미술의 지식의 습득이란 생각보단 아주 자연스럽다. 주제와 살아있는 이야기를 작품과 묶어 호기심과 즐거움을 준다. 화가의 배경지식을 이해하면 그들의 작품이 품고 있는 의미, 시대상황, 그들의 내면에 관한 이야기를 혼합해 칵테일과 같은 즐거움을 준다. 책을 읽은 느낌을 쓰지만 나도 미술에 관해서는 잼뱅이다. 눈이 달려있어 그림 보는 일에 큰 지장은 없다. 머리가 달렸으니 내 마음대로 보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책을 통해 조금의 지식을 더하면 맛은 훨씬 좋아진다. 결국 내 마음에 또 오르는 다양한 감정의 함축이 어떤 즐거움을 만드는가? 그런 것 아닐까?

 

 책 속에 등장하는 12명의 화가 작품을 책으로 보는 것도 좋다. 동시에 여러 추억도 떠오른다. 아이들과 함께 예술의 전당에서 봤던 고흐의 작품이 그렇다. 이젠 다들 커서 그때와 다르지만. 출장을 다니며 시간 날 때 미술관을 종종 가곤 했다. 램프란트 전시회도 보게 되고, 그 옆 미술관에서는 피카소, 칸딘스키의 그림도 볼 기회가 있었다. 그땐 이름을 들어본 작가의 유명한 그림을 본다는 즐거움이었다. 최근엔 뱅키시 전시회도 보고, 박수근, 이중섭, 겸재의 작품을 봤으니 올 한 해는 꽤 괜찮은 것 같다. 업무 관련 전시회에 중간에 배치된 무명의 그림을 보기도 했으니 어느 해 보다 좋은 시절이다. 서울만 해도 미술관이 없다기보단 찾아볼 마음의 여유가 부족할 뿐이다. 

 

 그림은 책처럼 긴 설명이 없다. 어떤 미술적 의미와 느낌을 분석하듯 보는 것은 일반인에게 어렵다. 하지만 세상과 비슷한 모습을 화가의 해석에 따라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마치 우리가 현실 속에서 희망과 바람을 상상하고, 미래를 꿈꾸는 것처럼. 이 책은 일화를 섞어 작가들은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림을 보는 배경지식을 풍부하게 도와주고, 호기심과 관심을 일으켜 참 좋다. 

 

 얼마 전 다녀온 부산의 바다와 하늘은 그림과 달리 시시각각 변화하며 조화를 만들어 내는 자연의 모습이 즐겁다. 사진은 그 순간을 내 의도를 갖고 담는다. 그림은 사진과 다르다. 극세밀화는 사진과 유사하지만 대부분의 그림은 화가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평면에 표현된다. 책을 통해 미술사조에 대한 작은 지식들이 도움도 된다. 어떤 그림을 보며 낯설었는지 이해하기 쉽다. 좋았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더해 '아하'하는 기분이 드는 곳도 있다. 그래도 내 눈에 보이는 수준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일상의 먹고사니즘으로 바쁜 일상에서 잠시 즐기는 그림, 그 순간이 여유가 아닐까? 책, 영화, 음악, 그림, 레고 이런 것들을 접하고 살다 보면 한량 기질이 없는 것은 아닌 듯한데, 뭔 일이 이렇게 많은지 참 아쉽다.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보며 잠시 빠져드는 생각의 시간이 시간이 흐른 뒤에 좋은 줄 알게 된다. 또 그리 길지 않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 책을 서재 한 칸에 넣으려니, '한국학 그림을 만나다'라는 책을 보니 참 미안하네. 5-6년이 넘도록 봐야지 하는 마음만 갖고 있다. 다음주에는 정말 이중섭 컬렉션을 꼭 보러가봐야겠다. 까이꺼 기다리지 뭐.  

 

#방구석미술관 #독서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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