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의 세밀함은 사람을 놀라게 한다. 세밀함만으로 모든 일에서 성취를 이룰 수는 없다. 그럼에도 세밀함이 중요한 것은 차이를 알아가는 기초가 되고, 그 차이를 두루 넓게 꿸 수 있다면 큰 성취도 이를 수 있다. 큰 그림만 보아서는 속은 차지않고 세밀하기만 하면 넓은 시야를 갖지 못한다. 이 또한 균형의 문제다.
일본의 패망에 대해서 당연히 대한민국인으로써 분노와 기쁨이 교차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에게 해방이 도둑처럼 왔다면, 그들의 패망을 통해서 다시 배우는 자세를 보면 무섭다. 예전에 한국전쟁의 기원이란 책을 보고, 중국인이 쓴 한국 전쟁이란 책을 보면서 역사란 다차원적으로 만들어가는 입체퍼즐이라고 또 한번 생각했다.
그저 잘 망했다는 생각보다 그들이 이를 통해서 무엇을 배우려했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것이라 믿었다. 왜냐하면 36년이란 기간은 짧은 기간이 아니면 그들이 한국에 저주처럼 100년은 걸릴것이란 말의 의미는 다각도로 볼 필요가 있다. 나는 결코 틀린 말이 아닌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 현실속에서 살고 있기에 그들의 학습효과를 배워서 우리 사회로 간접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노몬한 사건, 미드웨이 작전, 과달카날 작전, 임팔 작전, 레이테 해전, 오키나와 전투라는 미일전쟁에서 발생한 전환점의 전쟁을 바라본다. 근대화된 일본 군사조직의 의사결정, 전략, 조직운영을 분석하는 이유가 참으로 놀라웠다. 그들이 한 시대를 풍미하고 그 시대의 장점과 단점이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 크나큰 과거의 실패가 전후 세대와 사회, 조직에 당연히 남아들 것이고 이 실패의 교훈을 찾아서 더 발전하자는 취지이다. 타이틀은 뉴라이트와 비슷해 보이나 그 목적과 분석의 틀은 수준이 다른다. 사사롭지 않아 보인다.
당연히 대한민국인의 입장에서보면 보통 독한 놈들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지만, 해방과 전후에 자기포장이 아니라 자기성찰과 반성이란 부분이 얼마나 많이 이루어졌는지를 보면 우리가 더 노력해야한다는 명제가 된다. 아직도 우리는 말도 안되는 교과서 논쟁과 어이없는 뉴라이트라는 정신적 재한왜놈세력과 사회적 논쟁과 낭비를 하고 있지 않은가? 더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은 그들이 일본 군사조직의 문제점이라고 했던 부분이 우리 사회와 조직에서도 보인다는 점이다.
두루뭉술한 명령체계, 근대적인 전투기술의 변화속에서도 근대이전의 전투전술과 정신으로 접근한 좁은 시야 그리고 운도 없었다. 전투가 아니라 기술과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속에서 정신을 못차리는 현재의 우리에게도 통용될 수 있는 말이다. 적나라하게 기술된 부분이 눈에 확 들어온다. 개별 지휘관들이 실수가 아니라 일본 군사조직 특성이 만들어 낸 결함이 결국 전략과 조직을 효과적으로 이끌지 못했다는 시각은 배워야 할 점이 있다. 어차피 내눈에 들보는 잘 안보이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인맥 편중의 조직구조가 실패를 이끌었다고 분석하는 부분에서는 참모가 대장보다 목소리가 큰 원인으로 지목하였다, 관리조직이 회사를 쥐락펴락하면서 현실과 동떨어지는 결정을 하는 경영학의 분석과도 유사하다. 우리 사회에서도 최근 사사로움이 넘치면 결국 화를 면하기 힘들다는 것을 입증했다. 국정농단 사례도 여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세상은 일본 패망한지 70년이 넘었지만 새로운 변화는 지금도 쉬지 않고 진행형이다. 과거의 사례를 그 때의 시각으로 보려는 노력이 역사라면, 과거의 사례를 현재의 시각으로 재정의하는 것은 발전의 시작이고 지혜를 쌓아가는 방식이다. 아마 우리는 아직 소홀한 것이 많았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인간문명의 큰 발명품인 조직이 유기적인 시스템화되는 것, 정보를 통해서 예측과 목표의 격차를 줄이는 것, 변화의 본질을 파악하고 단기적인 일시적인 성과보다 중장기적인 성과 마이닝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도전은 그 때에도 지금도 유효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기 위해서 조직이란 수단을 쓴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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