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관련된 책을 10권은 본 것 같다. 남희근의 노자타설을 보며, 읽고 알며 이해한다는 것이 세상을 기준으로 보면 터럭만큼 작은 것이란 생각을 갖게 한다. 읽고 알고 행하지 못하면 내가 즐겨 쓰는 곤이불학(그 고생하고도 공부를 안 해요)과 마찬가지고, 공부만 하다 깨닫지 못하면 불학(不學)의 경지와 차이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노자, 장자, 불교, 중국 역사를 예로 이야기하고, 유교와 도가가 한 뿌리에 나와 방식의 차이가 있지만 가는 방향이 같다는 해석이 좋다. 나도 그런 보완적인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공자가 중간에 힘쓴 다는 말, 칸트가 중간에 힘쓴 다는 말이 어떤 면에서 대단히 현실적인 의미라 생각한다. 그런 현실적 판단에 따른 방식을 선택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실 노자를 저자처럼 이야기하듯 조근조근 설명해줘도 사실 어떤 것은 알쏭달쏭한 부분이 많다. 큰 그릇은 크기를 알 수도 없지만 만드는 대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말이 나에게 해당되는 말이라고 할 자신이 누가 있을까? 노자급이 돼서야 말하지 않고도 이해하게 하는 경지라면 스스로 그렇게 이해할 것이다. 일반의 사람에겐 너무 어려운 방식일 수 있다.
그러나 도는 언제나 존재했고, 존재할 것이다. 하나는 우리가 그 존재를 뒤늦게라도 발견하면 행운이지만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고, 도란 특정된 정의가 아니라 세상의 변화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 시대의 도는 글쎄? 그럼 내 마음속에 채우고 비우고 해 가며 변해가는 도는 또 무엇이 되어야 할까? 문득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심성의 문제이기에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칼을 도둑놈이 잡았는지, 군인이 잡았는지, 요리사가 잡았는지에 따라 다를 뿐이니..
도가 없어지고, 인을 이야기하고, 인이 없어지고 의를 이야기하고, 의가 없어지자 예를 이야기한다고 나와있다. 예가 없어지면 법을 강조하고, 법이 문란하자 형을 강조한다고 말한다. 인은 말은 참 좋은데 현실과 거리감이 있고, 의와 예는 강조하지만 규율로 정하기 어렵고, 법은 정하기 쉽지만 법의 방향이 채울 수 없는 또 다른 많은 문제를 낳고, 형을 강조하면 대량의 범죄자를 세상이 양산할 수 있다. 세상의 시스템이 도의 법칙과 같이 알아서 당연히 따르는 마음이 생기도록 한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고 동시에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가능성이 없는 일도 아니다.
유교처럼 무엇을 하고, 배우고 하는 방식이 기초를 쌓고 나아가는 방법일 수 있다. 더 오래가는 방법이라면 노자처럼 세상이 굴러가는 원칙과 세상이 변칙적으로 굴러갈 때라도 그 근본의 방향을 어디에 두고 미래를 돌봐야 하는지 아는 것은 더욱 좋다는 생각이다.
세상의 3할이 선이고 세상의 3할이 악이고 세상의 3할이 기회라는 말이 나온다. 내가 옮기는 표현이 틀릴 수 있다. 1할은 도의 존재와 쓰임이다. 어쩌면 내 마음에 옳은 심성이 3할이고, 옳지 못한 심성이 3할이고, 현재의 상황에서 선택이 어떤 3할과 만나는가의 문제가. 고지식하게 세상의 변화를 무시하고 옳다는 글자만 추종할 것인가? 왜 옳은지를 이해하고 현재에 맞게 잘 조율할 것인가? 의 차이라면 세상이 흘러가는 1할을 더한다면 세상과 스스로 하는 일이 조금 더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그게 더불어 함께 좋아지는 일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는 생각이다.
인간에게 욕망이란 꺼지지 않는 엔진은 사람을 끊임없이 소진시킨다. 그 엔진이 과열해서 폭발하지도 않고, 더불어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는 것도 모두 스스로가 하는 일이다. 그게 참 쉽지 않다. 그렇게 하면서 존재를 유지한다는 것은 지혜가 아니라 현명함의 단계가 아닐까.
그렇게 보면 춘추전국시대나 서양의 동시대에 그땐 참 힘들었나 보다. 이렇게 많은 철학과 사상가들이 대거에 나오다니...
#노자타설 #남희근 #인문학 #독서 #khori #당분간인문학그만 #눈이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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