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명저 100권을 읽으며 괜찮아 보이는 내용의 책을 4권 골랐다. 책은 내용은 너무 잘 이해되고,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일깨워준다. 나도 보이지 않는 벽을 더듬으며 답답한 것이 있다. 그러나 직책이 올라갈수록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 그것도 필요할 때 물어볼 곳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회사 막둥이나 임원이나 마법의 지니를 소환하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다.
모두가 초보로 시작하고, 무면허로 리더를 향해 간다. 그 결과가 하찮은 것부터 위대한 것까지 천차만별이다. 그 속에 우리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배달하는 것은 바로 나의 올바른 선택과 실행 그리고 세상이 변화에 발맞춘 지속적인 준비다. 지속한 가능한 노력과 결과는 내 마음이 그것을 향하는 마음의 크기만큼 얻을 수 있다. 책을 읽은 간략한 소회다.
조직에서 일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돌아보면 일이 재미있고, 무엇인가 해보고 싶던 시절이 30대에도 40대에도 있었다. 그렇다고 그 시절로 돌아갈 수도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단, 왜 그렇게 미친 듯이 무엇을 했지라고 생각하며 그 자체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요즘은 왜 재미가 없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 해석은 간략하다. 스스로 내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걱정되는 것이다. 세상이 짊어주는 짐의 크기를 내가 일일이 결정할 수 없고, 나는 그 짐을 어떻게 짊어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내적으로 성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땐 이런 것을 볼 안목도 생각할 겨를도 없었기 때문이다. "Insanity :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r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현타를 주는 이유다. 이걸 모르지 않지만 벗어날 때를 잘 찾는 지혜가 부족할 뿐이다.
책의 구성은 아래와 같다.
1. 리더로서 나를 인식하다
2. 이끌 자격을 갖춰라
3. 따를 이유를 밝혀라
4. 성장을 도모하라
짙은 남색에 하얀 글씨의 제목을 책을 읽는 도중에 여러 번 되돌아본다. 마치 '나는 누구인가?', '너 자신을 알라',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Why?' 이런 말이 생각난다. 동시에 스스로 나에 대한 신뢰, 상대방이 나에게 베푸는 신뢰, 내가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신뢰 수준, 방향의 중요성도 생각한다. Q12와 같은 조직신뢰지수((trust index)의 내용을 보면 내 스스로 뭔가 해보긴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맘에 든 것은 리더의 정의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을 책임지는 사람". 처음 이 문장을 읽고 든 기분은 나쁘다. '망삘과 함께 춤을, 뭐 이런 영화라도 찍으라는 것인가?'라는 자조 섞인 넋두리가 나온다. 내가 요즘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이 헌신과 공헌이라 말을 품고 있다는 뜻을 잘 이해한다. 그래서 기분이 좋고 또 기분이 나쁘다. 이런 부족함이 또 내 수준이다.
조직의 책임자가 공헌이 적으면 결국 자신의 조직 구성원과 다투게 된다. 공헌은 대가를 바라를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적나라한 표현으로 '해도 지랄, 안 해도 지랄, 하면 더 지랄'인 상태에 익숙해져야 한다. 타인을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일을 통해서 나도 타인도 실력이 늘고, 그 결과가 타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야 한다.
그 틈새마다 불신과 의심이 생기는 내 마음과의 투쟁에서 승리한다는 것 장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것을 극복해야 좋은 결과가 생기지만 매번 다른 상황이 쉽지 않다. 예상과 결과가 다르고 그 방향이 나쁘면 조직 책임자가 수습을 해야 한다. 이것은 가르치지 않아도 알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리더와 관리자의 성향을 필요에 따라 사용한다. 리더의 성향을 조금 더 사용하고, 꾸준하고, 지속성이 있을 때 그것이 타인의 마음에 존경이란 감정을 심게 된다. 존경받을 짓을 해야 존경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것은 오롯이 타인의 결정이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그 결정과 판단을 하게끔 내가 행동하는 것밖에 없다. 가끔 이걸 받고 싶다고 완장질을 하다 보면 귀에 즐겁고, 기분이 좋다가 곧 자리가 스스로를 핫도그처럼 바짝 튀긴다.
나의 고민은 농사를 짓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가끔 기름진 평야가 부럽다는 욕심 때문이다. 내가 부족하고 내가 필요한 것을 채워줄 타인이 더 있다면 하는 바람이다. 궁극적으로 타인을 돕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해야 할 때 부족함에 대한 아쉬움은 당연하다. 그러다 잘 안 보이고 멀리 있는 그 무엇인가가 좋아 보일 뿐이다. 사실 거기도 가서 보면 도긴개긴인데.
책의 제목처럼 '사람을 남겨라'라는 글이 멋진 캘리그래프만큼 좋다. 조직과 조직 속의 활동을 아무리 기술적 잘 정리해서 매뉴얼을 만들어도 사람이 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기계는 에너지가 공급되면 약속된 일을 하지만 사람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어도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고, 하고 싶어도 못하고, 안 해도 되는 것을 열심히 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되는 것도 방해하고, 안 된 것도 됐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이 다양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실력을 모아야 결과가 나온다. 모두 실력을 탐하지만 마음을 얻지 못하면 인간의 오작동은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를 만든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책임진다는 것 참 맞는 말이다.
신의와 인의가 필요한 것은 사서삼경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생활하는 모든 곳에 필요하고, 실사구시와 같은 실력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분야와 때가 또 맞아야 한다. 책의 곳곳에 딱딱한 분석보단 인간적인 배려가 남아 있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다. 무엇보다 직원이 첫째, 고객이 둘째라는 말 참 좋다. 동료가 떡이 되는데 고객이 왕입니다라고 하면 그게 역적이지 동료 일리가 있나? 세상은 노자적으로 보이는 대로 봐야 멘붕이 안 온다. 그리고 리더는 천박한 자본주의보다 인본주의가 바탕이 되어야 빛을 바란다. 다 사람, 사람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케네디의 말을 조금 바꿔 "저 놈에게 무엇을 요구하기 전에 저 놈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리더 되시겠다.
#사람을남겨라 #정동일 #비즈니스명저100 #리더십 #인본주의 #신뢰 #조직 #독서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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