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해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winter is coming"이란 명대사를 아주 잘 체감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은 잊혀진 ISD까지 국민들은 참 다양한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하게 해 준 사건이다.
1. 이 영화는 경제에 대한 이야기인가?
실재 외환은행의 매각과 IMF 이후 론스타에 인수된 내용은 벌써 20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금산분리법이 있고, 미국도 글래스-스티걸 법이라고 불리는 금산분리법이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은행의 매각과 인수에 관한 내용 같지만 이것은 경제문제라고 할 수 없다. 경제 프로세스로 가장했을 뿐이다.
2. 늘공과 어공의 문제인가?
모든 정부기관과 준정부기관들은 관료들이 운영한다. 선출직, 별정직 공무원이야 냉정하게 보면 비정규직 아닌가? 이런 어공(어쩌다 공무원)은 대놓고 명분을 걸지만 이들도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긴도 한다. 정작 표가 나지 않는 늘공(늘 공무원)은 대단한 이익집단이다. 그들을 철밥통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국민이 존재하는 동안 봉급은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공무원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안전과 운영을 위해서 그들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주어진 역할을 벗어나 허가 난 도둑놈이 존재할 때다, 인간의 역사에 이런 허가 난 도둑놈들은 언제나 존재해 왔다. 그것을 정류할 시스템, 실행할 원칙, 사회문화적 인식 수준이 존재하는가의 문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목표와 전략이라는 측면에서는 성동격서의 묘수라 할 수 있지만,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조선시대라면 9족이 살아남아났을까?
3. 정의의 문제인가?
정의란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라고 정의되어 있다. 다들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세하게 뜯어보면 "옳다"의 기준은 무엇인가? "바르다"의 정의와 기준은 무엇인가? 도리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 기준인가? 그래서 사람들은 다른 의견을 갖고 논쟁하고 합의하고 다툰다. 이 다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법이라고 하는 좀 더 명확한 기준을 세우려 노력하지만 혹리와 순리에 관한 기원전 이야기를 통해서 해석하는 사람의 문제는 언제나 존재한다.
영화 속에서 김나리 변호사가 가방을 두 번 잡았다 놓았다. 이익, 신의, 가족, 책임감, 도덕성, 국가에 관한 다양한 생각이 흘렀을 것이다. 두 번이나 잡았다 놓았던 의식이 수준이 당신 대한민국을 운영한다는 지도층의 수준이라고 말해도 과하지 않다. 사실을 인지하고도 옹호한다면 거짓말을 통해서 옳지 않은 일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것은 본인의 심장 속에 달린 양심이란 저울만이 정확하게 안다.
법의 기준은 중요하다.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공동체의 의식만큼 법은 동작한다. 사회의 수준도 그 수준에서 정체할 수밖에 없다. 그런 시대를 지나오고 있고, 4대 강의 세금, 이를 유지 보수하는 세금, 자원외교까지 이어지는 세금 징수와 낭비 사건을 견디면 살아오고 있다. 그 시대를 살아낸 평범한 사람들이 한편 대견하고 한편 불쌍하다. 지도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지도층이 되면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에게 막강한 도둑질 허가권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방식으로 정의는 실현되지 않는다.
해방 이후 많은 세대에서 시대의 정의를 이익과 교환하면 살아왔다. 그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변명도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없지만 그것을 정당화하는 허가 난 도둑을 많은 사람들의 세금으로 먹여 살리는 시대를 살아내고 있다. 국민이 호구인 것이다.
검사 양민혁을 기대하지 않는다. 누군가 내부 고발자가 되고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는 원시시대 사람을 공양하는 악습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처럼 통쾌할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이 양산되는 사회가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인가? 결코 그럴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이 나오지 않고도 최소한의 정의, 도덕, 법이 물 흐르듯 흘러가는 세상의 수준을 기대해본다.
출장 전날 후배가 표도 끊어놓고 보러 가자고 해서 봤지만... 엔딩 크레디트를 보면서 욕이 절로 나온다. 심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동시에 그런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뀌어가는 것에 자신들이 가진 조그만 힘들이 모이고 쌓이면 세상에 축적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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