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2014, 55년의 기록을 유시민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이야기 한다. 역사책을 볼때 나이란 덧없기도 하다. 주어진 시대를 살고, 다시 그 시대를 넘겨주는 연속성으로 보면 의미가 존재하지만 그 시대를 미시적으로 보면 그렇다.
그가 살아온 궁핍의 대한민국이 전체주의와 같은 개발독재시대를 거쳤다. 그리고 민주화라는 시대의 욕망의 소용돌이를 넘어,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지는데까지 왔다. 그 세대에겐 전후 세대로써의 역할과 압축적으로 생존, 자립, 자유와 같은 다양한 스펙트럼이 혼재해 있다. 그가 목도한 사회상을 주제별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에겐 그가 말하는 기억과 해석은 과거의 사실, 사실의 단면에 불과하다. 어떤 부분은 공감하고 겹치는 시대의 사실에 대한 해석이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역사란 역사가만큼, 아니 존재하는 사람만큼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나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이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 알아가는 단초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를 생각해 보는 이유가 된다. 그가 지식인으로 상당히 객관적으로 사실을 해석하는 좋은 점은 스스로 시대를 바라보기 위해서라도 배워야 할 점이다. 그럼에도 나는 나보다 10여년 앞선 세대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이 존재한다. 그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욕망이다. 그런데 그는 나와 같은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볼 수 있는 이성적 분석에 의존한다.
그 시대가 경제적인 자립을 위해서 선택한 결정,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결정과 노력이 고맙다. 하지만 그 이후의 시대에 태어난 세대에게 그것은 태어난 환경으로 당연한 것이다. 만약 386세대가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옛날에 이런 엄혹한 시대를 넘어 너희들이 이렇게 살아가는 시대를 만들어 왔다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봤다. 머리속으로 고마운 일이지만, 현실성이 없는 일이다. 나는 지금의 역사속을 살아가기 때문이고, 내일의 역사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어려서 할머리 다리를 베고 누워서, 왜정시대에 왜놈들이 숟가락, 밥그릇을 모두 갖고 갔다는 말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어떻게 현실에 영향을 주는지 잘 알지 못한다. 시대를 체험하는 것과 상상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시대사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그렇다. 지금의 시대가 우리의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고 자위하지만, 그런 시대를 만들어 온 앞세대도 자유롭지 않다. 이런 연속적인 사고가 아이들이 커서 살아갈 시대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어떤 시대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게 할 것인가라는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해석을 강제하고 싶지 않다. 역사의 큰 주류과 시대의 공감은 그 시대에 남아 있다. 그것이 왜곡되거나 왜곡이 정당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몫이다.
이 책을 통해서 민주주의란 최선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실행하지 못하도록 제재할 수 있는 장치라는 해석이 참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앞에서 만들어 온 현재의 제도와 우리의 수준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권력은 시대에 각인된다는 문구와 함께 여운이 남는다. 지금의 시대는 어떻게 각인되고 수백년 세월이 흐른 뒤에 어떻에 남을 것인가?
비록 역사속의 잉여로써 흔적없이 사라지겠지만, 우리의 아이들이 사라가는 시대가 지금보다는 더 좋아졌으면 한다. 좋은 일을 권장하고,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하며 서로 인정하고 함께 개선할 수 있는 문화,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손길이 자연스러운 사회, 분단 100년이전에 통일된 대한민국 그런 사회를 꿈궈본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비열한 거리"에 나오는 조덕배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이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것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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