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좋으냐?
아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좋다
그런데 시집을 왜 샀을까?
그러게 말이다.
책에서 언급되는 책을 사서 읽다 보며 몇 가지 좋은 점이 있다. 낯선 분야를 접하는 기회가 되며, 안 쓰던 머리로 용쓰는 일이 생긴다. 먼저 읽던 책의 저자가 왜 그 책을 이야기했는지 생각을 따라가 보는 이유도 된다. 그렇게 김사인의 '시를 어루만지다'라는 책을 읽고 있다. 제목이 담백한데 책과 절묘하게 잘 맞는다.
소개된 시인들 중 아는 사람이 겨우 한 손을 넘어간다. 그것이 중요한가? 시인들이 현실을 보고, 마음과 머릿속에 든 오만가지를 사랑과 맺힌 것을 끄적이는 것... 이 놈의 말과 글은 내 마음을 오롯이 옮기지도 못한다. 사진이 좋은 점이 있지만 못 옮기는 것은 매한가지다. 이것을 갖고 장기자랑을 한 셈이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잘 끄적였다는 말이다.
5개의 부로 시작하는 표지가 내겐 인상적이다.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모습을 찍어내고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다 다르다. 시도 아마 그럴 것 같다. 누군가는 시선에 따라 움직이는 마음을 쫒고, 누군가는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며 현실에서 나타나는 것을 기억하고, 누군가는 뚫어져라 애정을 갖고 보고, 그렇게 세상에 마음을 담아 입체적으로 만든 것이 시가 아닐까 한다.
학교 졸업하고 시를 본 적이라면 오다가다 도서관, 지하철 한 귀퉁이에 쓰여있는 정도였을 것 같다. 세월호 시집을 보고는 속이 상해 괜히 봤다는 생각도 하고, 나태주의 시집을 보며 참 이쁘다는 생각도 하고, 이 번 책을 보면 사랑과 낭만이 아니라 현실을 담을 수 있다면 어떤 시던 어떻게나 그런 생각이 든다.
아침에 달봉이랑 손 잡고 와칸다 포레버를 조조로 보러 가야지. 비가 오니 이젠 겨울이 되려나
자꾸 책에서 본 멋진 표현들이 생각난다.
#김사인 #시를어루만지다 #인문 #독서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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