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2014에 이 맘 때쯤 읽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다시,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몇 주에 걸쳐 읽고 있다. 예전 생각을 찾아보니 책을 너무 날라리처럼 읽는다는 자조 섞인 내 기록이 남아 있다. 그때는 읽는 것의 즐거움을 알아가던 시기였는데도 날라리 수준이라고 생각했으니, 지금은 영화 엔딩 자막 흐르듯 대충 읽는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책을 접하고 읽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풀어간다는 것은 글을 쓰는 작가의 상상력에 대해 자신만의 해석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모르는 것은 해석할 수 없다. 인간이 재미있는 것은 그것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해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진실이 중요한 일이 있고, 진실이 되길 바라는 희망이 중요한 일이 있다. 그 차이에 '아무 말', '아무 글;이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김사인을 통해서 박웅현이 문자의 봉인을 해제해야 한다는 말은 참으로 와닿는다. 인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온갖 상상과 느낌을 허접한 문자란 수단으로 옮기는 노다가의 완성도가 높을 수 없다. 모든 작가가 기를 쓰고 용을 쓰며 노력하는 이유다. "넌 왜 내 마음을 모르니?", "넌 내 맘 알지?"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을 하기는 쉽지만 앞의 질문에 네라고 답하면 귓방망이가 날아오고, 후자의 질문엔 그에 상응하는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의도와 뜻은 비슷하지만 해석은 사람마다 제각각이고, 이에 따른 반응도 제각각이다. 글 속에 나타난 글자 그대로의 해석이 중요한 일이 있고, 글 속의 함의를 깨달아 배려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 있다. 하라는 것을 했더니 하란 것만 했다고 혼나고, 하라는 것을 잘했다고 칭찬하는 알 수 없는 인간의 체계를 보면 말과 글 속에 전해지는 인간을 느끼고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는 것은 어쩌면 오래전 글을 쓴 사람과 이런 문답을 귓방망이 없이 하는 일이 아닐까?
책을 읽는 것이 다양한 즐거움과 지적 만족을 주지만 그 틀을 벗어나 현실에서 나의 사람이 좋아지고, 타인들에게도 작은 기여를 하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일이 배우고 읽혀 실행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스스로 읽고 배워 아무 곳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은 그래도 낫다. 읽고 배워서 나를 망치고 타인을 망치는 것이 가장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왜 열심히 책을 읽으려 노력했고, 읽고 무엇을 해왔으며, 그것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고 또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너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지는 않는지, 이랬다 저랬다 방향이 중구남방은 아닌지... 내가 생각하던 방향으로 조금씩 조금씩 잘 걸어가는지? 속도는 적정한지. 이런 삶의 여행에서 누군가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보단 내가 걸어가는 여행이 의미를 알아가고,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그런 일이 되길 바란다. 저녁엔 날도 더우니 삼겹살이나 먹으러 가보자~
#독서 #인문학 #책은도끼다 #다시책은도끼다 #박웅현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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