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유채화 그림 위에 "The wisdome of Morrie"라는 필기체가 눈의 띄는 예쁜 책이다. 선물 받은 책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문득 미래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영화처럼 미래를 아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 상상하기도 하지만, 인생이란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더 신빙성이 간다.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래는 즐거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 천 년이 이어져오며 어떤 인간도 미래의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 잘해야 현재에 집중해라, 똑바로 살아라 정도가 아닐까? 답답하고 야속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할 수 없는 일에 에너지를 쓰는 일만큼 바보 같은 짓도 없는데 해봐야 알게 되니 어쩔 수 없이 인생의 헛삽질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이런 헛삽질을 경험과 교훈이라는 말로 포장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물리적으로 시간은 하염없이 흐른다. 야속하다고 생각하면 끊임없는 답답함의 여로를 걸어야 할 뿐이다. 답도 없는데 이왕이면 흐르는 시간에 무엇을 담을지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다. 또 다른 면은 B to the D라는 탄생과 죽음의 여로 속에서 C라는 선택만 하는 인간의 굴레 아니 자유로움이라고 해야 할까. 인간은 늙어가는 것은 슬픈 일인지 난 알 수가 없다. 시간이 흐르고 달리기를 예전처럼 할 수 없고, 기억이 전과 다르고, 갈수록 뵈는 게 없는 세상이 꼭 나쁘다고만 생각하지도 않는다. 안 봐서 좋은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모리는 늙어감에 대한 반발과 늙었음에 대한 자각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봤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배우는 과정은 반복을 통해서 잘하게 된다. 문제는 인생의 절대적 시간은 반복을 허용하지 않는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많은 나이듬의 과정과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를 어느 누군가는 조금 일찍 이해하고, 누군가는 견디지 못하고, 누군가는 오락가락하며 살아간다. 중요한 사실은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어떤 마음과 관계를 갖고 살아갈 것인가는 삶의 품격을 결정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긍정적인 글귀들이 조금 지루하기도 하지만 의미가 있다. 밥이 무슨 맛이 있어서 먹나? 기본이지.
4-5년 전에 사무실에서 혼자 뭔가 궁리를 하다 문득 생각이 났다. 모리만큼 나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노인 양반들을 보면 기가 막힐 때가 있었다. 다들 자기가 좋았던 것과 한 맺힌 것만 기억하는 듯해 보였다. 그런데 젊은 친구들은 다른가? 내 입장에서는 사람 다 똑같다. 자기가 오감으로 보고 듣고 한 것이 다를 뿐이지, 본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사무실 노인네가 되어가는 나이에 아이들의 넋두리를 듣다 한 마디 했다.
'너희도 신입들 보면 답답하지? 노인 양반들 보면 갑갑하고? 너만 그러냐 내가 보면 너희들이 답답하고, 나도 노인 양반들 보면 더 갑갑하고? 잘 생각해 보면 원래 그런 듯해. 나도 노인양반들처럼 늙어본 적이 없고, 너도 나처럼 늙어 본 적이 없고. 너희들도 그럴 때가 오면 또 알게 되겠지'
인생의 시기를 보면 나이가 들수록 할 일이 줄어든다는 점이 다르게 보면 여유가 생긴다는 말이다. 선배 아버님이 자식이 훨씬 소중하지만 손주가 더 이쁜 건 마음의 여유 때문인 것 같다는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건강하게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삶이 된다면 참 좋은 일이다. 그것을 남이 나한테 하길 바라기만 하기보다 내가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 삶은 준비하는 방법이 아닐까? 왜냐하면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기도 하니까.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과도하게 상상할 필요가 없을 때가 있다. 어차피 똑같이 되는 일은 없다. 내가 올바르게 생각하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치열하게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잘 관리하면 얼추 비스므리하게 그림이 그려져 갈 뿐이다. 그게 일이던 인생이던. 그 과정의 사소하고 소중한 것들이 너무 흔하게 듣다 보니 소중한 줄 잊고 살뿐 아닐까? 그런데 그 사소하고 소중한 것이 너무 사무치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좋다. 그런 인생의 조언을 책을 통해서 배워볼 만하다.
모리 슈워츠 저/공경희 역
나무옆의자 | 2023년 11월
#인생 #morrie #모리 #나무옆의자 #독서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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