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봤다. 인비저블 게스트 (The Invisible Guest, Contratiempo, 2016)란 유럽 영화의 리메이크라고 한다. 밀레니엄 시리즈도 미국보다 유럽 영화를 훨씬 재미있게 보고, 잦은 출장으로 익숙해서일까? 작은 편견을 더해도 스토리의 구성이 아주 좋다.
언젠가 용서는 용기를 바탕으로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용서하는 사람도 용서를 구하는 사람도 그러하다. 그 사이에 또 다른 존재인 고통이 존재한다. 얼마 전 인간은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말이 있는데, 그 중립이 아닌 것이 꼭 저항만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너무 차분하고 담담한 김윤진의 모습이 그렇다. 죽음의 그림자를 보았기 때문일까? 자식의 죽음 앞에서도 진실을 향한 그녀의 모습이 돋보인다.
세상을 살며 남자는 여자 때문에 망하고, 여자는 남자 때문에 망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당연히 그 존재로 인해 행복한 것도 사실이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면 또 다른 신성한 존재가 되고, 아빠는 훨씬 큰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걸어간다. 그 길에 일탈과 절제하지 못하는 욕망 속에 문제가 있을 뿐이다.
역할과 직업이란 모습 속에 두뇌의 활동은 참으로 제각각이다. 기업의 대표란 자리가 운으로만 하는 자리는 아니다.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소지섭의 모습을 보면 처절하고 가증스럽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그를 보호해야 하는 변호사들의 기계적인 처리방식이 논리적이다. 그렇다고 논리가 진실과 정의를 말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니케의 저울과 칼은 정의와 심판을 이야기한다고 전해진다. 영화 속의 법이란 법이란 문자를 회피하고, 회피의 타당성과 논리에 집중한다. 단지 의뢰인과의 계약과 생존의 명제가 우선이지 죄가 우선이 아니다.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 낸 인간의 왜곡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하게 돌아간다. 그래서 정말 정의로운 사람들에겐 진실의 강력한 생존력과 시간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것이 올바른 길인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읽고 있는 '인생의 역사'란 책에 사람을 죽이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나온다. 그 사람과의 관계로 존재하는 나도 소멸되기 때문이며, 그 사람과 연결된 사람들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이 소멸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이는 회복될 수 없는 또 다른 살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304명이 죽은 것이 아니라, 304건의 사망 사고로 304명의 희생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라 말해야 한다는 말이 와닿는다. 비록 나와의 관계가 없더라도 그 사건으로 관계가 만들어진다. 동시에 그 많은 죽음의 사건으로 인해 고통이 발생하고 확산된다. 기하급수적인 고통의 확장인 셈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 죽음은 누군가에게 혹시 모를 기회며, 또 누군가에겐 진실에 다가가는 큰 장벽이다. 그들의 소멸로 인해 기회를 노리는 자는 소설과 창작의 고통 속에 가슴에 근심과 걱정을 축적하며 살아가야 한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거짓말은 변호하기 힘들다. 그러나 근심과 축적이 진실을 향하는 사람들을 향한 장벽이 되고, 그 장벽에 미장질을 하며 살아가는 똑똑한 이들이 영화를 보며 참 가련한 것들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크레인이 꽁꽁 언 하얀 얼음을 깨고, 파란 물을 튕겨낸다. 그 깜깜한 바닥에서 끌어올린 진실을 보며 하루하루를 올바르게 똑바로 살자는 생각을 해본다.
#자백 #리메이크 #인비저블게스트 #한국영화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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