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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출장 (行)

러시아 출장

by Khori(高麗) 2012.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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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올때 마다 추억과 기억이 쉴새 없이 흐르는 감정이 솓구친다. 일을 제외하면, 한마디로 정리하면 안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는 낯설음이다.

93년 처음 급유때문에 새벽에 내린 셰브레티에보 공항은 암흑의 장막과 같이 불빛조차 없는 어둠음으로 약간의 공포를 느끼게 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99년의 첫 방문이 지금까지 종종 아니 매년 방문하는 인연이 될 줄이야과거엔 한참 못살고 했지만, 오늘 다시 보니 작년과 또 다르고 밤거리의 불빛이 늘어가는 것을 보면 이곳의 발전도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적응은 힘들다.

셰브레티에보 공항부터 과거와 연결하면 이야기 해보고 싶다.  99년 처음 방문해서 브리지를 타고 넘어 공항에 내리니 줄이 엄청나게 서 있었다. Immigration통과를 하려고 하는데, 거의 영어라고는 볼수가 없는 국제공항..태연한 사회주의 속의 사람들이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30분이 지나도 못나가고, 담배도 피고 싶은데..이런 화장실앞에서 수십명이 열심히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오아시스를 찾은 기쁨과 역시 후진국(?)이란 생각이 교차했다아마 Immigration직원이 셔터 내리고 퇴근하지 않았으면 좀 일찍 나왔을것이다. 일하다가 땡하고 가는 사람때문에 줄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이 상상하는 이에게는 웃음을, 현실속에서는 갑작스런 OX퀴즈를 맞추기 위한 동분서주다.

그후 협력사 직원들 데리고 러시아 갈때, 혹시 돈달라고 하면 20불쯤 주고 일찍 나오라고 했더니, 한시간이 되도 안나온다. 호텔에 찾아오겠지 하고 먼저 택시타고 도착했는데, 2시간이 되도 안온다. 초췌한 모습의 도착한 그들의 영웅담을 들어보자. 거의 없어진 immigration에서 20불을 달라고 하더라. 무시하고 있으니, 문닫고 가버려서 다시 긴 줄의 뒤로 가서 기다리느라 1시간을 허비했단다

어제도 작년에 새로 개장한 신 터미널로 오는데, 돈달라는 말은 없어도 자기들 일보는게 우선이고, 무조건 러시아어로 인상 팍팍쓰면 말하며 1시간쯤 서 있었더니 예나 지금이나 짜증은 변함이 없다. 그 협력사 직원들의 무용담은 non-delare custom pass에서도 발생한다. 직업상 sample등을 들고 다니는데, 이 동네는 세관이 고무줄이다. 거기서 잡혀 또 한참 있었다고 한다. 나도 과거에 sample을 많이 갖고 간적이 있는데, 세관원이 12시 땡하니 신데렐라처럼 퇴근한다고 그냥 가란다. 대개 50, 많게는 100불은 줘야 갈 수 있고, 잘못 걸리면 그냥 2시간쯤 쳐박혀 앉아있음 보내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뇌물을 받는 놈들도 그냥 백불주면 돌아서서 간다. 그리고 어디서 희한한 책을 들고 와서 남들이 보니 조용히 밑에다 깔아서 달란다. 1920년대 채플린 개그에 동참하는 심정이란 그저 '난 나가야한다'란 신념밖에 안남는다. 작년엔 신터미널개장하고 보안카메라때문인지 일단 사각지대 구석으로 가서 A4밑에다가 깔아서 달라고 하더라. 그나마 pick-up온 여행사 직원이 개들 돈 없댄다해서 50불로 마무리 했던것 같다. 이런 성실한 놈들 때문에 잔돈을 갖고 다녀야한다.

어젠 지인들도 비행기에서 만나 한국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한국식당인데 한국말 하는 사람이 없다. 할줄 아는 말이라고는 "쓰파씨바"정도...에라 10년동안 참 많이도 배웠다. 하여튼 유럽에서 문자가 러시아로 넘어갈때 갖고 가던 놈이 글자를 흐트러트지 않았다면 저따귀 희한한 글씨, 뒤집어진 키릴어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그래서 잘 이해하면 키릴어를 영어처럼 단어는 읽을 수 있게 되는데 알만하면 돌아간다.

희한하게 메뉴판은 한국어다. LA갈비, 김치찌게, 오징어 볶음에 맥주를 시켰다. 한 직원은 고기류는 주문이 안된다고 계속 이야기 하더니, 어디선가 나타난 여직원이 뜨문 뜨문 한국어로 주문을 받는다. 다 먹고나서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니, 그런거 없다고 한다. ㅡㅡ;; 역시 지나친 기대는 실망과 충격을 동반한다.  "난 집에 안간다"했더니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난리다. 지배인이 와서 끝났다고 나가라고 ㅡㅡ;; 하고 직원들이 청소를 한다. 청소는 정말 열심히 한다. 시킨건 정말 열심히 한다. 그들을 보면 열정이 사회주의에 감싸인 사람들로 보이는 이유다.  20분만에 온다는 택시는 30분이 넘어서 왔다. 반가운 러시안 카레이스키다. 한국말도 3세대가 넘었을땐데 잊지 않고 하는 그가 고마웠는데, 내리는 첫마디에 충격이.."대리운전"... 왜 자꾸 나한테 이러는 건가..우린 출장왔다고.

