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뵌적없지만 친숙한 글을 읽는 즐거움과 후학들에 대한 바램이 참 많이 깃들어 있다고 느꼈다. 글의 구성속에 그러한 마음이 들게 한다. 사무실에서 책을 받아 들고 들어오는 나에게 우리팀 파트장이 길로 다녀야지 길 아닌데로 다니면 큰일난다고 우스개 소리를 했다.
사람들이 걸어가며 만들어 낸 그 길속에서 도가 있다. 그 도가 나의 도인지는 알 수가 없다. 모두 그 길로만 다니면 교통체증이 생긴다. 나의 길은 내가 걸어서 만들어 가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은 길이 아니라고 하지만 내게 보이는 길이 있다. 인도의 한 사람이 바위산을 뚫어 마을 사람들이 아플때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평생에 걸쳐 만들듯 우리의 길도 평생 만들어 가는 것이다. 길이 아닌 것이 아니라 숨겨진 길을 드러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길을 갈때라면 자신의 소신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보면서 민간기업의 종사자로써 관점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낀다. 공무원은 별정직을 제외하고 1급에서 9급까지라면 민간기업에는 명인부터 18급까지 존재한다.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업무행태의 수준이 존재한다. 그 속에서 재차 삼차 숙고해서 부당한 마음이 들지만 윗사람의 결정을 따르기만 하기에는 민간기업의 위험은 훨씬 더 크다. 민간기업은 상급자가 책임을 지는 경우가 더 적기 때문이다. 이런 일로 6개월간 보고서를 통한 씨름을 하고 나면 정말 힘이 들기도 하다.
과거 엘리트를 모아서 관이 민보다 지식의 축적이 높던 시절이 지금은 아니다. 대학도 기업보다 지식축적이 높지 않은 상황이며 더 많은 분야에서 지식의 축적이 이루어지고 연결되어야 한다. 정부가 시스템 역량에 의존적이라면 민간 부분은 시스템과 시스템밖의 영역에 대한 도전이 좀더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조직을 운영하는 것과 사람을 대하는 것은 민간기업과 정부 사이에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을 모아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은 어디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차이라면 정부는 수익이 아니라 재정의 균형속에서 효용을 늘리거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지 세금을 거둬 수익 자체를 내려는 목적이 아니다. 이런 차이가 법과 제도속에 남아 있고, 행동양식의 차이를 가른다고 생각한다. 경제에 국한해서 표현해보면 민간기업이 정글속의 조직이라면 정부는 마을속의 조직일 수 밖에 없다. 목적이 다른데 행동이 같을 수 없다.
두번째는 절박함의 차이다. 민간기업은 재정의 균형과 인플레이션 만큼 수익이 증가하지 않으면 차입이나 파산에 다가가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이 존재하는 한 세수가 존재한다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 작은 차이가 절박함의 차이를 만든다. 기업은 규제가 많다고 하고, 정부는 규제를 준수하지 않다는 것은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시대에 존재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세번째로 정부도 민간분야와 국민들의 생활을 윤택하기 위한 도전을 한다. 하지만 민간분야의 도전이 훨씬 많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민간 분야의 도전결과가 사회적인 현상과 영향이 발생한 연후에 정부는 제도적 정비와 지원을 준비하게 된다. 어쩌면 민간분야는 제도가 만들어지기전에 시작해야 first mover가 되는 것이고 정부는 그 분야를 잘 이해하고 육성하는 것이 first mover가 되는 일이다. 그 역할과 참여하는 시기가 다르다. 게다가 정부는 단기적인 수익목표보다 거시적인 사회적 수익과 안정에 많은 관여를 하게 된다.
90년대중후반 EDI와 웹기반, 나라장터까지 연결되는 이야기를 보면 참 재미있다. On line시장의 가능성, 복호화 암호기술의 필요성과 Web이란 개방형 네트워크의 기술적 보안취약, EDI와 같은 폐쇄망의 우월성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던 시기다. 이제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처럼 들리고, 폭발적인 네트워크 시장과 시스템의 확장이 이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우리나라에 데이터센터를 들여 놓을 정도다. 4차산업에 대한 깊은 관심을 책에서 보듯이 빅데이터, 클라우딩, 데이터사이언스, 인공지능은 결국 우리 사회가 양산하는 지식축적과 통찰력에 달려있다. 초등학교 부모님들이 눈은 옛날 기억을 살리며 바라보고, 몸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넘어지 듯 우리 사회의 많은 조직과 구성원들이 전환점에 있다는 생각을 책을 보면서 했다.
특히 정부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처별 발급 서류 데이터를 인증시스템을 통해서 전자적으로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서비스는 엄청나게 좋아질 것이다. 사실 경제관련부처, 무역협회, 코트라의 자료들만 보아도 각자 다 다르다. 같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관점에 따라 표, 항목, 차트의 구성이 바뀌지만 기본적인 원본데이터는 동일할 때가 많다. 정부도 클라우딩을 시스템에 접목 한다면 데이터사이언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부처 이기주의를 개방형 네트워크를 통해서 녹여 낸다면 충분히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실물세상의 현상속에서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가지는 정부도 시간을 줄이는 시스템에 대한 해결책이 비용을 줄이는 방법(세금을 더욱 가치있는 일에 쓰는 것)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여러청사를 방문하고 서류를 제출하고 미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격지간의 거리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화상회의, 채팅, 네트워크를 통한 자료공유, 스마트 칠판을 사용한 동시 다자간 토론등도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실물과 가상의 동기화 정도를 고도화하는 것이고 고도화하는 과정의 기술은 결국 그 데이터와 통신기법에 의존한다. 네트워크를 통해서 통일된 데이터가 돌아다는 것 표준화라면 결국 이것은 제도와 법률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장 잘 된것이 정부이기도 하다. 제한적으로라도 내부의 자료를 잘 연동시킬 수 있다면 나는 국정감사등은 법률이 제시하는 기준으로 데이터 배포 승인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명한다 안한다, 보여준다 안준다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도 이런 투명한 시스템이 존재한다면 확인과 보완이란 업무 자체에 비중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조직에 있던 수신제가가 먼저다. 왕조 국가도 아니고 왕이 될 생각도 없으니 치국이나 평천하까지의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사회가 조직단위로 운영되기에 조직속에서 배우고, 운영하는 법, 기여하는 법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대선배의 글 속에서 묻어나는 경험, 체험, 조언은 나의 길을 만들어 걸어갈때 큰 이정표가 된다. 답설이란 한시처럼 어지러이 걸어온 눈길을 후세가 쫒아 올지 모르니, 내가 먼저 바로 걸어가는 발자국을 세겨야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존경할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적은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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