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는 주제 - '일을 잘한다'는 무슨 말이야?

 "일을 잘한다", "일을 못한다"의 정의는 무엇이지?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잘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는 '익숙하고 능수능란하다'란 뜻이고, '못하다'란 말은 '일정 수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하다'란 뜻이라고 나온다. 어떻게 해야 '능수능란'이라는 판정을 내릴 수 있을까? '일정 수준'이란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인가? 그 뜻을 읽고 한심한 나의 질문 때문에 스스로를 비웃게 된다. 기준이 뭐야?

 

 이 질문의 생각속에 무엇은 어떠해야만 한다는 한정적 사고 한계가 내포되어 있다. 계량적 평가가 어렵지만, 직관적으로 보면 느낄 수 있을 때가 있고, 결과물을 보며 '아하~'라고 감탄을 통해서 수준을 느낄 수 있다. 道를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란 수단이 갖는 부족함 때문이다. 그래서 누가 갑자기 너무나 확정적으로 이야기하면 그것은 거짓말일 확률이 높다. '레알? 누가그래?' 같은 질문이 우습지만 당연하게 스스로 해보자. 

 

 일반적인 직무환경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을 약속된 사항을 시간에 맞춰서 약속한 대로 완료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의 난이도와 상관없이 그게 기본이다. 기본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잘 한다는 것이다. 내 주장처럼 세상의 60억 인구를 '연필돌리기'의 수준으로 펼치면 정규분포에 가까지 않을까? 그럼 중간에 몇 놈 빼면 못 한다와 잘 한다로 나뉜다. 복합종목으로 판정하면 잘하는 놈은 적은게 당연한 것이다. 어째든 일을 잘 한다는 것은 What, Timing, Do라는 요소의 삼위일체에 가깝다. 

 

What

'당신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입니까?'에 대해서 바로 핵심을 짧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나도 처음 이 질문을 봤을 때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돌아보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자신의 position, desired role & responsibility를 생각하게 한다. 그 생각의 범위가 중요하다. 시킨 일을 다 했는데, 시킨 일만 한다고 욕을 먹는다. 시킨 일도 안 하면 징계가 따른다. 안 시켰는데 잘하면 칭찬을 하고, 잘못되면 사고를 쳤다고 소문이 난다. 대체 기준이 뭐야? 그래서 직무는 해도 지랄, 안 해도 지랄, 하면 더 지랄인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 이유는 간단한다. 세상이 쉬지 않고 변하여, 상황이 바뀌고, 그 상황에 부합하는 행동도 끊임없이 변화하길 요구하기 때문이다. 

 

 어떤 직무라도 먼저 내게 주어진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 전체 조직이 만드는 결과물을 생각해 보고, 전체의 과정을 조망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detail과 big picture의 균형과 안목이 생긴다. 그 그림 속에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생각하는 것이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다. 그림을 그려보면 더 쉽다. 내가 freepic에서 위의 사진을 고른 이유는 키보드(생산수단), 다이어리(생각 수단), 핸드폰(실시간 정보 수단)이 하나에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다각도로, 입체적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식화를 남의 보여주기 위해서 많이 그린다. 나를 위해서 더 많이 손으로 그려보는 것이 내겐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존재하는 위치를 알게 되면 분업 과정(프로세스 순서)에 따라서 전 단계에서 나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요구하는지, 내 뒷 단계에서 어떻게 요구하고 전달하는지를 점진적으로 알아가게 된다. 여기까지가 기본이다. 기본을 넘어서는 과정은 전체의 조망과 상황에 따라서 효과적인 방법을 끊임없이 찾는 과정이다. 아이디어, 몸빵, 물리적 지원, 협력, 지식의 전달과 같이 때에 맞는 활동은 제한이 없다. 그곳에 작게 옳고, 크게 틀리거나, 작게 틀리고 크게 옳은 복잡다양한 상황이 있다. 기발함이란 이런 과정에서 나타나는 타개책중 하나다. 얼마만큼 하는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에 따라 사람들은 나에 대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일잘러에 판정이 막연하지만 저런 과정 어디엔가 남아 있다. 일잘러는 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에서 자란다. 왜 자화자찬이 형편없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하면 막 하게 된다. 그땐 필요한 것은 질문이다. 누구한테? 바로 앞에 보이는 놈부터 훑기 시작한다.