전화한 아가씨와 한참 이야기하더니, 자긴 대리운전이라고 하는것 아닌가. "아저씨 우리 차 없어..갑시다서로 한참 웃다가 지인을 호텔에 내려주고 묶고 있는 호텔로 돌아왔다. 그래도 친절하게 여기저기 데려다 준 아저씨에게 500루불이나 더 주고, 임시 집에 돌아왔다.

러시아 호텔은 일단 높이에서 죽인다. 99년에 Cosmos호텔에 처음 왔는데 40층이 넘는 높이와 유리엘 가가린 동상, 멀리 보이는 방송타워가 멋있었다. covention center도 여러개가 있어고, 그땐 유대인들 모임이 있었던것 같다. 방에 들어와서 쾌쾌한 냄새에 시트를 펴보니, 노란 스폰지, 게다가 튀어올라온 스피링에 기가막힌다. 최악은 술먹고 들어왔는데 생각해 보니 TV가 로따리다. 끄러가기 귀찮아서 그냥 잤다. 이번에도 거래처 사무실과 가까워 이곳에 있는데..10년이 넘어도 이런 일관성 있는 삶을 사는 이 호텔이 대단하다. 어째 작년에 있었던 한인들이 많이 있는 Korston(구 아를노뇩)에 가고 싶더라니. 다른 호텔도 괜찮은게 좀 있는데 보르디노, 에어로플로트(비행기는 타지 마시라), 민박도 나쁘진 않다. 아 알파베타감마델타의 이즈마일로프도 리모델링하고 나아진긴 했어도, 우리에게 아 그 갑을박론호텔로 남아 있다. 오늘도 호텔에서 일어나 아침을 먹으러 갔다. 역시나 빛바랜 오렌지 쥬스, 색갈빠진 달걀(노른자가 희끄무리하다), 퍽퍼한 빵쪼가리..그나마 요즘 잘 안먹던 소세지가 맛있고, 양배추저림이 입맛을 돋구는걸 보면, 환경에 인간이 지배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어쩜 이 훌륭한 사이즈의 호텔에서 무선인터넷이 안된다. 1일사용권을 알아봤더니 1700루불이란다. 100불에 2800-2900정도이니 24시간에 6-7만원이란 소리다. 요즘은 free wifi가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포기하고 방에 올라오니 문이 안열린다. ㅡㅡ;;;;;;; 내려가서 RF ID card key를 재설정 했다. 외국인이 물어볼려고 하면 일단 프런트 직원이 눈도 안마주친다. 끈질기게 물어보니 "1 min"하고 말이 없다. 다시 물어보니 그런건 저쪽 information에 물어보란다. 10분을 넘게 기다린 답이다. 문제는 어디에도 information desk란 팻말이 없다. ㅡㅡ;;; 그 옆자리 직원에서 방키 두개와 투숙카드를 보여줬다. 키를 한개만 준다. 난 키를 두개줬다고 하니, 다른 사람 투숙카드 갖고 오란다. " !!! 성실한 쉐이".  외국인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은 이해하겠으나..다시 올라와서 카드를 대보니 역시 안열린다. ㅡㅡ;; room service하는 아줌마에게 부탁하려고 했더니, 손사래를 치면 외면하고 빠른 걸음으로 가신다. 다시 이쁜 아가씨에게 부탁했더니 문을 따준다.. 만감이 교차하며..다음엔...이런저런 생각이 솓구친다.

오면 올수록 이해보단 몰이해가 충전되는 것인데 카자스탄갔을때를 생각하며 참는다. 폴란드가 여기보단 좀 낫다. 헝가리, 체코는 여기에 비하면 아주 훌륭하지. Pick-up할때 전화한다는 바이어는 1시간째 연락이 없냐. ㅎㅎ 이놈의 러시아..혹시 점심부터 보드카먹자고 회장님 모셔오는건 아닌지 모르겠다..지난번에 대낮에 러시아에서 객사할뻔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문화에서 문학 예술이 발달하는건 모무지 이해가 안되. 물론 사회주의 이전의 문학, 예술도 있지만, 이쁜 건물과 그에 맞춰 멋진 조명등을 보면 정말 아이러니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 멋진 건물, 교회등의 랜드마크와 함께 새로운 최신식 빌딩의 랜드마크가 늘어가는 모스크바다놀러왔으면 여기사는 사촌형한테 놀자고 하겠는데 시간이 부족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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