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며 일상적 취미가 된 것이라면 독서와 영화 보기다. 잔뜩 쌓여있는 레고는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정리정돈의 막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손꾸락이 남아나지 않는 것도 문제다. 10년 넘게 덕질을 하며 더 재미있는 것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신 익숙한 습관적 행위가 kill time에 도움이 된다.
오늘 본 스토리는 이야기 소재가 재미있다. 어려서 램프를 문지르며 지니가 나와서 소원을 들어주는 이야기는 상상만으로도 재미있었다. 두바이 수크에 갔다가 장난감 램프를 산 이유랄까? 가끔 그런 지니가 나와서 소원을 딱 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내가 지금 불행하다는 입증이란 생각이 더 많다. 살아가면 램프를 문지르지 않아도 알게 모르게 지니는 우리를 스쳐가고 다시 돌아오고 또 떠나보내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흠이라면 뒤통수가 대머리인지 머리끄덩이라도 잡고 세울 수가 없다고나 할까?
어쩌면 이 이야기는 지니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호리병에 갇혀 지내는 긴 시간, 잠도 들지 않는 영겁의 시간 속에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운 좋게 누가 호리병을 열어 불러주면 소원성취 3회전을 해주고 다시 호리병에 들어가야 하는 운명은 어떤 것일까?
사람들의 소원은 다르다. 아픈 사람은 건강을, 누군가는 사랑을 또 많은 사람들은 일확천금과 권력을 찾을지 모른다. 살면서 무엇이 중요하고 필요할까? 불같은 연인과의 사랑은 또 돌고 돌아 오고 가고 그렇게 가족을 만들고 가족 속에 작은 행복을 만들며 살아가는 당연한 일상이 쉽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일상의 소중함보다 '조금 더'를 기대하며 불화를 싹 틔우는 일도 적지 않다.
하늘이 맑고 깊고 바람이 불던날 찾아온 지니는 어떤 커다란 물질적인 행운이 아니다. 익숙하고 항상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한 감사라고나 할까? 나태주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구절이 떠오른다. 무엇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내가 보고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후엔 밥 먹고 거리가 먼 낮잠하고 잠시 놀아봐야겠다. 그런데 내가 소원을 빌 수 있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 소소하게(?) 가족들의 건강과 화수분하나? 행복이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고.. 욕심이 과한가?
#3000년의기다림 #지니생각해줘야지 #영화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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