 

Timing

 적시는 대단히 중요하다. 실력이 좋으면 때를 만들어 갈 수 있고, 부족하면 그때를 기다려야 한다. 왜냐하면 시간은 나의 희망과 상관없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Timing은 운이 아니라 실력이다. 고사에 천리마보다 종자기가 유명한지 여러 번 이야기하지 않았나?

 

 축구를 좀 볼 수 있는 수준을 말할 때, off-side를 스스로 판단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off-side가 절묘한 것은 그때에 따라서 반칙인지 성공적인 패스인지를 결정한다. 유능한 축구선수를 보고 뒤통수에 눈이 달렸다고 한다. 그들의 행동을 보면 사전에 지속적으로 두리번거리며 사람들의 위치를 확인한다. 실전에서 하는 지속적인 짧은 준비다. 첫 번째 준비는 훈련과정에서 포메이션이 공수전환에 따라 변화하는 약속을 기억하는 것이다. 약속된 훈련이 준비고 준비는 예측의 불확실성을 줄인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여기저기에 묻고, 정보를 파악하고, 정보를 가공해서 예측을 한다. 공부하란 말은 책만 보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다양한 활동 속에 생각이 숙고가 되고, 그 생각을 삶에서 실험한다면 남는게 있다. 이것을 아는 것이 삶의 복기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플러스의 배움을, 나쁜 결과가 나오면 마이너스를 피하는 배움을 알 수 있다. 이런 다양한 활동이 적시를 알아가는 역량을 길러준다. 고생해서 내가 갖는다. 하는 것이 없으면 얻는것도 없다. 그중에 책이 가장 가성비 좋은 도구다. 책을 쓴다는 것은 그 주제에 관하여 글쓴이의 맺힌 한이 있기 때문에 쓴다는 생각을 한다. 동시에 그 주제에 관하여 전문가란 이야기다. 오래된 고전을 가끔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은 세월을 넘은 인간의 공감을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통해서 사람은 원래 그렇다는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세상에 거저먹는 경우는 어쩌다 한 번이고, 준비 없이 멍 때리다 순장조로 끌려가 혼나는 일도 어쩌다 발생한다. 어떤 경험이 더 많은가? 나는 후자가 많고, 대부분 후자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인간 세상에 억울함은 많지만, 만족은 일시적이고 순간적이다. 상식적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이론, 확률로 설명할 능력은 없다. Risk Management차원에서 전략적 사고에 따른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본인 고집대로 나간다는 것도 말리지 않는다. 다들 어려서 하지 말란 것을 하며 즐거움을 느끼던 시절은 있다. 세상에 정답은 없지만 그 정도와 결과에 따라서 책임을 묻는다. 그럴 각오가 되어있는가? 그 신념에 따라 사람은 움직인다. 도둑놈도 도둑질이 좋은 일이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완벽하고 별일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남들이 안 가는 길에 위험과 기회가 있지만, 남들이 안 가는 이유가 명확한데 그 길을 가는 것은 기회보다 위험이 많은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Do

사람이 그때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난 뒤에 지금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분이 나빠서 안 하는 경우는 있어도,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는 없다.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을 몰라서 안 하나? 뽀통령의 노래처럼 노는 게 제일 좋으니까, 하기 싫으니까 안 하는 거지. 이것은 선택의 문제지 앎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땡땡이치고 잡혀오면 잡들이를 하는 이유가 된다. 알면서 안 한다는 것은 일단 고의니까! 그래서 언행일치가 중요한 가치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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