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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살아보세 (書)

나이롱 환자의 깨달음

by Khori(高麗) 2012.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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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병원에 있다. 여태 병원하고는 운좋게 거리를 두고 살아왓는데 처음 인생에 입원이란 색다른 경험과 신체불만족의 경험을 동시에 하고 있다.


발목골절을 하면서 새롭게 인지하게 된 사실?

1. 골절은 부위에 따라 표준 코드가 있다. 난 S8260


2. 마누라가 정말 오랜만에 머리를 감겨준다. 기분좋다.


3. 2번이후에 이젠 "내팔자야"라는 잔소리와 함께 세수는 벅벅벅...ㅡㅡ;; 격세지감을 잠시 느끼다. 그러더니 머리깍아준거 몇회, 뭐 몇회하더니 청구를 하신다. 뽀뽀로 결제한다고 했더니..내일은 혼자 잘 놀으시란다..시급이 결제를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들었다. 암뇨 당연히 해드려야죠..^^ 결제하고 이쁨받자. 이런 긍정적인 생각이 드는걸 보면 가끔 아파봐야 사람이 되나보다.


4. 발목이 아프니 두발로 서지 못한다. (세수, 화장실, 양치질, 이동, 물건나르기 등등 한심함을 느끼다)


5. 계단과 문턱이 있으면 삶의 크나큰 장벽을 만난것 같이 좌절된다. 이게 정말 환장할것 같다.


6. 어린이들은 아빠의 부상과 상관없이 뛰어논다. 달려드는 막내가 제일 무섭다...두번이나 기절초풍했다.


7. 큰놈이나 작은놈이나 목발만 보면 갖고 가서 뭘 해볼려고 한다.


8. 잠시 걷는것 보다, 뒹굴러가는것, 앉은뱅이처럼 가는 것이 편하다는 사실을 알게됬다. 다른데 멀쩡한데 할줄 아는게 별로 없다는 사실에 한심해진다. 장애의 극복이 얼마나 힘든지 잠시 어렴풋이 생각하게 된다. 


9. 택시가 목발을 보면 그냥 지나친다. 새삼 내가 너무나 편하거나 이기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음을 알게됬다. 그래도 태워주시는 분들은 다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다. 어른들을 더욱 공경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10. 정형외과 의사는 "아프냐?"라는 질문과 함께 상처를 꾹꾹 누르거나 돌리거나 한다. 차라리 "여긴?"이라는 질문이 좋을것 같다. 다만 얼굴을 마주보면 하시지는 않는다. 그랬담 정말 사이코패스처럼 느낄것 같다. 


11. 전화와 응원메세지가 많이 온다. 더 웃긴건 "ㅋㅋㅋ", "뼈 잘 안붙을 나인데?"라는 애매모호한 걱정도 함께 온다. 외국사람들은 다 진실한 걱정이 더 많이 온다. 삶을 돌아보게 된다..얼라들이 들려준 애니팡 굉이목소리가 생각난다. 바르고 차카게 살아야겠다.


12. 골절을 확인하고는 고통도 고통이지만 허탈해서 웃음이 많이 난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주위사람까지. 묘한 웃음이 교차한다.


13.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14.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사회속의 구도자들의 정성과 노력을 더욱 새롭게 보게된다.


15. 카드사에서 별도 서비스 신청해놓은것이 있는데, 결제금을 깍아준다. 골절보상금인지 축하금인지 그렇다. 이게 어디냐..마나님께 상납하여 사랑받자.


16. 수술안하면 입원비라 보험은 그닥 도움이 안된다. 애들 피자나 사줘야겠다.


17. 골절 유경험자들을 쉽게 파악하게 된다. 다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과 함께 뼈 잘 안붙는다, 물리치료 엄청 힘들다, 칼슘많이 먹어라 그렇다. 결국 시간이 답이다.


18. 나이먹어도 엄니의 잔소리는 끝이 없다. 삼재가 잘 나가나 했다부터, 나랑 같이 병원가자..게다가 오늘 핫도그를 사주시네..ㅎㅎ 계속 밥먹었냐는 전화가 온다. 효경의 문구가 아니더라도 어째던 불효다.


19. 병원에 환자는 넘쳐나는데 간호사등이 부족하단다. 우리가 70년대 독일수준에 가까워진것인가?


20. 옆방 아저씨가 장기, 바둑을 두자고 한다. 잠시 보니 다들 자기들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찾는것 같다. 나는 메일을 보고 천장보고, 노래듣고, 외롭다기 보단 그렇다. 


21. 나이롱 환자인데 서평받은것을 일일히 다 연기하고 있다. 왜냐 포동당주사를 매일 놓는다. 이걸 4시간쯤 맞아야한다. 


22. 아픈다리를 끌고 담배는 곧죽어도 피러간다. 엘리베이터 때문이라고 투덜대며...끊어야한다는 생각과 마누라가 사다준 담배에 감사하는 복잡한 심리상태다. 그래도 금연구역과 지나가는 어린이라도 있음 즉시 담배를 꺼버리는 센스. 


23. 몸이 아픈것보다 마음이 아픈게 더 큰 상처라는 생각이  든다. 업무를 메일과 skype로 하면서 직원들에게 더욱 즐겁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원래 독일행 비행기였는데 병원으로 출장왔으니..뭐라고 배워가야겠다.


24. 점심전에 포동당주사를 꽂아준다. 이걸 하면 5시간정도 꼼짝 못한다. 분명 잠깐 졸때가 밥때였는거 같은데 밥먹은 기억이 없다. 그런데 밥을 다시 안준다. 나간사람 밥은 있고...굶은 놈 밥은 없는거다. 저녁은 잘 챙겨먹자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엄니 올때 먹고 존듯하다. 아 혼자 있으니 시간개념이 없어진다. 푸하하~~ 말은 못하겠고 혼자 바보 멍충이..이런 단어들이 떠오른다..ㅋㅋ



[YES24] 나이롱 환자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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